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사이 이런저런 행사를 통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됐다.
대학 졸업 이후 이렇게 계산 없이 순수한 만남을 대량으로(!) 가져본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 재미에 더욱 빠져들고, 빠져드니 또 더 만나게 되고 하는 순환의 연속.
각종 팸투어와 최근의 동피랑 벽화전, 그리고 또 다른 모임 등등 해서
한 달 사이 인사만 나눈 사람들만 수백명이다. OTL
물론 그 중에서 계속 연락을 주고받을 사람은 몇 안 되겠지만,
그래도 수십여 명만 기억하면 된다 해도 내겐 좀 버거운 일이다.
애초부터 사람 얼굴을 잘 못 알아보는 안면인식장애를 가졌기에,
옛날부터 '사람을 봐도 아는 척을 안 한다'라는 말을 자주 들어서,
어떻게든 사람들과 마주치는 걸 꺼리고 피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뻔뻔해진건지, 대범해진건지 모르겠지만,
그냥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
'나는 못 알아 보니까, 너네들이 나를 기억하시든지~'라고. ㅡㅅㅡ/
여기서 또 하나 안타까운(?) 점은,
서로서로 처음보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모임에 나갔을 때,
내가 상대방을 기억 못하고 헷깔리듯이 상대방도 나를 기억 못하고
헷깔려 했으면 딱 좋겠는데, 그게 또 그렇지가 않다는 것.
어째서... 어째서 사람들은 나를 한 번 보면 안 잊어버리는 거냔 말이다!!! ;ㅁ;
아, 정말, 농담아니고, 나도 한 때 평범하게 보이려고 노력 많이 했다.
근데 뭐 돈 없어서 꾀죄죄하게 해 다니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거고... ㅡㅅㅡ;;;
그것 말고도 뭔가 플러스 알파 베타 감마 시그마 제타가 있는 듯.
오죽했으면 몇 년에 한 번씩 가는 태국의 장사치들도 나를
단골이라고 알아봐주며 또 왔냐고 반겨줄까.
윽... 이건 좋은건지 나쁜건지... OTL
(죄 짓고 도망도 못 가겠군)
어쨌든 여러분, 제가 '누구신지?'라고 묻더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고, 다시 한 번 천천히 자기소개 하기~
장애를 가진 사람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해 보아요~
그래서 오늘의 결론:
내가 당신을 기억하지 못함을 탓하지 말고,
당신이 내 앞에서 스트립쇼를 하지 않았음을 자책하시오. ㅡㅅㅡb
(스트립쇼를 했어봐, 내가 기억 못 할 리가 없잖아?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