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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하고 싶지 않다면 살아남지 않아도 되는 거냐고
    사진일기 2011. 4. 27. 04:43





    #1.
    요즘 주위에 의욕을 잃었다는 사람들이 많다. 뭔가 해야 하는데 하기 싫다거나, 뭔가 하고 싶은데 기운이 나지 않는다거나, 뭔가 하려고 나섰는데 혼자 힘으로 어쩔 수 없었다는 이야기들. 나 역시도 요즘 굉장한 슬럼프에서 허우적 대고 있다. 매번 반복되는 슬럼프라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근본 원인은 환경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알지만 바꿀 수 없는 것, 몰라서 가만히 있는 게 아닌 것. 노숙자에게 왜 꽃 같은 삶을 살지 못하냐고 다그쳐 봤자 아무 소용 없는 짓. 여행은 그래서 떠나는 거다. 준비물은 담배와 기타 하나면 충분해.



    #2.
    인터넷 컨텐츠를 유료화 하겠다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런 사람들이 사이트 제작은 거의 공짜로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날 트위터에서는 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사람이 포토샵을 구해 달라는 멘션을 날렸고, 또 어느날 어떤 사람은 자기 쇼핑몰을 시간나면 대충 고쳐 달라는 요구를 했다. 어째서, 언제부터 한국 사람들은 사이트 제작을, 소프트웨어를, '아는 사람에게 부탁하면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까. 웹 제작자는 편의점 알바보다 못한 존재인가보다, 이놈의 한국에서는 수퍼맨이 필요하다. 모든이들이 수퍼맨이 되어야 한다, 밥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수퍼맨.



    #3.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 어차피 중을 밥 구걸해 오는 존재로만 여기는 절이라면, 다른 어딜 가더라도 그보다 못 할 이유가 없다. 중의 최우선 목적은 구도를 하는 것이지, 절에서 정치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어차피 그럴 바에야 수단에 가서 우물이나 파며 하루하루 먹고 살아도 크게 다를 것 없다. 의욕을 잃은 사람들이 모조리 밖으로 나갈 궁리를 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이런 의미에서 서로 통하기 때문일 테다.



    #4.
    구슬픈 노래가 어스름한 공간을 잔뜩 메운 어느 길 모퉁이 카페에 들어 앉아, 우리의 어둠과 우리의 미래를 끝없이 이야기 해 보아도 결론은 없었다. 그 모든 희망은 로렐라이의 노래처럼 곳곳에 암초를 숨기고 있었고, 그 모든 길들은 아둑사니의 깊은 시름처럼 음침함을 드리우고 있었다. 우리는 이것이 끝이라는 말을 아끼고 있을 뿐 다들 짐작하고 있다, 이제 곧 긴 그림자 너머로 어둠이 찾아오리라는 것을. 다만 해 지기 전이 가장 아름다우니 이 순간에 우리를 불사르라, 너와 나의 술잔을 가득 채워 마지막 불꽃을 축배하라. 그리고 우리는 다시 보리라, 이 길고 춥고 어두운 밤에 죽지 않고 살아 남는다면. 아득한 저 우주로 향하는 은하철도에 오르기 전에 누군가 그리 내뱉었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라고.



    #5.
    그 순간 누군가의 질문이 되돌아 왔다. 그렇다면 강하고 싶지 않다면 살아남지 않아도 되는 거냐고. 우리는 침묵을 지켰다. 아무도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세상은 강한 것, 멋진 것, 예쁜 것, 많은 것, 의미있는 것들 만을 강요한다. 그 속에서 강하지 않기를 원한다면, 멋지지 않기를 원한다면, 예쁘지 않기를 원한다면, 많지 않기를 원한다면, 아무런 의미 없기를 바란다면, 대체 그 의문에 대한 대답은 어디서 들을 수 있는 걸까. 아무도, 그 누구도, 그 어떤 것도 영원히 살지 못한다. 그렇다면 존재는 애초에 원래부터 약한 것이었던가. 그것을 모르고 악바리로 몸부림 치는 것은 모두 허망한 것이었던가. 질문은 의문만을 남긴 채 별 하나 없는 까만 밤을 맴돌았다. 이런 밤엔 이무기가 용이 되어도 승천할 수 없으리.



    #6.
    Is this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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