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동남아 삽질 여행 15
멜라카 사진들 (나름 스페셜)
멜라카는 낮에 해가 쨍쨍한 것과는 반대로, 밤에는 추워서 선풍기를 끄고도 이불을 꼭꼭 덮고 잤을 정도였다. 일교차가 심해서 그런지 아픈 몸 상태가 더욱 안 좋아진 것 같다. 게다가 대낮에 푹푹 찌는 길거리를 걷다가 에어컨 나오는 쇼핑몰 들어가는 일을 반복해서 더 피곤한 건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어느날 일기는 딱 이거 한 줄이다.
‘아프다. 피곤하다. 기운 없다. 배 아프다. 감기몸살이다. 덥다. 춥다. 다시 피곤하다. 아프다.’
거의 여행이 아니라 요양중.
내용이 없으니 닥치고 사진. ㅡㅅㅡ/
언젠가는 물이 들어 오겠지. 그러면 배가 떠나겠지. 그 언젠가가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내 발목을, 내 무릎을, 그리고 내 머리 꼭대기까지 적셔줄 물이 들어오겠지.
그 날을 기다리며 멍하니 죽치고 앉아 있기. 물론 그 전에 굶어 죽을 수도 있겠지만.
햇살 맑은 날이었어요.
소년은 하염없이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보았죠.
자신이 떠나온 그 아련한 오아시스가 생각났어요.
그 추억도 그렇게 반짝반짝 아름답게 빛 났지요.
갑자기 갈증을 느꼈어요.
느닷없이 화산처럼 솟아오르는 목마름의 추억.
소년은 한 달음에 달려가 바닷물을 벌컥벌컥, 들이켰어요.
사라졌죠, 바다도, 오아시스도, 소년도, 추억도.
모두모두 바늘같은 모래 아래로 사라졌어요.
그리고 사람들은 그 위를 꾹꾹 밟으며 말 했죠,
먼 옛날 여기는 사막이 있던 자리라고.
말레이시아 국기는 이렇게 생겼음. 사진작가가 국기 찍었다고 하면 국기 찍은 줄 아셈! ㅡㅅㅡ+
그녀들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을거야.
어쩌면 한 친구가 오랜동안 사귀던 애인과 헤어졌는 지도 모르지.
그래서 다른 친구들이 여행을 제안했고,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중에 한 친구가 이렇게 외친 거지.
"멜랑콜리 하니까 멜라카!"
그래서 그녀들은 여행을 떠난 거야.
여자 셋이 낮에는 구경다니고, 밤에는 접시를 깨 보자며.
그런데 헤어진 남친이 사실은 그들을 몰래 따라왔고,
그날 밤 하나씩 죽어나가는데, 사실 그 남친은 뱀파이어...
(더 하길 바래? ㅡㅅㅡ;;; 메이비 투 비 컨티뉴드)
공원 한 쪽 구석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관광객들을 구경하던 한 아저씨. 뭔가 팔려는 장삿꾼도 아니었고, 거지는 더더욱 아니었어. 이 아저씨에게도 나름의 사정은 있겠지.
어쩌면 사실은 작은 회사 사장님. 여느 때처럼 평온한 아침을 맞이하고 더운 날씨에 조리 신고 여느 때처럼 회사를 나갔을테지. 그런데 갑자기 불어닥친 환율위기와 세계적 공황. 회사는 하루아침에 부도가 나버렸고, 졸지에 출근하자마자 실업자 신세.
갑갑한 마음 달래려고 찾아온 공원은 평소와는 달리 관광객들로 붐비는데, '나도 한 때는 코리아 같은 데로 여행 다니며 사진 찍고 한 적 있었지'라며 과거를 회상하는 거야. 이제 어떻게 먹고 사나라는 질문은 잠시 뒤로 한 채, 멍하니 비현실로 빠져드는 아저씨만의 시간. 이 때 만큼은 세상도, 사회도, 가족도, 자신조차도 모두 잊을 수 있는 시간.
하지만 문득 현실로 다시 돌아와보면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 막막하고 딱하기만 해. 아저씨는 다시 생각하지. '아아... 내가 이러려고 지구에 온 건 아닌데'. 아저씨는 다시 안드로메다로 돌아갈까 심각하게 고민중.
빈 수레를 설렁설렁 끌고 다니며 보이는 사람마다 트라이쇼에 타라고 호객하는 아저씨. 그리고 그 호객을 아무 대답 없이 무시해버린 서양인 청년. 휑하니 스쳐지나는 트라이쇼. 그런 트라이쇼를 찍는 청년. 저 청년에게도 나름의 사정은 있겠지.
청년은 군대에 있었어. 나름 강한 남자가 되어보자는 생각으로 간 군대. 어느날 시커먼 사람들이 오더니 넌 특등사수니까 특수부대로 전입가게 됐다며 짐을 싸라했지. 짐 싸서 군용 수송기에 올라탔어. 어딘지 모를 곳으로 한참 가서 내려보니 이라크. 피 비린내 나는 전장 속에서 이건 아닌데 하며 낮이며 밤이며 고뇌와 번민을 하던 청년은 결국 탈영을 한 거야.
하지만 그 황량한 중동지역에서 벗어날 길이라곤 없어. 엄청난 생존기술로 사막을 지나고 국경을 넘고 몇몇 나라를 통과했지만, 결국은 비밀 첩보부대에게 잡히고 말지. 잡혀간 청년에게 국장이 말 했어. 지금 시대에 너 같은 청년은 보기 드물다. 생존능력도 뛰어나고, 그 정도면 탁월한 스파이 기술도 이미 있다. 그러니까 넌 감옥을 가든지 스파이를 하든지 택하라.
스파이를 택한 청년은 동남아시아의 이름도 처음 듣는 어느 도시로 파견되었고, 그 곳에서 하는 일은 최대한 많은 관광객들의 사진을 찍는 일. 사진은 통신위성에 바로 전송되고, 분석팀이 분석해서 청년에게 다시 특정 인물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촬영하라는 지시가 떨어져. 불특정 다수의 동선을 파악하는 빅 브라더 세계인 추적 프로젝트의 일부분이지.
(이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면 블로그에 댓글 백만개를 다시오. ㅡㅅㅡ/)
이 사진 제목은 '자본주의'.
브이자를 그리며 단체촬영을 하고 있는 단체 관광객들 옆에서 애써 태연한 척 하며 아줌마가 거리 청소를 하고 있어. 아줌마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아... 더워라, 빨리 일 끝내고 집에 가서 수영장에서 수영해야지. 백 평 밖에 안 되는 우리집도 청소 못 하고 있는데... 아아, 청소부는 취미생활로 하기는 무리였나."
큰 나무 앞쪽에 놓여있는 조명들이 밤이면 밤마다 나무를 괴롭혀. 낮에는 관광객들의 사진 배경이 되느라 쉴 틈 없고, 밤에는 초록색 조명등 비춰져서 구경꺼리가 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자.
백 년 정도, 그리고 그 이상 된 오래된 나무들은 서로서로 텔레파시로 대화를 하지. 그들은 서로를 거쳐서 지구상 모든 나무들과 교신을 할 수 있어. 시골이나 정글 깊이 있는 나무들은 온화한 성품 때문에 교신에 별다른 흥미를 가지지 않았지만, 도시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나무들은 모두 교신에 응답을 했지. 나무들은 이제 곧 엡타신 포자를 퍼뜨리려 하고 있지. 미세한 가루가 지구 반대편의 빛들을 끌어모아 어두운 곳에도 모조리 빛을 비추게 하는 거야. 그러면 지구는 오래오래 낮만 계속되고, 인류도 나무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고통을 받게 되지. 이제 복수의 그날이 다가오고 있어.
멜라카 시내 한 쪽에는 남산타워처럼 생긴 구조물이 있다. 타워라기보다는, 놀이동산에서 볼 수 있는 자이로드롭과 더욱 흡사한데, 자이로드롭처럼 올라타면 빙빙 회전하면서 서서히 탑 꼭대기로 올라간다.
자이로드롭과 모든 방식이 똑같지만 크게 다른 것은, 맨 꼭대기에 올라가서도 갑자기 휙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 이건 놀이기구가 아니라 관람용 전망대니까. 내려 올 때도 천천히 빙빙 돌면서 내려오는 안전한 기구.
가격이 좀 비싸서 망설였지만, 밤에 한 번 타 보고는 낮에도 타 보고 싶어졌다. (20링깃) 결국 낮에는 못 타 봤지만.
땅바닥에 내려와 있는 저 방(?) 안에 들어가서 기다리면, 시간 되면 안내방송 나오고 문이 닫히고 서서히 빙빙 돌면서 탑 꼭대기로 올라간다. 맨 꼭대기에서 멜라카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음. 탑승하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연인들은 저쪽 구석에서 쪽쪽거리고... ㅡㅅㅡ;
놀러 나온 어린애들은 엄청 타고 싶어하는 선망의 눈망울을 반짝거리지만, 20링깃이면 그들에게 꽤 많은 돈. 세상이 그런 거지, 호기심 왕성하고 경험해서 도움이 될 만 한 나이에는 돈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 하고, 돈 좀 있어서 경험 해 볼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모든게 시시해져 버려서 아무 감동도 못 받고.
어쨌든 이 사진은 분위기가 어쩐지 20세기 소년 같은 분위기라고 생각되는데... 아님 말고. ㅡㅅㅡ;;;
돈다, 돈다, 내려다 본다, 내려다 본다, 그걸로 끝.
이것이 멜라카 시내.
중심가 반대편 쪽 멜라카. 가까이 보이는 저 수영장은 공공 수영장. 물론 돈(!) 내야 들어갈 수 있다.
이제 쇼핑몰 지나서 다시 차이나타운으로.
이 쇼핑몰은 에어컨 바람 쐬는 용도로도 쓰이지만, 시내에서 차이나타운 쪽으로 갈 때 지름길로도 쓰인다. 쇼핑하는 용도로는 절대 안 쓰임. ㅡㅅㅡ;;;
멜라카 차이나타운 야시장.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 밤까지 매일 밤에 야시장이 선다. 평일엔 밤에 가 봤자 아무것도 없음.
차이나타운은 야시장이 서면 그나마 볼 만 하다. 기념품 말고도 이것저것 살 것들이 좀 눈이 띄고, 먹거리들도 많이 나오고, 사람도 많기 때문.
참고로 야시장은 야한 시장이 아니다. ㅡㅅㅡ;;;
야시장의 활기찬 모습. ㅡㅅㅡ
야시장엔 이런 노점상이 있다. 이런 것도 판다라는 용도로 찍은 거임. 여기 야시장은 쵸큼 착한 듯(?). ㅡㅅㅡ;;;
야시장이 서면, 차이나타운의 공식 입구(?) 쪽에는 무대가 서고 노래자랑이 열린다. 야시장 구경하면서 한 열 명 정도 노래부르는 걸 들었는데... 여기 야시장 매상 올리고 싶다면 이 노래자랑 없애야 할 듯. 노래가 다들 '꽤애애애액-'이라서 야시장 구경 할 맛 안 남.
어쨌든 야시장이 서는 날이면 차이나타운 주변에는 관광버스들이 막 서 있다. 대체 어디서 나타난 단체 관광객들일까. 야시장만 구경하고 어디론가 가는 것 같은데...
야시장이 서면 평소엔 문을 잘 안 열던 가게들도 문을 연다. 멜라카 차이나타운엔 주 3일(금토일) 근무하는 가게들이 많은 듯. 어쩌면 평일엔 회사 다니고 주말엔 야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름 괜찮은 생각인 것 같은데...
야시장이 서면, 평소엔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거리던 카페나 술집은 오히려 한적해진다. 다들 야시장 가서 노니까 손님이 없을 수 밖에. 그래도 밤이 깊어지면 또 북적거리지만. 아아... 정녕 먹고 마시는 것 말고는 없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