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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경강선 체험, 청량리 - 원주 만종역국내여행/강원도 2017. 12. 29. 20:27
12월 22일 KTX 경강선이 개통됐다. 이제 서울에서 강릉까지 KTX를 타고 직통으로 114분만에 갈 수 있다.
대략 2시간이면 강릉에서 바다를 구경할 수 있게 돼서 한 번 가볼까 했지만, 왕복 차비도 부담되고 시간도 별로 없고, 게다가 바다를 보기엔 너무 추운 계절. 그래서 일단은 맛보기로 가까운 곳을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원주 정도면 한 시간 남짓이니 적당한 거리였다.
청량리역에서 새벽에 출발했다. 새벽인데도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청량리역은 롯데백화점과 롯데시네마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어서 여러모로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신형 테블릿 열차표 판매기. 구형 기기보다 작고 심플하게 생겼다. 이때는 새벽녘이라 그런지 '업데이트 중'이라는 메시지만 나오고 기기를 조작할 수가 없어서 구형 기기를 이용했다. 이미 재미삼아 만져본 적은 있지만 신형 기기로 표를 사 본 적은 없는데, 언젠가 다시 기회가 있겠지.
기차 타는 곳으로 들어가면 앉아 쉬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도 나온다. 이쪽은 그냥 지나가는 통로인데도 상당히 넓다. 뭔가 이런저런 설치물을 좀 더 놔둬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건 평창 올림픽 기간 동안만 한시적으로 운영한다던데, 코레일 홈페이지에서 보면 지금 12월에도 표를 판매하고 있다. 이것도 어떻게 연결되는지 한 번 타보고 싶긴 한데, 공항버스나 전철보다 비싼게 흠이다. 서울역에서 인천공항 T1까지 KTX 편도 요금이 12,500원.
이제 개찰구가 딱히 없어서 그런지, 플랫폼으로 내려가는 계단 바로 앞에도 신형 매표기가 설치돼 있었다. 이쪽은 중앙선 전철역과도 바로 연결되어 있어서, 바깥으로 나가지 않아도 바로 개찰구로 나와서 기차표를 살 수 있다.
새로 복선화해서 개통된 경강선 KTX 노선은 이렇다.
서울역 - 청량리 - 상봉 - 양평 - 만종 - 횡성 - 둔내 - 평창 - 진부 - 강릉
사실 경강선은 원주부터 강릉까지인 듯 한데, 흔히 서울부터 강릉까지 노선을 사람들은 경강선이라 부르고 있다. 딱히 문제가 없거나 혼란이 없다면 그냥 그렇게 불러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일찌감치 내려가서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맛을 만끽해야지하다가 얼어 죽을 뻔 했다. 결국 다시 올라와서 실내에 잠시 머물렀다가 열차 도착할 시간에 맞춰서 내려갔다. 역시 이런 날씨에 바다 보러 가는 건 무리겠다.
사실은 KTX가 아니라 무궁화호를 탔다. 원주까지 가는데 굳이 KTX를 탈 필요는 없었으니까. 게다가 이게 가격도 싸고, 시간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청량리에서 만종까지 KTX로 가면 약 50분, 무궁화호로 가면 약 60분 정도 걸린다. 물론 시간대에 따라서 좀 더 걸리기도 하는데, 어쨌든 아침 시간에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복선화를 했기 때문에 빠르게 갈 수 있어서 그런 듯 하다.
무궁화호 안에 있는 식당칸. 이른 아침이라 매장은 열지 않았지만, 이쪽 자리에 앉아서 넓은 창으로 바깥을 바라보며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자전거 칸이 인상적인데, 이게 강릉까지 운행된다면 자전거족들이 꽤 많이 이용할 텐데 싶다. 강릉도 경포호 일대가 자전거 타기 좋게 돼 있으니까.
기차가 출발했고, 어느정도 달리더니 안내 방송으로 "이 열차는 복선화 구간을 빠르게 달리고 있습니다"라고 나왔다. 이정도면 경강선 체험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문제가 좀 있었다. 경강선 구간의 상당부분이 터널이라고 하더니, 터널이 정말 많았다. 터널 지날 때마다 귀가 멍멍해지는데, 침을 삼켜서 진정시키면 바로 또 터널로 들어간다. 귀가 너무 아프다. 이건 현대 과학기술로 좀 어떻게 해결할 수 없을까.
어쨌든 약 1시간만에 만종역 도착. 여기가 원주다. 나도 예전까지는 만종역이 어떤 곳인지 전혀 몰랐고, 경강선 찾아보다가 우연히 알게 됐다. 만종역은 오랜기간 폐역사로 유지되며 유류수송용 화물열차만 주로 운행되다가, 경강선을 만들면서 새로운 역사를 지어 오픈하게 된 곳이다.
사실 무궁화호는 여기서 한 정거장만 더 가면 원주역이기 때문에, 이 역에서 내리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KTX를 이용한다면 이 만종역이 원주에서 정차하는 유일한 역이다. 서원주역의 복선화 작업이 완료되면 어찌될런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일단 지금은 그렇다.
플랫폼에 비바람 피할 수 있는 고객대기실이 있었다. 이런 것은 다른 역에도 좀 설치해주면 좋겠다. 하다못해 그냥 투명 비닐로 된 천막이라도 설치해주면 좋을 텐데.
밀레의 만종과는 상관없는 만종역이지만 그런 그림 하나 걸어놓으면 좀 더 인상적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곳이 원주시 호저면 만종리라서 만종역인데, 비로봉을 바라본다는 뜻인 망종에서 만종으로 이름이 변한 것이라고도 한다.
새로 지은 역이라 깨끗하면서도 여러가지 편의시설들이 잘 구비돼 있다. 표 파는 곳과 고객대기실이 따로 분리되어 있는 형태이고, 대기실도 꽤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이다. 역사 자체가 선로 위에 떠 있는 건물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런데 편의점 공간이 보이지 않는다. 아예 편의점 같은 건 넣을 계획이 없나보다.
역에서 앞마당 쪽을 내려다보면 넓은 주차장이 보인다. 주변은 거의 허허벌판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조금만 가면 가구단지가 있다 한다. 가구단지가 주로 시 외곽 변두리에 위치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여기가 꽤 외곽 지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겠지만.
고객지원실 앞에 구형 승차권 판매기와 신형 기계가 나란히 서 있다. 안으로 들어가서 사람에게서 표를 살 수도 있다. 여기도 개찰구 같은 건 따로 없다.
출구 쪽에는 경강선 개통 기념행사를 한 흔적이 아직 남아있다. 나가는 곳 1번 출구로 나가야 시내버스를 탈 수 있다.
1번 출구로 나가면 앞마당이라 할 수 있는 주차장 쪽으로 갈 수 있다. 밖으로 나오면 바로 버스 정류소가 있다. 여기서 시내버스를 타고 원주 시내로 들어갈 수 있다.
주의할 점이 하나 있는데, 만종역 앞 버스정류소에서는 시내방면과 그 반대방향인 문막방면 버스가 모두 같은 곳에서 정차한다. 정신없이 버스 왔다고 그냥 탑승하면 시내 반대쪽으로 나갈 수도 있다.
시내방면과 문막방면을 구분해서 타려면 전광판에 나오는 버스 시간을 보는 수 밖에 없다. 안내 전광판이 고장나면 좀 막막해질 텐데, 그러면 버스기사에게 물어보는 수 밖에 없겠다.
가장 자주 운행되는 버스는 51번인데, 가끔씩 다른 버스들도 들어온다. 사전에 네이버나 다음 지도로 노선을 검색해보자.
운행간격이 좀 긴 편인데다가 이 주위엔 바람을 막아주는 구조물이 없어서, 겨울철엔 버스 기다리는게 너무 춥다. 아직은 이 역을 찾는 승객들 대부분이 승용차를 이용하는 듯 하다.
바로 버스를 타지 않고, 구 만종역 역사를 한 번 찾아가보기로 했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으니까.
만종역 앞쪽으로 걸어나가서 큰 길을 따라 U자 형으로 한 번 크게 빙 돌아나가야 한다. 바로 옆에 저유소 등 시설들이 있기 때문에 가로질러서 바로 갈 수가 없다. 지도가 없으면 초행에 길 찾기는 불가능할 정도다.
대략 가는 길을 지도로 표시해뒀다. 신 만종역에서 만종대보아파트 쪽 큰길가로 나가는 것 까지는 안전하다. 차도 별로 안 다니는 한적한 길이다. 그런데 만종역 삼거리에서 구 만종역까지 가는 길이 험난하다. 저 사이에 개들이 많다. 빨간색 화살표로 표시한 곳이 구 만종역이다.
사람 하나 없는 공장 같은 시설물들 사이로 난 길을 걸어서 마침내 구 만종역에 도착했다. 새 만종역에서 구 만종역까지는 둘러가도 거리가 1킬로미터 남짓이라 그리 멀지는 않다.
그런데 중간에 풀어놓은 개들이 있어서 걸어서는 가지 않는게 좋겠다. 개가 내 바로 옆까지 달려왔는데, 당황해서 뛰거나 했으면 물렸을지도 모른다. 여기선 물리면 사람도 없기 때문에 큰일 날 수 있다.
구 만종역은 입구를 잠궈놨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그런건지, 아니면 이제 완전히 잠궈 놓는건지 알 수는 없지만, 이런 것들을 잘 살려서 자전거길도 만들고 하면 관광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42년에 간이역으로 영업을 개시해서 64년에 신축 준공을 했다는 구 만종역. 크게 특별할 것은 없는 간이역이지만, 스토리를 잘 개발하고 꾸며보면 의미 있는 장소가 될 수도 있을 테다.
원래 계획은 구 만종역 역사도 구경하고 여기서 플랫폼 쪽도 조금 나가보고 하면서 좀 노닥거릴 생각이었는데, 문이 잠겨 있으니 바로 돌아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역시 강원도라 춥기도 춥고.
아까 달려나온 개가 그 길에 그대로 있을 것을 우려해서, 돌아나가는 길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 아주 빙 둘러서 나가는 먼 길이라 춥고 피곤했다. 개 좀 묶어두자 제발.
초등학교 하나가 나왔는데, 입구에 붙여둔 플랜카드가 인상적이었다. "걸을때도 뛰놀때도 차조심이 우선이다". 보통 꿈과 희망, 착하고 슬기로운 어쩌고가 일반적인데, 이건 아주 현실적이고 직설적이다. 오히려 이런 문구에서 운영 철학을 확실히 알 수 있다.
빙빙 둘러서 다시 신 만종역으로 들어가는 삼거리 쯤으로 왔다. 만종역에서 조금만 걸어 나오면 식당도 몇 개 있고, 편의점도 있다. 그리고 이쪽도 버스 정류장이 있다. 이쪽은 어느 쪽에서 타느냐에 따라 시내쪽인지 반대방향인지가 확실하기 때문에 헷갈릴 일도 없다. 물론 여기 정차하는 버스들은 대부분 만종역으로도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버스들 중 가장 자주 다니는 버스가 51번. 배차간격이 15분이다. 대도시에서 왔다면 경악스러운 배차간격이지만 어쩔 수 없다, 기다리는 수 밖에. 어쨌든 버스를 타고 대략 시내 쪽으로 가본다. 만종역을 구경하려고 온 것도 있지만, 독특한 카페도 구경할 계획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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