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관광지에 갔다가 앉아 쉬고 있는데, 40대 중후반 쯤 돼 보이는 아줌마 대여섯이 우르르 몰려 오더니 내 앞에서 수다를 떠는 거였다. 사실 내 귀가 솔깃한 수다 내용은 시댁 험담, 남편 험담, 애인 이야기 등 이었지만, 그 중 스마트폰에 관한 대화 내용이 있어서 소개해 보겠다.
이 아줌마들 중 몇몇이 똑딱이 디카를 가지고 있었는데 뭔가 원하는대로 사진이 나오질 않는지, 커다란 카메라 메고 할랑할랑 거니는 사람들을 보며 아주아주 부러워 하는 거였다. 그러면서 "큰 카메라 가진 사람은 좋겠다"(지나가는 사람들 다 들리게), "나도 좋은 카메라 있으면 잘 찍을 수 있는데" (세상 사람 다 들리게) 이런 말들을 했다.
그러다가 한 아줌마가 (대장급) "아이폰 있어도 잘 찍을 수 있는데!" 하니까, 다들 "맞아! 맞아!" 하고 동의를 하는 게 아닌가!
일단 여기서 알 수 있는 아줌마들의 생각은,
* DSLR과 아이폰으로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똑딱이로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
***
그런데 상황은 갑자기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아줌마1: (아줌마2를 가리키며) 너, 아이폰 갖고 있잖아!
아줌마2: (머뭇머뭇 핸드폰을 꺼내며) 이거 그냥 스마트폰인데...
아줌마3: 스마트폰이 아이폰이야, 바보야!
아줌마4: 맞아! 맞아!
아줌마5: 바보야~ 바보야~
아줌마X: (아줌마 3을 가리키며) 얘는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스마트폰 강의도 들었어.
아줌마3: (의기양양하며 아줌마2에게) 아이폰 이리 줘!
아줌마2: 이거, 무슨 갤럭시 뭐라 하던데...
아줌마3: 그게 아이폰이야!
아줌마XYZ: 맞아!맞아! 바보!바보! 우하하하하하~
뭐, 일단 분위기가 화기애애 해 졌으니 된 거고, 아줌마들은 아이폰(이라 주장하는 스마트폰)으로 재미나게 사진 찍으며 놀았으니 기쁜 거고. 하늘은 맑고, 산도 푸르고, 스마트폰은 아이폰일 뿐이고, 갤럭시도 아이폰이고~
여기서 알 수 있는 것들은,
* 모든 스마트폰은 아이폰이다. (라고 생각한다)
* 백화점 문화센터 강의를 들어도 제대로 배우질 못 한다.
***
이왕 말 나온 김에 한 가지 더 소개하겠다. 지인이 핸드폰 판매를 하면서 겪은 일화다.
손님: 아이폰 주세요.
(아이폰 보여주고 슬슬 꼬드겨서 이런저런 다른 것들 함께 보여줌)
손님: 그러니까, 이것도 아이폰이죠?
판매원: 아이폰하고 전혀 다른 게 없어요, 똑같다고 보시면 되죠~
손님: 그러니까, 이것도 아이폰 맞는 거죠?
판매원: 아이폰보다 더 좋은 거에요, 가격도 더 싸구요~
손님: 아이폰보다 좋은 아이폰이에요?
판매원: '아이폰하고 똑같은 스마트폰'인데요, 아이폰보다 좋아요.
손님: 아~ 아이폰보다 좋은 아이폰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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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아는 사람들이라면 도무지 이해가 안 될 생각들을 사람들은 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라 추측해 보면, 그들도 인터넷을 안 하진 않을 텐데 어째서 (삐리리릭이 삐리리릭 함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그렇게유지 되는지 알 수 있다.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는 차라리, 기술개발 하지 말고 우민화 정책에 힘을 쏟아 붓는 것이 판매량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들이 '스마트폰이 아이폰이 아니더라'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판매량은 계속 유지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도 아이폰을 가지고 싶어 한다'라는 사실이다. 비록 아이폰이 뭔지 모르는 게 탈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