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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공산성에서 특별한 만남 - 어린이 문화해설사국내여행/충청도 2010. 9. 9. 20:08
공주에서 만난 특별한 전문가들
"공산성은 백제의 수도가 지금의 공주인 웅진에 있을 때, 이곳을 지키던 백제의 산성입니다. 웅진은 문주왕, 삼근왕, 동성왕, 무령왕을 이어 성왕 16년이던 538년에 부여로 천도할 때까지 64년간 백제의 수도였습니다."
공산성에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여름, 그것도 한창 더울 한낮의 땡볕에도 아랑곳 않고, 낭랑한 목소리로 유적 설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사람들은 놀랍게도 초등학생들이었다. 그들의 열기와 의욕에 기가 눌렸는지, 짙은 녹음 속에서 시끄럽게 울던 매미소리마저 잠잠해졌다.
공주 어린이문화해설사
공산성 앞 어린이문화해설사
"공산성은 원래 흙으로 쌓은 토성이었는데, 조선시대에 돌로 쌓은 석성으로 다시 만들어졌습니다. 공산성은 백제 웅진시대를 대표하는 산성입니다."
비록 아직 설명하는 모양새도 미숙하고, 관람객들과 보조를 맞추는 것도 익숙지 않았지만, 초등학생들이 그런 것을 하겠다고 나선 것도 훌륭했고, 실제로 해설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또한 놀라웠다. 그냥 취미로 나와서 하는 활동이나, 마지못해 끌려 나온 봉사활동이 아니었다. 그들은 엄연히 공인 받은 '어린이문화해설사'였다.
공산성 안 왕궁터
공주의 어린이문화해설사
'어린이문화해설사'는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약 2개월간 어린이문화해설사 양성과정을 이수한 공주의 초등학생들이다. 공주교육청과 공주역사박물관, 그리고 공주시청이 함께 힘을 합해서 만들어낸 어린이문화해설사 제도는, 지난 8월에 약 20여명의 초등학생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것으로 본격적인 막을 열었다.
요즘 도시고 시골이고 할 것 없이 어릴 때부터 영어교육을 한다고 난리인데, 이 어린이들은 어떻게 이런 활동을 하게 되었을까.
함께 따라온 인솔자 분이 귀띔해 주기로는, "공주가 교육과 문화의 도시로 자부심이 높은 만큼, 학부모들도 자녀들이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을 좋아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특히 올해는 인터넷으로 지원자를 접수 받았으니, 자기 스스로 지원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공주시 측에서는 앞으로 어린이문화해설사 제도를 계속해서 발전시켜 갈 예정이다. 초등학교에 역사영재반을 만들고, 나아가 이들이 중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봉사활동으로 해설사 활동을 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고장에 어떤 이야기가 있었고,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좀 더 자세히 알고, 또 그것을 남들에게 알릴 수 있는 능력을 어릴 때부터 키워준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더군다나 큰 행사를 앞두고 만들어진 것이긴 하지만, 앞으로 장기적인 계획 또한 가지고 있다 하니, 그 미래 또한 굉장히 기대된다.
백제 왕궁터
세계대백제전을 기다리는 어린이문화해설사
"쌍수정은 1624년 인조가 이괄의 난을 피해 머물렀던 곳입니다. 이때 인조임금이 두 그루의 나무 밑에서 반란 진압 소식을 기다렸다 합니다. 난이 진압되자 왕은 그 두 그루 나무에게 벼슬을 내렸는데, 나중에 영조 때 이수항이 관찰사로 부임하니 나무가 늙어 없어졌습니다. 그 자리에 정자를 만든 것이 바로 이 쌍수정입니다."
어린이문화해설사들이 맑고 깨끗한 목소리로 유물들을 설명하니, 신기해서 모여드는 사람들도 많았다. 어른들도 어른들이지만, 특히 어린이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모여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같은 또래 아이들이 설명을 해 주니 친근감을 느끼는 눈치였다. 어쩌면 어린이문화해설사는 어린이들에게 유적과 유물을 재미있게 설명해 주는데 더욱 요긴하지 않을까 싶다.
공주 공산성 쌍수정
앞으로 공주의 주요 유적지에 투입되어 방문자들에게 흥미로운 설명을 들려줄 어린이문화해설사들은, 특히 올해(2010년) 열리는 '세계대백제전' 행사기간 동안 활발한 활동을 할 예정이다. 공산성이나 무령왕릉 등의 주요유적지 관광안내소에 대기하면서 방문자들의 요청을 받아 유적지 설명을 해 줄 계획이다.
세계대백제전 기간 동안 평일에는 3시 이후(방과후 시간), 주말에는 오전 오후로 나누어 하루 종일 어린이문화해설사들을 만나볼 수 있다. 행사기간 동안 어린이문화해설사들은 단체로 한복을 맞춰 입고 손님들을 맞이하려 한다. 물론 이들이 전문적인 설명을 하기에 부족한 면도 있기 때문에, 이 어린이들은 전문 역사해설가와 함께 활동을 할 계획이다.
선선한 가을에 공주의 고즈넉한 유적지를 찾아가서, 귀엽고 똑똑한 어린이문화해설가들에게 공주의 문화유적들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 분명 독특하고 재미있는 경험이 되기도 할 테고, 어떤 면에서는 스스로 배우고 익히는 데 나태했다는 부끄러움과 반성의 시간이 될 수도 있을 테다.
공산성에서 야외수업중인 아이들
어린이문화해설사들의 인상깊은 이야기들
어린이 문화해설사들이 들려준 재미있는 이야기 두 가지. 첫번째는 인절미 이야기다. 인조가 이괄의 난을 피해 공주로 피신했을 때, 한 백성이 콩고물을 묻힌 떡을 진상했다. 인조는 그 떡의 이름이 뭐냐고 물었지만 아무도 대답을 못했다. 인조는 "그것 참 절미로다"하며 그 떡을 진상한 자의 성이 '임'씨라, '임절미'라고 불렀다. 이후 임절미가 바뀌어 인절미로 불리게 되었다 한다.
두번째 이야기는 '도루메기'에 관한 이야기다. 인조가 공주에 피신해 있을 때, 금강에서 어부가 메기를 잡아 올렸다 한다. 인조는 메기의 맛이 너무나 좋아서 은어라고 부르며 매일 식사 때마다 즐겼다. 그 후 한양에 올라가서 '은어'를 가져오도록 했는데, 예전에 먹었던 그 맛이 아니었다. 그래서 인조는 "도루메기군" 하며 상을 물렸다 한다. '말짱 도루묵'이라는 말이 여기서 생긴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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