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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낌없이 태운 푸얼차
    웹툰일기/2010 2010. 2. 24. 13:18




    푸얼차(puer tea, 普洱茶)는 한국어로 '보이차'라고 한다.

    옛날, 고원지대에 사는 티벳 사람들에겐 여러가지 영양보충 수단으로 
    이 푸얼차가 생활의 필수였다. 

    그래서 티벳 사람들은 지금의 중국 윈난성 쪽으로 이 푸얼차를 구하러 갔고,
    당연히 공짜로 주지는 않으니까 고원지역의 힘 쌘 말과 소금을 갖다주고 교환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길이 바로 '차마고도'인데,
    지금 중국의 윈난성, 쓰촨성에서 부터 티벳을 지나 네팔, 인도까지 연결되는
    기나긴 길이고, 실크로드보다 먼저 생긴 길이라 한다.

    티벳 사람들은 최근까지도 이 차마고도를 이용해서 근 한 달의 여정으로,
    티벳에서 윈난까지 차와 말을 교환하기 위해 험난한 길을 걸었다.

    하지만 몇 년 전 내가 이 지역을 여행할 때는 이미 중국 정부에서
    차마고도를 따라 큰 길을 만들었다. 
    난 만든지 얼마 되지 않은 그 길을 따라 버스를 타고 꼬박 3일을 달려
    티벳 라싸에서 윈난성 쿤밍까지 여행 했었다. 

    유명한 다큐멘터리 차마고도는 내가 여행을 끝내고 일 년 즘 뒤에 나왔는데,
    마지막 편 즈음에 길을 만들기 위해 화약으로 산을 깎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촬영은 오래전에 해 놓았는데 세상에 내 놓기까지 시간이 걸린 모양이다.



    어쨌든 중국 정부의 관광상품 개발 정책과 함께, 티벳지역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푸얼차가 거의 만병통치약인 것 처럼 설명되기도 하는데, 그래봤자 차는 차일 뿐.
    고원지대 사람들이 영양보충을 위해 마셨다는 것이 특이할 뿐이지 그냥 보이차다.

    단지 좀 다른 점이라면, 한국에서 맛 볼 수 있는 고만고만한 보이차와는 다른,
    차 맛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이건 다르다'라고 느낄 수 밖에 없는 그런 보이차가
    윈난성 쪽에서는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



    나는 윈난성의 다리(大理)시 난젠 근처에서 푸얼차를 샀다.
    이 지역에는 '펑황차창'이라는 푸얼차 생산 공장이 있는데,
    이 차창(차 공장)에서 생산한 푸얼차가 2009년 중국 건국 60주년 기념용으로
    납품된 차다. 공장 자체도 중국 공산당에서 관리하고 있을 정도로 인정된 곳.

    그 지역 소수민족인 '이족' 아줌마들에게 묻고, 흥정하고 해서 여기저기 
    기웃기웃하다가 딱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았는데, 이 아줌마 말발이 또 장난 아니었다.

    "어차피 갓 나온 푸얼차는 다 거기서 거기다. 세월 좀 지나면 상급품이 되긴 하지만,
     나온지 1~3년 정도 밖에 안 되는 푸얼차는 굳이 비싼 돈 주고 살 필요 없다.
     집에 갖고 가서 묵혀서 상급품으로 만들면 된다."

    한국어로 이렇게 떠들어 주셔도 정말 대단한 말발이라 인정하겠는데,
    더 대단한 것은, 중국어 못하는 내게 이 말 뜻을 다 이해시켜 주셨다는 거다. ;ㅁ;/
    손짓, 몸짓, 필담 등 온갖 수단을 이용해서 정말 단어 하나하나 다 이해되게
    각인시켜 주셨던 아줌마, 당신은 진정한 상인~!!!

    사실 그런 말을 안 들었다 해도, 맛보기로 여러 차들을 우려 주셨는데,
    그 중 내 마음에 꼭 드는 차를 이미 찾았기 때문에 가격흥정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내가 고른 차는 옛날에 양귀비가 자주 마시던 종류라고 하시더군.
    우훗~ 역시 내가 미적감각이 쵸큼 있나봐~ ㅋ



    어쨌든 다도따윈 알지도 못하고 별 신경도 안 쓰던 내가,
    '첫 잔은 잔과 찻잎을 깨우고, 둘째 잔은 입을 깨우고,
     세번 째 잔부터가 진정한 푸얼차의 맛이다'
    라는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며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 푸얼차를 고이고이
    아껴가며 음미하며 그 여행을 곱씹고 추억하는 시간을 가지고 했었는데...

    덴장, 썩어버렸어! ;ㅁ;

    푸얼차의 하얀 곰팡이는 걷어내고 사용해도 된다는 말도 있긴 했지만,
    그거 다 걷어내는 것도 큰 일일 것 같기도 하고,
    이제 그 여행의 추억에서도 좀 벗어날 때가 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아낌없이 하얗게 태워버렸다.



    언제 한 번 다시 윈난성에 가서 푸얼차를 사야지. 
    이번엔 좀 더 쉽게, 좀 더 재미있게, 좀 더 잘 여행할 수 있을 테야.

    결론은, 윈난성 여자들이 예쁘다는 것. ㅡㅅㅡ/
    (이만하면 다시 여행해야 할 이유로 충분하고도 남지 않은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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