커피를 안 마신다고 하면 사람들은 꼭 '왜 안 마시냐'고 물어본다.
그 질문은 마치, '왜 획일적인 문화를 너는 향유하지 않느냐'처럼 들린다.
모두 마신다고 나도 마셔야 하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한다 해도, 싫어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거기다 대고 '왜'라니.
이건 (확대 해석 과정을 거치면) 다수의 횡포로까지 이어진다.
그냥 '왜'냐고 물어보는 사람은 그나마 양반에 속한다.
커피 안 마신다고 했을 때 이런 질문도 들어 봤다.
"커피 알레르기가 있느냐?"
"건강상의 이유로 일부러 안 마시는 거냐?"
"종교적인 이유라도 있느냐?"
'왜'라는 질문을 비롯해서, 그런 이상한 질문들을 들을 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냥 마시기 싫어서."
그러면 그 중 30% 정도는 다시 또 묻는다.
"무슨 이유가 있을 거 아닌가?"
이 즘 되면 정말 횡포다.
최근에는 아예 이런 짜증나는 질문 받기 싫어서 이렇게 대답한다.
"커피 마시면 잠이 안 와서."
절반 정도는 맞는 말이다. 그게 완전한 이유는 아니지만.
이 즘에서 호기삼아 오프라인에서는 절대 하지 않는 얘기를 해 보겠다.
나는 커피의 그 검은 색깔이 마치 석유처럼 느껴진다.
착취 당하는 제3세계 노동자들의 피눈물이 말라 비틀어진 검은 색 음료.
그래서 커피향은 악마의 유혹같다. 그 쓰라린 달콤함.
석유 다음으로 무역량이 많은 상품이 바로 커피다.
그리고 석유보다 더 불공정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게 바로 커피다.
케냐에서는 커피 100잔을 만들 수 있는 커피 콩을 팔면,
노동자들이 받는 돈은 우리나라 돈으로 250원 정도다.
에티오피아 커피 농장 노동자가 하루종일 땡볕에서 일 해 받는 돈은 1달러 정도다.
먹지도 못하는 농작물 때문에, 가난한 자들은 허기를 참고 피땀을 흘리는 구조다.
그 땅에 차라리 먹을 수 있는 농작물을 키운다면 식량문제가 크게 개선될 텐데.
어쨌든 마시기 싫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피자가 싫어서 먹지 않는 사람도 있고,
김치가 싫어서 안 먹는 사람도 있으며,
국수나 우유나 오렌지 주스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마찬가지로 난 커피가 싫어서 먹기 싫은 거다.
마시기 싫어! 마시기 싫다니까! 마시기 싫다는데 왜가 어딨어!!!
난 그냥 물이 좋아! 물이 좋아! 시원한 물이 좋다구!!!
주변에 누군가가 '난 커피 안 마셔요'라고 말 한다면 제발,
'왜?'라고 좀 묻지 좀 말아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