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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랑카위에서의 다섯시간 - 2008 동남아 삽질 여행 22
    해외여행/동남아 2008 2008. 12. 12. 18:40

    2008 동남아 삽질 여행 22

    랑카위에서의 다섯시간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선풍기로는 감당하기 너무 더운 날씨여서 그랬는지 간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다.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새다시피 하고, 일찍 일어난 김에 랑카위를 가기로 했다.


    페낭에서 랑카위 가는 페리 터미널은 시계탑 로터리 근처에 있다. 아침 8시 15분과 8시 30분 배 두 개 뿐. 그러니까 페낭에서 랑카위를 가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난 아침잠이 많은 편이어서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그런데 어쩌다 일찍 깨는 바람에 가 볼 수 있게 된 것.

    8시 15분 배는 랑카위 직행이다. 당연히 이 배를 타는 게 좋은데, 이 배는 여행사에서 패키지나 단체로 표를 끊은 관광객들을 우선 태웠다. 물론 며칠 전부터 예매를 했다면 이 배를 탈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당일 아침에 바로 가서 표를 끊었기 때문에 이 배를 탈 수 없었다.

    랑카위 가는 배 티켓은 페리 타는 곳에서는 살 수 없다. 그 근처 여행사를 이용해야만 하는데, 가격은 다 똑같다. 8시 반에 출발하는 배 표를 60링깃 주고 샀다. 출발시각은 8시 30분이었지만, 기다리던 승객들이 다 탔다 싶어서인지 좀 빨리 출발했다.



    (페낭에서 랑카위 가는 배는 아침 8시와 8시 반 딱 두 편 뿐이다. 배는 좀 낡았고, 시간은 2시간 반 정도 걸리지만, 파도가 높지 않아서인지 멀미를 그리 심하게 하지는 않았다. 내려서 조금 어지러운 정도. 정 안되겠다 싶으면 배 운행 시 윗층 갑판에 나가 있어도 된다. 승무원이 그러던데, 이 바다에는 상어가 있기 때문에 타이타닉 같은 포즈 흉내내다 빠지면 책임 못 진단다.)



    (창 밖으로 보이는 랑카위 섬. 페낭에서 랑카위 섬으로 가는 배를 타면 별다른 절차 없이 바로 터미널 내부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사툰에서 랑카위로 가는 배는 입국 수속과 세관 철차를 거쳐야 하는데, 아주 작고 단순한 형태라서 간단하게 끝난다.

    터미널로 나가는 길목에 숙소 삐끼나, 택시기사들, 여행사 직원 등이 호객을 하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하고 쓸모 있는 사람은 랑카위 지도 나눠주는 사람. 잘 보고 무슨 전단지같은거 나눠주면 꼭 받자. 못 받아도 터미널 내부에 안내데스크에서 받을 수 있어서 별 상관 없기는 하다.)



    8시 조금 넘어서 출발한 배는 어느 섬 하나를 들렀다가 12시 즘 랑카위에 도착했다.

    랑카위 섬도 페낭처럼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다. 랑카위는 태국의 사툰이라는 동네에서 바로 가는 직항 노선이 있기 때문에, 휴양지로는 페낭보다 더 유명하다고 한다.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등의 관광객들을 많이 끌어모으기 위해서인지, 랑카위는 섬 전체가 면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래서 랑카위 섬 안에서는 콜라를 하나 사 마셔도 면세 가격으로 살 수 있다.

    또 랑카위는 페낭보다 더 아름다운 해변과 때 묻지 않은 자연경관을 간직하고 있어서, 스쿠버 다이빙, 제트 스키, 스노클링, 윈드서핑, 골프 등의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랑카위 섬 주변에 작고 아름다운 섬이 많아서, 여러 섬들을 둘러보는 투어도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는 당연히 돈이다. 섬 내 숙소들도 그렇고, 다양한 놀이들도 그렇고, 심지어 택시비까지도 한국 물가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을 만큼 비싸다. 물론 제주도만큼은 아니니까 해양레저를 즐기러 간다든지, 휴양 차 갔다면 즐겁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랑카위는 최소한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섬은 아니다. 



    (랑카위 전설공원 입구. 랑카위 섬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을 주제로 조각들이 세워져 있고, 내부에는 인공해변과 인공폭포도 있을 정도로 넓은 곳이라고 한다. 흥미는 있었지만 너무 더워서 패스. 낮 시간에 나다닐만 한 곳이 못 된다.)



    (페리 터미널에서 콰 타운 사이에도 숙소들이 많이 있다. 교통이 불편하고 시내와 떨어진 만큼 가격은 싸다고 한다. 신혼여행 온 한 말레이시아 신혼부부도 콰 시내가 아닌 변두리 쪽에 숙소를 잡았는데, 그 쪽이 싸서 그렇다고. 근데 변두리에 숙소를 잡으면 밥 먹을 때마다 1~2 킬로미터씩 걸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알 하나 모스크. 처음에는 식당이나 쇼핑몰인 줄 알았는데 진짜 모스크란다. 금요일엔 많은 이슬람 신도들이 찾아온다고 함.)







    배에서 내리면 바로 랑카위 터미널을 통해 밖으로 나갈 수 있는데, 이 터미널엔 스타벅스도 있을 정도로 여러가지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물론 처음 딱 나가면 제일 먼저 반겨주는 사람들은 택시기사들. '콰 타운'이라는 시내까지 약 3킬로미터 정도 가는 데 10링깃 정도 받는다.

    '콰 제티 포인트'라고 불리는 페리 터미널에는 환전소도 있는데, 겨우 3킬로미터 떨어진 시내에 비해 환율이 너무 안 좋다. 페리 터미널에서 달러당 3.30링깃을 환전해 줄 때, 콰 시내에서는 달러당 3.45링깃에 환전을 해 줬다. 물론 같은날 페낭 시내의 환율은 달러당 3.51링깃이었다. 마음에 드는 곳에서 환전 하시기 바란다.



    랑카위에서 페낭으로 가는 배는 오후 2시 30분, 5시에 있었고, 랑카위에서 태국의 사툰으로 가는 배는 오전 9시 30분, 오후 1시 30분, 5시 이렇게 있었다.

    그러니까 태국에서 배를 이용해서 랑카위와 페낭을 들어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랑카위에는 태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위한 입국수속과 세관이 (한가하게) 준비 돼 있다.



    (랑카위 섬의 콰 타운은 거의 쇼핑을 위한 마을이라 할 수 있다. 시내 중심부에 상가들이 주루룩 모여 있는데, 대체로 취급하는 상품들은 다 비슷비슷하다. 물론 모두 면세가격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한국에서 출국할 때도 마찬가지인데, 면세품이 무조건 싼 것은 아니라는 것. 면세품은 말 그대로 세금이 면제되는 상품이지, 마진이 안 붙는 상품은 아니다. 마진을 세금만큼 붙여버리면 면세품이 오히려 더 비쌀 수도 있다.

    실제로 한국 면세점에서 한국과 관련된 기념품, 예를들어 나무로 된 수저세트라든가, 지갑같은 것들의 가격을 보면 대체로 인사동보다 비싸다.

    그리고 이번여행을 위해 출국할 때, 환율이 1달러 당 1500원을 찍었을 때, 인천공항에서 담배가격을 봤더니 시중보다 비싼 가격이 돼 있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 물론 한시적인 대책으로 내국인들은 10% 싸게 해 줬다.

    특히 태국의 공항 면세점은 그냥 백화점이다. 똑같은 물건을 시내의 일반 가게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훨씬 비싸게 판매하는데, 캔 콜라의 경우는 3배나 비싼 가격에 팔고 있었다.

    그래서 결론은, 랑카위는 섬 전체가 면세구역이고, 콰 타운의 모든 가게가 면세품을 팔고는 있지만, 담배를 제외한 대부분의 물건들은 가게마다 값이 다르다는 것.)



    (말레이시아를 여행하기 전에 랑카위를 들렀다면, 랑카위에서 살림 장만하고 떠나는 것도 좋을 듯.)







    물론 랑카위가 면세구역이라곤 해도, 공산품들이 태국보다 많이 싸지는 않다. 담배의 경우는 태국과 비슷한 가격수준이고, 다른 공산품들도 태국보다 조금 싸거나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니까 태국에서 여행 가는 사람들에겐 면세라는 것이 딱히 별 의미가 없다. 단지 태국 물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쇼핑을 하고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다는 정도.

    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 랑카위를 간다면 얘기가 좀 틀리다. 7.5링깃짜리 담배가 면세가격으로 4링깃에 살 수 있을 정도니까, 거의 1달러나 싸게 살 수 있는 셈이다. 하다못해 KFC에서 버거 하나를 사 먹어도 면세가격이 적용되니까, 말레이시아에서 넘어간다면 면세의 혜택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랑카위 가실 분들은 이 옷가게 기억해 두면 좋을 테다. 예쁘고 값 싼 옷을 팔아서 그런게 아니라, 이 옷가게에서 환전을 해 주는데 랑카위 콰 타운 내에서는 가장 환율이 좋다. 아마도 랑카위 내에서 가장 환율이 좋지 싶다.)



    (콰 타운을 한바퀴 다 돌았지만, 거리에서 사람 모습을 찾기는 힘들었다. 아마 다들 더워서 건물 내부에 있는 듯. 더욱 이상한 것은 여행자도 하나도 볼 수 없었다는 것. 다들 유명한 해변에 가서 노닥거리고 있는 건지... 어쨌든 썰렁한 마을이었다.)



    (이름은 까먹었는데 랑카위에서는 꽤 유명한 호텔이라고 한다. 멀리서보면 유럽풍의 깨끗한 건물이 인상적인데, 가까이서 보면 창틀부터 시작해서 꽤 낡은 건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프로모션 중에 객실 가격이 120링깃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페리 터미널에서 콰 타운까지 한 시간에 걸쳐서 걸어갔는데, 콰 타운은 랑카위에서 가장 번화한 동네라고 한다. 그래서 나름 쇼핑몰도 있고, 아케이드 식 시장도 있고, 호텔들도 많이 들어서 있다.

    하지만 거의 절반 정도의 가게들이 모두 문을 닫은 상태. 낮에 가서 그런 건지, 비수기라 그런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사람도 별로 없고 노점상도 별로 없다. 콰 타운 내에서는 딱히 먹을 곳이 없어서 패스트푸드 가게를 가야 할 정도다.



    휴양지로 널리 알려진 해변으로는 판타이 세낭, 판타이 텡가, 탄중 루, 다타이 베이 등이 있는데, 콰 타운에서 가까운 탄중 루나 판타이 세낭 정도를 간다고 해도 택시들은 편도 30링깃 정도를 부른다. 10킬로미터 가는 데 거의 10달러를 내야 한다는 의미. 게다가 숙소도 대체로 60링깃 이상 정도의 가격선이었기 때문에 하루를 묵어갈지 어쩔지 좀 고민을 했다.

    하루를 묵어 간다면 아무래도 콰 타운 내에만 있을 게 아니라 해변 구경을 갈 테니까, 왕복 택시비가 깨 질 테고 그러면 또 안 좋은 환율로 환전을 해야만 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랑카위는 그닥 있고싶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어쩌면 이미 지쳐서 그런지도 모르겠고, 어쩌면 이미 오밀조밀하면서도 예쁘장한 페낭에 맛을 들여서인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더운 날씨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겠다는 이유가 가장 크게 작용했겠지만.

    그래서 콰 시내에서 대충 쇼핑만 좀 하다가 다시 페낭으로 돌아왔다. 유명한 유럽 초콜렛들이 한국보다 절반 이상 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으니까, 그런 것들을 주섬주섬 주워 담고 두 손 가득 들고 마치 쇼핑 온 사람처럼 섬을 떠났다.



    (아무도 없는 아케이드식 시장. 손님 뿐만 아니라 가게들도 반 이상 문을 닫아놓고 있었다. 유일하게 사람이 붐비는 곳은 KFC. 말레이시아의 KFC에는 닭과 밥을 접시에 함께 담아주는 메뉴가 있는데, 나름 괜찮은 메뉴였다. 한국에서도 그런 메뉴가 들어오면 좋을텐데 싶을 정도로.)



    (콰 타운에서 약간 변두리 쪽에 있는 쇼핑몰. 그냥 잡다한 것들을 판다.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이라고는 악세사리류 정도.)



    (쇼핑몰 들어가는 입구쪽으로 쇼윈도가 있는 어느 가게. 아이스크림 파는 가게인 듯. 의자가 너무 편해보였다. 옆으로 흔들흔들~)



    (쇼핑몰 입구엔 택시들이 서 있는데, 쇼핑몰 출입구 바로 앞에서 티켓을 사서 가는 방식이었다. 승합차도 택시라고 써 붙여져 있는 걸 알 수 있다.

    나중에 콰 타운에서 페리 터미널로 나올 때는 지나가는 승용차가 서길래 집어 타고 갔다. 물론 돈 내야 한다. 타기 전에 돈 내야 한다고 말 하더라. ㅠ.ㅠ

    랑카위의 모든 차들은 택시라고 생각하면 되는 걸까. 사실 페리 터미널에 내려보면 이 조그만 섬에 무슨 택시가 그리 많은지, 넓은 주차장을 택시들이 꽉 메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루에 승객 한 명이나 태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람은 없고 택시는 많았다.)



    (쇼핑몰 내부. 손님이 없어서 그런지 에스컬레이터도 힘이 없고, 에어컨도 희미하다.)






    (오후 늦게 비가 왔다. 아침부터 먹구름이 덮여 있긴 했지만 내내 찌뿌둥하기만 하던 하늘에서 드디어 내리는 비. 말레이시아에서 비를 맞아 보면, 빗물이 차갑다는 고정관념을 깰 수 있다. 하늘에서 온수가 떨어져요~ ;ㅁ;)



    (나름 조형물도 세우고, 화단도 가꿔서 마을이 예쁘게 보이도록 신경 많이 쓰고 있는 듯.)






    (실수였다. 아무래도 돈 쓰기 싫으면 랑카위를 가면 안 되는 거였는데. 그리고 어차피 태국을 갈 거라면 랑카위에서 사툰으로 갔으면 됐을 텐데. 사실 태국의 사툰이라는 낮선 곳에 가서 또 헤매기가 싫었다. 이미 지칠대로 지쳐 있어서 흥이 나지 않았다. 

    마음 한 구석이 텅 비어있는 느낌. 머릿속이 멍한 느낌. 어딘가 자꾸 걸리고 걸려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느낌. 이제 더는 힘들구나, 지쳤구나라는 느낌.)
     





    (콰 타운에서 랑카위 페리 터미널로 가려면 이 다리를 지나야 한다. 그늘이 별로 없어서 낮에는 햇볕때문에 걸어다니기 힘들었다.)



    (바다로 흘러가는 도랑물.)



    (콰 제티 포인트라고 불리는 페리 터미널에는 이런 부스들이 쭉 늘어선 곳이 있다. 각 부스마다 다른 상품과 다른 티켓을 파는데, 사진에 보이는 부스는 태국의 사툰 SATUN 이라는 곳으로 가는 배표를 파는 곳. 랑카위에서 태국으로 바로 가려면 이 곳에서 표를 사면 된다.

    랑카위에서 페낭으로 가는 배표는 이 부스에서 좀 떨어진 다른 부스로 가야하는데, 부스 앞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가르쳐 준다(물론 창문을 보면 써붙어져 있다). 이외에도 각종 패키지 투어나 해양스포츠 상품 등을 파는 부스도 있다.)



    (페낭과 랑카위를 오가는 페리 내부.)






    (다시 페낭. 페낭에 며칠 있다보니 있을 거 있고, 한적한 곳도 있는 페낭이 더 정이 들었다. 여행자들도 적당히 있고, 노점상도 적당히 있고, 현지인들도 적당히 있고.)




    5시 배를 타고 다시 페낭에 도착하니 8시 정도. 의미없는 랑카위 마실에서 남은 건 초콜렛 뿐. 이후 초콜렛은 매일 질리도록 먹을 수 있었다.

    어제 더위로 잠을 설친 기억때문에 오늘은 또 좀 비싼 호텔을 찾아갔다. oriental hotel, 한자로는 동방호텔이라고 쓰여져 있는 곳. 75링깃.



    호텔에 누워 가만히 생각해보니, 차라리 이 가격이면 랑카위에서 하루 묵고 태국으로 넘어갈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더위때문에 사고가 정상이 아닌 듯. 빨리 이쪽 동네를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한 건 바로 그 때였다. 의미없이 돈만 축내고, 더위때문에 몸도 축나고 있는 상황. 더위때문에 먹어도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것은 좋을지 모르겠지만,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 없다는 건 정말 큰 문제였다. 한 며칠 내내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비싼 호텔에 묵을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못 할 것 같다면 빨리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이 낫다는 결론.

    이제 페낭에서 마지막 날이다하면서 시원하게 편안한 호텔에서 숙면을 취하고 내일 태국으로 상쾌한 여정을 시작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날 밤도 문제가 있었다. 그 호텔 앞쪽인가 옆쪽인가에 라이브카페가 있었는데, 그 카페에서 밤부터 어떤 중국인 아저씨가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것.

    보통 그런 데 나와서 노래 부르는 가수들이라면 어느 정도 실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 여기는 정말 아무나 가수 시켜 주나보다. 정말, 뭐랄까, 한 마디로 표현해서 그냥 바보같은 목소리랄까. 크랜베리스의 좀비를 부를 때는 '이야에, 이야에 (in your head)'라면서 괴성을 질러댔는데, '이야에'를 '파미레'에 맞춰서 한 번 불러보시라, 거기다가 그걸 악을 쓰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을테다, 마치 개그맨이 일부러 사람들 웃기려고 목소리도 이상하게 해서 노래 부르는 것 같은 느낌. 그 분 노래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해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사실 하나는, 노래 하나하나 끝 날 때에도 박수소리가 전혀 안 들렸다는 것. 보통 예의상이라도 쳐 줄 텐데... 아, 나 같으면 쪽팔려서 그냥 내려갔겠다. 어쨌든 그 목소리를 새벽 2시까지 듣고 있어야 했다. 차라리 출리아 거리의 싸고 허름한 숙소가 최소한 소음은 없어서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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