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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계 다양한 음악이 한자리에 - 2011 월드뮤직 페스티벌
    취재파일 2011. 9. 7. 18:00

    지난 8월 26일부터 28일까지 광주에서는 '2011 월드뮤직 페스티벌'이 열렸다. 첨단쌍암공원과 금남로 공원을 주축으로 펼쳐진 이번 행사는, 일상 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없었던 다양한 나라의 신기한(?) 음악들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였다.

    특히 시민문화관에서 있었던 두 개의 공연 외에는 모두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기 때문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활짝 열린 무대를 선사하기도 했다. 

    사실 이 축제에 출연한 뮤지션들은, 웬만해서는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프로그램 상에 나온 뮤지션들 대부분이,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월드뮤직 페스티벌의 묘미가 바로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들어 볼 수 있다는 것. 음악에 대한 우리의 사고 범위를 깨어서, 세상에 이런 음악도 있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 일찍 도착했더니 월드뮤직 페스티벌은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이번 행사에서 자원봉사들도 많은 활동을 했다.



    ▲ 첨단쌍암공원은 뭔가 첨단적인 어떤 것이 있을 듯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냥 동네(구역) 이름이 '첨단지구'일 뿐이다. 이 근처에 광주과학기술원이 있다.



    ▲ 신기하게도 이번 월드뮤직 페스티벌 주변에는 먹거리를 판매하는 곳이 많이 없었다. 사실 조금만 걸어 나가면 편의점이 즐비한 작은 공원이기는 했지만.






    사실 '월드뮤직'이라는 장르는 딱 이거다라고 정의 내리기 애매한 단어다. 사람마다 약간씩 개념이 다르기도 하고, 이런 음악이 월드뮤직이다라고 딱히 정해진 것도 없기 때문이다.

    월드뮤직은 크게는 서양 쪽 음악이 아닌 것(non-Western)을 총칭하기도 한다. 흔히 제3세계 음악이라는 정의가 널리 쓰이는데, 그러면서도 민속적이고, 토속적인 음악에 변형을 가한 모든 음악을 포함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유럽의 포크 음악을 월드뮤직에 넣는데, 예를 들면 캘트족의 고유 리듬을 변형한 엔야(Enya) 등의 음악을 월드뮤직에 넣기도 한다.
     
    엔야가 나오면 '그건 뉴에이지잖아'라고 할 텐데, 일단 맞다. 우리나라 아이돌 가수들의 음악도 우리나라에선 팝(pop)으로 분류하지만, 세계로 나가면 월드뮤직이 되기도 한다. 언뜻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는데, 아랍의 음악이 월드뮤직에 포함되긴 하지만, 그 아랍 음악이 그쪽에서는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팝(pop)일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오늘날 음악의 장르 분류라는 건 지극히 편의상, 소비자들에 의해 혹은 마케팅을 위해 하는 것 뿐이지, 장르 분류에 목숨 거는 사람은 없고, 딱딱 분류해 내기도 불가능하다. 그 음악이 팝이든, 테크노든, 락이든 간에, 어떤 장르로 분류된다 하더라도 그 음악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대략적으로 '월드뮤직'이다 하면, 굉장히 넓은 분류로 음악을 분류해서, 우리가 자주, 흔히 들을 수 없었던 음악들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테다. 어쨌든 일단 MTV 같은 데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악들은 웬만하면 월드뮤직이라 하지 않으니까.






    ▲ 아직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은 모습. 이런 무대에 서면 약간 실망스러운 느낌이 들 것도 같다. 하지만 아나야 멤버들은 내색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공연 했다.


    ▲ 아나야.






    월드뮤직 페스티벌 첫무대는 한국의 국악보컬그룹 아나야(ANAYA)가 장식했다. 아나야는 판소리, 전통민요 등 우리 전통음악 중 '노래'에 집중해서 재해석하고, 새롭게 연주한 퓨전국악을 선보이는 팀이었다. 영화 워낭소리 OST로 주목받은 이후 활동의 영역을 점점 넓혀가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공연을 시작할 때는 금요일 저녁 6시. 그 시간이면 전국 도심이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할 시간이고, 직장인들은 일단 집으로 가거나, 저녁을 먹고 슬슬 공연을 보러 갈 생각을 할 때다. 그래서 그런지 아나야가 공연을 시작할 때만 해도 관객이 너무 없어서 좀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아직 날도 어둡지 않아서 무대 위에서 내려다 보면 다 보이는데 말이다.

    그래도 이들은 각종 민요와 자기들의 노래들을 열심히 풀어냈고, 그 때문에 그리 많진 않지만 이미 와서 공연을 보고 있는 관객들의 반응 또한 적극적이었다.






    ▲ 월드뮤직 페스티벌의 특징은 가족단위 관람객이 많다는 것. 거의 야유회 나온 분위기다.






    월드뮤직 페스티벌의 특징은 '가족과 함께 즐기는' 음악축제라는 것. 다른 음악축제들이 매니아 층을 타켓으로 한다면, 월드뮤직 페스티벌은 가족들이 함께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행사도 수많은 가족들이 잔디밭에 자리를 깔고 앉아, 각자 싸 온 도시락을 먹기도 하며, 더러는 눕기도 하고, 그러다 자기도 하면서 공연을 즐겼다.

    무엇보다 공연을 보는 관객들 중 어린 아이들 비율이 높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들도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음악들과 생소한 형식들이 낯설은지, 어른들보다 더 무서운 집중력으로 무대 위를 지켜보고 있었다.
     


    첫 공연을 보고 있던 관객들 중, 백인 두 명이 눈에 띄어 말을 걸어 봤다. 둘 다 이 근처에 있는 광주과학기술원을 다니고 있는데, 한 사람은 영어 선생이고 또 한 사람은 학생이라 했다. 별다른 이벤트 없는 삭막한 도시에, 게다가 이 지역은 더더욱 특별한 일 없이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지역이라, 이런 음악 축제가 정말 오아시스와 같다고 했다.
     
    사실 이들은 이날 마지막에 공연할, '바투카다 사운드 머신'의 음악을 가장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들 성향에 가장 맞는 음악일 것 같다는 기대여서 인데, 이들 또한 이번 음악제에서 아는 뮤지션은 단 한 명도 없다 했다.

    우연히 이런 축제가 근처에서 열린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홈페이지를 통해서 각종 뮤지션들의 정보를 얻은 다음, 가보자고 결심한 것 뿐이라 한다. 딱히 영어로 된 페이지도 없지만, 축제 홈페이지에 링크 돼 있는 동영상과 뮤지션 홈페이지 등을 다 돌아다니며 사전조사를 했다며, 축제가 펼쳐지는 동안 가능하면 매일 나와서 다양한 공연들을 즐길 계획이라 했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니 슬슬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약 한 시간 만에 공연장은 사뭇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역시 여름 공연은 해가 좀 져야 사람들이 모이는가 싶기도 했고, 아무래도 금요일이니까 느즈막이 나오는 사람들도 많지 싶었다.






    ▲ 축제 관람의 좋지 않은 예.



    ▲ 해가 지가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붐비기 시작했다.



    ▲ 인재진 총감독과 이병훈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단장




    아나야의 무대가 끝난 다음에 잠깐의 시간동안 개막식이 진행됐다. 이병훈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단장과 인재진 총감독이 나와서, 이번 축제의 개막을 알렸다. 월드뮤직 페스티벌이 음악의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고, 많은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아주 간단한 인삿말이었다. 

    이어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강운태 광주시장이 나와서 함께 큰 징을 치면서, 잡다한 과정들을 뒤로하고 바로 개막을 알렸다. 징의 울림이 잦아들 때 쯤, 무대 뒤쪽 하늘에서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재미있는 건, 불꽃놀이를 하는데 사람들을 보니, 다들 저마다 디카나 핸드폰 카메라로 불꽃놀이를 찍느라 정신이 없더라. 그래서 사진을 잘 보면, 땅에 있는 사람들의 손에는 다들 액정이 하나씩 빛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하늘엔 불꽃, 땅에는 액정. 어떻게 잘 조합시키면 색다른 아트가 될 판.



    ▲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강운태 광주시장.



    ▲ 불꽃 아래 땅바닥에는 불꽃의 수 만큼이나 많은 액정들이 빛나고 있었다. 디지털 시대의 가관.









    차가 막혀서 늦게서야 도착한 아시아 청소년 문화축전의 학생들이 공연장에 자리를 잡고 앉자, 갑자기 행사장이 꽉 찬 느낌이 들었다. 그전에는 사람들이 널찍하게 앉아 있어서 그런지 잔디밭 또한 좁게만 느껴졌는데, 사람들이 붙어 앉아서 꽉꽉 들어차니 잔디밭 또한 넓게 느껴졌다. 어쨌든 어린 학생들 덕분에 공연장은 좀 더 활기찬 분위기를 가질 수 있었다.

    짧은 개막식 뒤에는 '오마라 목타 봄비노'라는 뮤지션의 공연이 이어졌다. 니제르라는 아프리카의 한 나라에서 온 이 뮤지션은 주로 기타 연주인데, 사하라 사막에서 유목을 하는 투아레그족 특유의 전통 리듬과 감성을 현대음악에 접목시켰다 한다. 월드뮤직 페스티벌에서는 이렇게 멀고도 아득한 곳에서 온 사람들의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



    ▲ 아프리카에서 온 뮤지션, 봄비노.



    ▲ 금남로 공원






    한 장소에만 머물면 좀 밋밋한 감이 있으니까, 장소를 이동해 봤다. 금남로 한쪽 옆켠의 작은 공원에서도 월드뮤직 페스티벌 무대가 펼쳐지고 있는 중이었다. 첨단쌍암공원에서 금남로공원까지는 택시로 약 30분에서 한시깐까지 걸렸다. 요금도 쌀 때는 만 원, 비쌀 때는 이만 원. 거의 광주의 끝과 끝이라 한다.

    막히는 차길을 뚫고 부랴부랴 달려간 금남로 공원에서는 이미 공연이 한창이었는데, 이쪽은 첨단쌍암공원과는 다르게 아주 차분하고 오붓한 분위기였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긴 하지만, 무대의 모양이나 객석의 배치 등에서 약간 닫혀 있는 아늑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쪽은 가족단위 관람객보다는 쌍을 이룬 연인들이 바퀴벌레처럼 득실득실했다. 조명도 어두침침해서 딱 좋은 분위기.




    ▲ 나일 프로젝트의 이나일.









    금남로 공원에 도착하자 마침 '나일 프로젝트'라는 팀의 공연이 한창이었다. 프로그램만 봤을 때는, '혹시 나일강 유역에서 온 뮤지션이, 나일강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게 아닐까'라고 은근 기대했지만, 허탈하게도 나일은 사람 이름이었다.

    이나일이라는 여성 뮤지션이 프로젝트 팀을 조직해서, 살사, 라틴재즈 장르의 음악을 직접 작곡하고 연주하는 형태였다. 여름밤 분위기에 맞는 잔잔한 곡도 있었지만, 주로 신나는 곡들을 선보였는데, 무대 뒷편 어느 구석에서는 이들의 음악에 맞춰서 살사(인지 라틴댄스인지)를 신나게 추는 커플이 있을 정도였다.






    이어지는 무대는 '가리온'이라는 힙합 팀이었다. 이쪽 계열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뮤지션이라 한다.

    난 한국 힙합들은 맨날 강도도 아닌데 손 들라 하고, 소리 칠 건덕지도 없는데 소리 지르라 하고, 지들만 즐기면서 다함께 즐기자 강요하고 해서 별로 좋진 않더라. 뭐 어쨌든 이들은 최근에 TV에도 나오고, 광주에서 공연도 하고 했는가 봤다. 시간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다시 봐서 반갑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게다가 이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와 있었다는 듯, 그동안 저 어두운 나무그늘 구석에 앉아있던 일단의 무리들이 우르르 달려나와 무대 앞을 점령한 것을 보면, 상당히 인기 있는 뮤지션들임은 확실한 듯 했다.

     


    어쨌든 한 무리는 무대 앞에 서서 몸을 흔들고, 또 한 무리는 그 뒤에 앉아서 조용히 감상하고, 또 다른 무리들은 2층 난간 위에서 멀찌감치 공연을 즐기는 등, 즐기는 방법도 제각각 특색있었던 금남로 공원의 월드뮤직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나는 도저히 배도 고프고 피곤해서 끝까지 자리 못 지키겠더라. 그러니 축제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많이 즐겨야 한다.



    ▲ 가리온이 나오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사람들은 무대 앞으로 몰려들었다. 마치 가리온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참고> 월드뮤직 페스티벌: http://gjwm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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