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12월 17일, 홍대 앞 씨어터제로에서 '제3회 홍대앞 문화예술상 시상식'이 있었다. 홍대앞 문화예술상 선정위원회에서 주최하는 이 행사는, 매년 홍대 앞에서 펼쳐지는 예술 활동들을 정리하고 예술가들의 노고를 기념하고 다독거려주는 자리였다.
(사진을 클릭하면 커질 수도 있음. 안 되면 말고.)
이번 홍대앞 문화예술상의 대상은 김영등님이 차지했다. 이분은 클럽 빵의 대표로 활동하며 밤문화를 개척한 동시에, 일상예술창작센터 대표로 홍대 프리마켓을 기획해 낮문화까지 개척한 분이다.
공로상은 일본인으로 구성된 한국 란 전문 밴드 '곱창전골'을 결성하고, 즉흥음악가들을 발굴하고 있는 사토유키에님이 수상했다.
페스티벌 상에는 다수의 수상자가 있었다. 한국실험예술제 부문에서는 유지환님이 수상하여 무대에서 즉흥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대한민국 라이브 뮤직 페스티벌에서는 트랜스픽션이 수상하고 기념공연을 했다. 서울 뉴미디어 페스티벌의 김두진님, 서울 와우북 페스티벌의 어머니 도서 연구회,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정진세님이 각각 수상했다.
특별상은 정종환 전 마포구청 문화체육과장이 수상했다. 재직 중에 '홍대 앞 문화'라는 마포구만의 특색있는 문화코드에 깊은 애정과 관심을 보이고, 마포구의 문화를 외부에 알리는 데 힘쓴 노고 때문이란다.
십분 남짓한 특별 초청 강연 시간에는 황인선 KT&G 미래팀 부장님의 컬쳐파워라는 주제의 강연이 있었다. 내용 전체를 기억하지는 못 하지만, '기업이 문화를 지원할 때는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그래서 어느 정도 하다가는 지원을 딱 끊는 경우가 많다'라는 내용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운 좋게 기업의 후원을 받게 되었다 해도, 언제 어떻게 지원이 중단될 지 모르기 때문에 결코 좋기만 한 일은 아니라고. 자신도 KT&G에 일 하면서 문화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가꾸어 나가자는 의도로 관철시키는 데 엄청 고생했다 한다. 어찌됐건 KT&G가 상상마당을 필두로 지금 홍대 앞 문화에 상당부분 기여하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 앞으로 담배를 좀 더 많이 피도록 노력...해야하나? 그렇다고 인삼을 많이 사 먹을 수도 없잖아, 가난한데.
'신 인류 예술가상'이라는 이름부터가 특이한 이 상의 수상자는 '파랑캡슐'이라는 아트그룹이었다. 이 행사에서 니나노 난다, 트랜스 픽션, 불가사리 등의 축하공연도 있었지만, 파랑캡슐은 수상식 전체에 걸쳐 자신들만의 특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어 눈길을 끌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게 뭐 하는 짓거리냐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뭔가 추한 행동을 한 건 아니다, 다소 생뚱맞아 이해하기 어려웠을 뿐).
사실 이 글을 적는 이유도 별로 쓸 것 없는 수상식 때문이 아니라, 이 파랑캡슐 때문이다. 처음에 트위터에서 느닷없이 보게 된 파랑캡슐은, 최근에 '파랑병원'으로 서교예술심험센터에서 공연(?)을 했다. 무면허 전문의들과 섹시한 간호사(?)들로 구성되어 일종의 정신과 상담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 것. 관객들은 병원을 찾아온 손님으로 상담을 받고, 예술가들은 상담과 함께 처방을 내려준다. 물론 다들 무면허 상담자들이라, 상담은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쌍방의 소통과 교류였다. '소통' 그 자체를 잘 표현하고 구현한 셈이다.
파랑병원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고 말 했던 이들은, 파랑병원 주제가로 나름 싱글앨범도 낸 멀티 아티스트들이다. 다소 아쉬운 점은 그런 경험과 내용들이 어떤 식으로든 정리되어 표현되지 않고 있다는 것. 물론 그 과정 자체가 퍼포먼스 아트로 완성이긴 하지만, 그 속에 있었던 내용들을 그대로 버리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파랑병원이 끝나면서 트위터도, 홈페이지도, 블로그도 별다른 내용이 올라오지 않는다는 것, 참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다른 예술가들도 다 그렇지만 말이다.
자기들 스스로를 B급 아티스트라고 소개 했지만, B급이 무가치하거나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아픈 게 나쁜 게 아닌 것처럼. 표현의 세련미를 더해서 A급으로 가는 것도 좋긴 하겠지만 사실 그게 무슨 상관이랴,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B급도 아닌 C급 삶을 살고 있는데. 어쨌든 재미있는 내용으로 눈에 띈 파랑캡슐이 앞으로 또 어떤 작품들을 선 보일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