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광주광역시에서는 한국의 청소년들과 아시아 각국에서 온 청소년들이 함께 어울리고 있다.

가까운 일본부터, 인도네시아, 몽골, 싱가폴, 캄보디아, 스리랑카, 그리고 어떻게 왔는지 신기하기만 한 부탄, 이름조차 생소한 투르크메니스탄 등 다양한 국적의 소년, 소녀들이 모였다. 대부분 십대들이라 짧은 영어로 의사소통 하기가 힘들어 몸짓을 섞어가지만, 그래도 이심전심, 만난지 하루만에 이미 친한 친구가 됐다.


이들은 광주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 문화주간'의 여러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아시아 문화포럼'의 '영아시아 세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특히 광주에서 어떤 축제가 있으면 좋을지 서로 토론하고 프리젠테이션을 만들어 발표 할 예정이다. 또, 해외에서 온 학생들은 5분 스피치를 통해 자국을 알리는 시간도 가진다.



▲ 카자흐스탄에서 온 Meredov Meret.



▲ 만난지 얼마 안 됐지만 단짝처럼 친해진 허서진 양과, 싱가폴에서 온 Christie Oh Ai Hui 양.



▲ 역시, 친해지려면 같이 밥을 먹는 것이 최고다.



▲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한국. 한 테이블에 참 다양한 소년, 소녀들이 모였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소녀는, 지금 한국 날씨가 덥지 않아서 좋다 했다. 주위엔 더워서 땀 뻘뻘 흘리고 있는 한국인들이 서 있는데.



▲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일본에서 온 소녀.







아시아 각국에서 모인 청소년들


아시아 문화주간 개막식 때, 쉬는 틈을 이용해 서로 친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는 청소년들에게 다가갔다. 한국 학생들과 함께, 투르크메니스탄과 싱가폴에서 온 학생들이 앉아서 오손도손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보여서 어떻게 아는 사이냐고 물었더니, 어제 처음 본 사이라고 한다. 단 하루만에 그렇게 친해질 수 있는 그들의 순수한 마음 앞에 이미 국경은 사라지고 없었다.




개막식이 끝나고 식사를 하는 곳으로 따라갔다. 일반 관객들이 사라지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청소년들만 남아서, 더욱 외국에서 온 청소년들이 많아 보였다. 이미 한 데 뒤섞여 웃고 떠들고 장난까지 치며 어울리고 있는 그들에게서 어색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 취재를 위해 다가간 우리가 방해자일 뿐이었다.

이들은 광주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 문화주간' 행사를 위해 선발되고 초청된 청소년들이다. 이 행사는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계획 중 일부로 열리고 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단'은 아시아 국가들의 문화 교류와 협력, 공동작업 등으로 컨텐츠를 연구, 개발해서 전 세계인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미 아시아 여러나라와 교류해서 협력을 이끌어 내고 있으며, 2014년에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이 완공되면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시민들과 아시아인의 만남을 주선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컨텐츠를 개발하며 수집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이런 축제를 벌이고 있다.
 


어쨌거나 최소한 청소년들에게 우물안 개구리를 뛰어넘어, 아시아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면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은 분명하다. 밥 먹고 남는 시간에 이미 주어진 과제를 토론하고 있는 한 팀의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세계시민이 되어가고 있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얼핏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회가 계속 주어진다면, 이들 세대는 어떤 세상을 맞이할 지 사뭇 궁금해졌다.

하루 일정을 마감하고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대학 기숙사로 이동하는 이들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왔더니, 빨간 석양을 등지고 오색빛깔 무지개가 하늘에 걸쳐 있었다. 어쩌면 이들의 앞날을 암시하는 하늘의 조화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몰골에서 온 소녀. 뒤에 친구가, 잠깐 하며 몽골 전통의상과 세트인 모자를 갖다 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자 쓴 사진은 흔들렸다.



▲ 스리랑카에서 온 소녀.













아시아 문화포럼


자리를 옮겨, '아시아 문화포럼'의 전문가들이 모인 오찬 자리에 가봤다. 전문가 포럼에서 각국의 축제에 관한 발표를 하고, 내년 포럼 주제를 짜기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리였다. 여기 모인 사람들도 다양한 국적을 가지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이병훈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단장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는 허브라기보다는 플랫폼이라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문화를 나누는 장이 될 것이라 했다. 국적도 없고, 장르도 없이, 노마드들의 교류를 통해 창조를 이루는 곳이 될 거라며, 아티스트들이 주인이 되어 공존, 공영의 터전이 될 거라고 했다.

짧은 연설 이후, 인도 네루대학 부총장 등 여러 인사들과 건배의 잔을 들었다.




▲ 아시아 문화포럼, 전문가 세션 중 오찬에서 짧은 발언을 하고 있는 이병훈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단장.



▲ 작곡가 정추 선생.







작곡가 정추 선생


전문가 포럼 오찬에서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작곡가 정추 선생이었다. 한국 나이로 88세. 43년 만에 고향인 광주에 와 볼 수 있게 되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 하는 정추 선생은, '아시아 문화포럼' 행사에서 특별강연을 했다. 



흔히 비운의 음악가라고 일컬어지는 정추 선생은, 일제강점기 때 광주고보에 다니면서 조선어 사용 문제로 일본인 선생과 마찰을 일으켜 퇴학 당했다. 그리고 전학을 갔다가, 당시 친형이 있던 북한으로 갔다. 거기서 소련 유학생으로 참가해서 유학을 갔고, 소련에서 북한의 독재에 반대 해서 카자흐스탄으로 망명했다.
 
차이코프스키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음악인으로 활동을 하면서 현재 카자흐스탄에 살고 있는 정 선생은, 지금은 광주에 돌아와서 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짧은 시간동안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이번 행사와 관련해서는 이런 말을 했다.

"비인간적, 비이성적 행동은 옳지 못하다. 적대적으로 사는 것은 비이성적 행동이다. (비록 따지고 보면 일본 때문에 그런 일들을 겪었지만) 거기(일본)에도 평화주의자들이 있다. 지금은 '다 나쁜놈'이라고 하는 시대가 아니다."

내일 모레 아흔을 바라보고 있는 노인에게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말이었다. 지금 편가르기를 하며 싸우고 있는 우리 시대 많은 사람들이 새겨 들어야 할 말 아닐까. 끝으로 정 선생은, "젊은 사람들이, 아직도 이런 사람이 있구나라는 것을 알아주고, 잘 생각 해 줬으면 한다"는 말을 남겼다.



▲ 행사기간동안 정추 선생을 돕고 있는 소녀는 러시아 말을 할 줄 안다 했다. 그래서 정추 선생이 더욱 편안해 하는 눈치였다. 우리 일행은 그녀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었고, 그녀는 짧게 '여기서 살아요' 했다. 그녀의 이름표에는 곱게 세 글자로 한국어 이름이 적혀 있었다. 우리 모두가 알게 모르게 이 소녀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의문이 들었다.



▲ 전남대 컨벤션 홀에서는 대학생들이 자기 나라에 대한 짧은 발표를 TED 형식으로 하고 있었다. 모든 발표는 영어로 펼쳐졌다.



참고:
아시아 문화주간: 8.22~8.28, 광주광역시 일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홈페이지: www.cct.go.kr
청소년문화축전: www.asianyouth.co.kr
월드뮤직페스티벌: www.gjwm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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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