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들레김치

이걸 민들레 김치라고 불러야 할지, 민들레 무침이라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내 생전 이런 음식은 들어본 적도 없었던 터라, 처음 접했을 때는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어릴적에 합천 산골짝에 살아서, 동년배들에 비해 시골스러운(?) 것들을 좀 아는 편이다.
직접 소 꼴 먹이러 다니기도 했고, 쑥 캐서 떡도 해 먹고, 밥도 찌고, 모기불도 피웠었다. 
나락(벼) 줄기를 다듬어 소 먹이도 만들었고, 도리깨질도 했었다.
배 아프면 할매가 막걸리 먹여줬었고, 플라타너스 우거진 개울가에서 이도 혼자 뽑고,
커다란 연잎을 비 올 때 우산처럼 쓰고 다니기도 했고 그랬었다.

그런데 민들레 김치라니. 이런 건 정말 듣기가 처음이다.
봄에 진달래 꽃잎을 따 먹기도 했고, 나팔꽃 꼭따리를 쪽쪽 빨고 다니긴 했어도...

그 동네가 가난하지만 먹거리 걱정 없는, 평안한 동네라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워낙 산골짝이어서 할머니 말씀에 따르면,
일제시대 때도 순사가 딱 한 번 왔다갔다 한다.
6.25 때는 산 너머 뻥뻥하는 소리와 불꽃 보고 뭔 난리가 났나베 했다고... ㅡㅅㅡ;;;
아마도 이것저것 먹을 것은 많은 산동네라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민들레 김치는 옛날 가난할 때 먹던 추억의 음식이라 한다.
꽤 많은 어르신들이 옛날에 이 음식을 먹었고,
그 추억 때문에 요즘 민들레 김치가 은근히 인기가 있다 한다.

직접 먹어보니, 너무 쓰다.
장을 많이 두르고, 양념을 했는데도 씁쓸한 맛이 확 베여왔다.
쓴 맛과 풀 맛 말고는 딱히 다른 어떤 맛이 느껴지진 않았다.
아마도 좋은 음식들을 많이 먹고 자란 탓이겠지.

어느 세대건 추억들이 있게 마련이니까,
마치 우리 세대가 뻔데기를 추억하듯,
민들레 김치도 그런 어떤 의미가 아닐까 싶다.





* 물레방아 공원



화천 시내 한켠에는 넓직한 공원이 하나 있었다.
큰 물레방아 하나가 있어서, 이름도 물레방아 공원.

옛날부터 있었던 오래된 물레방아였다면 좀 더 의미가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이건 최근에 새로 만든 것이라 한다.
원래 옛날에 이 터에 물레방아가 있긴 했는데,
공원을 만들면서 이왕이면 세계에서 가장 큰 물레방아를 만들자 했다고.

아아... 세계최고, 동양최대, 감동의 물결이 밀려온다(?)...
(넥스트, turn off the TV 가사 중 일부).



근데 사실 그다지 감동스럽진 않았다.
난 그냥 시골 구석의 아담하고 정겹고 조그만 물레방아가 더 좋으니까.
아, 커다란 물레방아 하나 있구나 하는 정도.

공원 한 쪽 옆에는 광개토대왕비도 세워져 있었다. ㅡㅅㅡ;;;
실물을 그대로 본 따서 만들어 놓았다고...





* 산천어 공예방



물레방아 공원 근처에는 산천어 공방이 있었다.
낡은 첨탑으로 보아, 옛날에 교회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건물.
지금은 산천어 축제 때 사용하는 '등'을 만드는 공방으로 쓰이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할머니 삽십여 분이,
지난 산천어 축제 때 쓰였던 등을 뼈대만 남기고 해체하는 작업을 하고 계셨다.
다음 축제를 위해 해체 한 다음, 다시 종이를 붙여 새 등을 만드는 것.

이 공방의 작업은 주로 영세민이나 노인층을 대상으로 일을 준다 한다.
귀찮게 골치아프지 않으려면 업체 하나 떡하니 선정해서,
일 다 맡기고 편하게 거래하는 것이 낫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하지만 이왕 하는 행사, 마을 주민들에게도 이렇게 혜택이 돌아가니 참 좋은 일이다.
이런 부분은 다른 지자체에서도 좀 배웠으면 싶다.



그리고 조금 더 욕심을 낸 바램이 있다면,
이 공방 자체를 다시 관광자원으로 개발해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직접 등을 만들 수 있게끔 하면 어떨까 싶다.
요즘 여기저기서 많이들 하는 이른바 '체험여행' 말이다.

여기에 '이야기'를 조금 섞는 거다.
등을 만들어서 이름 쓰고 놔두고 가면 축제 때 걸어주는데,
산천에 축제 때 자기 등을 찾아서 본부에 들고 오면 상품 준다 라고.
혹은 축제 때 자기 등 찾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이런 거.
스토리 텔링이 뭐 별 거 있나, 뻥 좀 섞으면 스토리 텔링이지. 후훗~





* 양조장

알싸하면서도 달콤한 화천 막걸리.
요즘 막걸리 붐이 일고 있는데, 이건 참 좋은 현상이다.
사실 나는 외국인들이 '소주'보다는 '막걸리'를 우리 술로 알아줬으면 싶다.
막걸리야말로 세상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술이라고 자부할 수 있으니까.

화천에는 화천에서만 유통되는 '화천 막걸리'가 있었다.
오래되면 상하기 때문에 소량생산해서 화천에서만 유통된다고.
맛이 좋아 외부에서 일부러 먹으러 찾아오기도 한다고.



실례를 무릅쓰고 기별 없이 들이닥친 양조장.
그래도 양조장 측에서는 싫은 내색 없이 내부를 다 보여 주셨다.
양조장의 핵심인 숙성소도 보여주셨는데,
독에 1976년이라 적혀 있길래 저렇게 오래 묵은 술이 있나 싶었다.
알고보니 독이 그 때 거라고. 술은 삼 일 정도 숙성시킨다 했다.







숙성실에 있는 막걸리도 맛 보고, 지금 포장 주입하고 있는 막걸리도 맛 봤다.
내 입맛에는 숙성실 막걸리가 더 맛있었다.
요즘 막걸리들이 이상하게도 탄산이 좀 들어가 있는 듯 하고, 너무 달다.
숙성실에 있는 막걸리는 정말 옛날에 마시던 그 걸쭉한 막걸리 맛이었는데.
(다섯 살 때 이미 막걸리 맛을 알아버렸음. 막걸리는 음료수라구~! ㅡㅅㅡ;;;)

최근 어떤 맥주회사가 지하 이백 미터 천연암반수로 맥주를 만든다 광고하는데,
요즘은 막걸리도 그런 지하수 쓴다.





* 세상에서 가장 작은 대장간

화천 귀퉁이 어느 좁은 골목 구석으로 들어가니 조그만 대장간이 나왔다.
한 평 남짓 될까말까 싶은 좁은 공간에 차려진 대장간.
안타깝게도 주인장을 만나볼 수는 없었지만, 아직 실제로 일 하는 공간이란다.
이 곳에서 근 30년을 일 하셨다고.









아직도 직접 농기구를 만들어서 장에 내다 판다 한다.
기계가 발달한 세상이니, 손으로 그렇게 만들어 수지가 맞을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평생을 업으로 삼은 일이니, 할 수 있는 데 까진 하시겠지.

화천 어느 골목에서 이제 거의 사라진 아주 오래된 기억을 보았다.





* 군인 백화점

화천은 군인이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는다. 말 그대로 군사도시.
그런만큼 이 도시에는 다른 곳에는 없는 특이한 것이 있는데, 그게 바로 군인 백화점.

백화점이라고 해서 정말 무슨 빌딩에 백화점처럼 있는 것이 아니고,
그냥 군인용품 파는 가게 정도 된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규모가 꽤 큰 편이었다.



올해(2010년)부터 보급됐다 했던가. 이제 군복도 단추가 아니라 지퍼가 달렸다.
진작에 좀 달지. 지퍼 그거 얼마한다고 그 불편한 단추를... 으... ㅠ.ㅠ



군인 백화점은 정말 그 이름답게 없는 게 없다.
일반인도 구경하다보면 탐 낼만 한 물건들이 꽤 있었다.
내 경우는 휴대용 손전등과 배터리 충전기 같은 것들이 끌렸다.

일행 중에는 다른 것을 탐 내신 분들도 있었다.
수류탄을 달라 하니, 그건 군인에게만 파는 거라 한다.
덧붙여 요즘은 신병들도 여기서 소총을 사 간다고.
뒷뜰에 있는 창고에는 박격포도 있다 한다.
모두 군인 신분증을 보여줘야 살 수 있단다.
(으하하하하하- 뻥이야~ ^0^/)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