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검사를 몇 번 받기는 했지만, 초음파나 심전도(?) 이런 걸 받아보기는 처음이었다. 말로만 듣던 최첨단 의료시설(?)을 접하니, 뭔가 제대로 검사를 받는 느낌이 들긴 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했던 그 수많은 신체검사들은 다 야메였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ㅡㅅㅡ;
어쨌든 신체검사. 나같은 인간은 웬만해선 일어날 수 없는 꼭두새벽에 실시해서는, 늘 신체검사만 하면 시력은 평소보다 엄청 안 좋게 나온다. 잠 깬지 얼마 안 되는 퉁퉁 부은 눈으로 시력검사 하는데 제대로 나올 리가 없잖아! ;ㅁ;
게다가 신체검사에서 가장 싫어하는 피 뽑기. 이번에는 무슨 에이즈 검사까지 한다면서 피를 세 번이나 뽑고... 흑흑 OTL.
빈혈인 사람한테 피 뽑기란 피 짜내기다. 헌혈할 때 가만히 누워서 피 뽑을 때도 보통 사람들의 세 배 넘는 시간동안 누워 있어도 보통 사람들보다 적은 양의 피가 나오는데, 거기다 대고 피를 쥐어 짜서 뽑아내니 신체검사만 하고나면 피가 모자라~~~!!! 니들이 빈혈의 고통을 아니!!! 엉엉 ;ㅁ;
내 피같은 피를 돌려줘! 헌혈이라면 영화표라도 받잖아, 이건 뭐니, 돈 내고 피 주고. 완전 손해보는 장사잖니. 이런걸 왜 하니. 내 돈 내고는 절대로 못 할 짓이잖니. 아아... 내 피, 내 피, 내 피 아까워 죽겠네. 그 정도 양을 만들려면 통닭 이 천 마리는 먹어야 할 텐데. 으앙!!!
어쨌든 처음 해 보는 최첨단 검사들은 좀 감격스럽기까지 했지만, 아아 처음 보는 처자들의 손길이 내 몸을 어루만지다니... ;ㅁ; 아아, 이건 좀 아니잖아요, 이건 좀 아니잖아요, 이건 좀 아니잖아요!!! ;ㅁ;
어쨌든 그런 역경을 모두 딛고, 드디어 마지막 코스에 이르렀다. 언제나 신체검사할 때 마음에 안 들면서도, 의문스럽기 짝이 없는 소변검사.
아니 정말 대체 다른 사람들은 어찌 저렇게도 소변을 잘 받아 오는 거지?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3분 안에 척척 잘도 받아오네. 아 정말 신기하고 신기하고 신기한 일일세. 아침부터 쭉 참고 있었던 건가, 아니면 오줌 눠야지 생각만 하면 줄줄 나오는 건가. 아아 뭔가 이상해, 이런 것들을 볼 때면 난 정상인이 아닌 것 같아. ㅠ.ㅠ
안 나오면 물 좀 마시고 해도 된다고 해서... 물 0.5 리터 정도 마시고 결국 성공. 흑흑 ㅠ.ㅠ 소변에 물 성분만 잔뜩 나오겠네. ㅡㅅㅡ;
점심시간 다 됐다고 마감해야 된다면서도 마지막 상담은 꼭 하고 가야한단다. 아 그냥 보내주지 좀, 상담해야 된다고 해서 또 삼십 분 넘게 앉아서 기다렸다. 뭔가 좀 권위있으신 듯 한, 의사라는 칭호를 붙여야 할 듯 한 분이 앉아서 상담이라고 해 주시는데, 정말 딱 이렇게 말씀 하셨다.
"잘 보이고, 잘 들리고, 손가락 발가락 다 잘 움직이죠?"
"네."
끝.
뭔가 허전해서 일어나면서 이렇게 말씀 드렸다.
"저기... 새끼발가락은 잘 안 움직이는데요..."
그랬더니 빨리 나가라는 손짓만 해 주신다.
흐음... 새끼발가락이 잘 안 움직이는 건 정상에 속하나보다.
신체검사 두 번만 했다간 사람 죽겠다. 후유증으로 지금 어질어질 쓰러질 듯 하다. 피가 모자라!!! 오늘 밤 거리로 뛰쳐나가 누군가의 피라도... ㅡㅅㅡ;;;
p.s.
이상하게도 병원만 갔다 오면 감기에 걸린다. 문병이든, 예방접종이든, 신체검사든 뭐든 간에, 병원만 갔다오면 이런 증세라니. 이것도 무슨 병인가. 내게 병원은 병을 낫게 하는 곳이 아니라, 병의 원인이 되는 곳일 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