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가장 친한 동물 중 하나로 개가 손꼽힌다. 개가 인간의 동반자로 기쁨과 위안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생명과 재산까지 지켜준다는 건 익히 널리 알려진 사실. 대체로 개의 활동은 개개인의 가정에서 이루어지지만, 그 중에도 전문적인 기관에서 프로페셔널하게 활동중인 개들도 있다. 그들 중 한 부류가 바로 탐지견.

탐지견은 관세청에서 마약이나 폭발물 등을 전문적으로 탐지해내는 역할을 하는데, 사람하고는 비교할 수도 없는 예민한 후각으로 냄새를 맡아 숨어있는 위험물들을 찾아낸다. 관세청에서 적발하는 마약류 중 40% 이상을 마약탐지견이 찾아낼 정도로, 탐지견들은 이미 일선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 이번 대회 개회식에서 마약 탐지 시범을 보여준 탐지견.









지난 10월 25일에는 이 탐지견들의 기량을 겨루기 위한 대회가 열렸다. '관세청장배 탐지견 경진대회'라는 이름의 이 대회는,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관세국경관리연수원 탐지견훈련센터에서 열렸다.

이 대회에는 세관, 경찰, 육군, 공군 등 정부기관 21개팀, 주한미군 4개팀, 학생부 67개팀이 참가했는데, 정부기관과 주한미군 참가팀은 마약탐지와 폭발물탐지의 전문적인 분야에서 기량을 겨뤘다. 그리고 학생부는 고등학생부와 대학부로 나누어 장애물, 복종, 기초탐지 분야를 종합한 점수로 성적을 평가했다.

비록 이 대회에서는 개들에게 성적을 매기기는 했지만, 인간은 어떨지 몰라도 개는 정말 행복이 성적순이 아니다. 특히 학생부에서 참가한 개들은 집에서 기르는 일반적인 개들로, 대회에서 큰 상을 타겠다는 욕심보다는, 애완견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만으로 서로 교감을 더 키우고 아름다운 한 때를 보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었다.

주시경 관세청 대변인은 이 대회의 목적이 "일반인에게 마약류 및 폭발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그런 물품들의 반입을 차단하는 관세청 탐지견의 역할을 널리 홍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와 함께 "전문 유관기관과 교류를 통해 최신 훈련방법과 탐지기술 및 노하우를 서로 교환하는 시간"으로 큰 기능을 한다고 했다.


▲ 대기중인 선수들.






▲ 주영섭 관세청장






▲ 폭발물 찾기 시범을 보이고 있는 관세청 탐지견.






격년제로 개최되는 '탐지견 경진대회'는 올해 3회째를 맞이해서, 지난 10월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열렸다. 주영섭 관세청장의 개회사와 축사 등으로 대회 시작의 막이 올랐는데, 본격적으로 대회가 시작되기 전에 관세청에서 준비한 탐지견 시범무대가 있었다.

까만 개가 나와서 바닥에 놓인 가방들을 한번씩 스윽 냄새 맡고 지나가더니, 어느 가방 뒤에서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자 사람이 와서 가방을 뒤져봤고, 그 가방에선 폭발물이 나왔다.

그 다음에 누렁이는 일렬로 줄 선 대학생들 사이를 막 다니더니, 어느 여학생 뒤에 다소곳이 앉았다. 사람이 와서 주머니를 뒤지자 그 여학생 주머니서는 마약이 나왔다.



정말 귀신같은 솜씨였는데, 행사 시작 전에 한 사람이,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 이거 다 짜고 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렇지 않다고 했다. 특히 대학생들이 숨긴 마약을 찾아내는 것은 그들이 알아서 사람을 바꿀 수도 있어서 전혀 미리 예측할 수 없었다고.

어쩌면 그런 생각 자체가 탐지견들에겐 모욕일지도 모른다. 공항이나 항만 등에서 그 사람 많고 짐 많은 공간에서도 훌륭히 일을 해 내는데, 물건도 얼마 없고, 가만히 서 있는 사람들 속에서 마약과 폭발물을 못 찾아낼 정도면 어떻게 탐지견이라는 이름으로 프로의 세계에 입문 할 수 있었겠나.

탐지견들이 이렇게 마약이나 폭발물을 찾아내면 보상으로 둘둘 말린 수건이 주어지는데, 이건 그저 장난감일 뿐이라고. 즉, 잘했다고 주어지는 보상이 함께 놀아주는 것. 그것 하나만을 위해 힘든 훈련을 거치고, 힘든 일을 하고 있는 중이라 생각하니, 참 대견스러우면서도 애잔하기도 하다.




▲ 개인적인 관심을 나타낸 탐지견. 업무와는 별개.



▲ 여학생 다리 뒤에 탐지견이 떡하니 주저앉아 움직이지 않고 있다.



▲ 탐지견이 지목한 여학생의 주머니에서 나온 마약. 왜 그랬니?!


▲ 육군 의장대 시범이 있었지만 개들은 별 관심 없는 듯. 마지막에 총 쏠 때만 놀라서 짖어댔다.









▲ 주영섭 관세청장과 어린이기자단.



육군 의장대의 화려하고 절도있는 시범이 펼쳐진 후 본격적인 대회가 시작됐다. 한가지 문제는 바람이 많이 불었다는 건데, 그렇게 바람이 많이 부는 날 야외에서 탐지하는 것은 개들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한다고.


그래서 그런지 학생부 개들은 일렬로 놓이 박스 속의 특정 물건 찾기 부문에서 많이 헤매는 모습이 보였다. 한번에 딱 찾아서 박스 앞에 앉는 개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개들이 특정 박스를 찾아내지 못하고 계속 박스와 박스 사이를 오가기만 했다.

주인 입장에서도 속이 타지만, 개 입장에서도 답답하긴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평소 겪어보지 못 한 상황에서 이렇게 신기한 장소, 게다가 주위에 개들도 많은 상황이고, 방금 전엔 의장대가 총도 쐈고. 수많은 냄새들이 뒤섞여 있는데 바람까지 부니, 정작 물건을 찾아야하는 개들 자신도 참 갑갑하겠다 싶었다.

그래도 대부분의 개들이 주인과 함께 장애물을 넘으며 달리는 것은 신나게 잘들 해냈다. 일반적으로 개를 키우는 보람은 그렇게 함께 교감하며 달리며,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곁에 있어 준다는 그 사실 아닐까. 순위고 성적이고 떠나서, 그렇게 함께 사람들 앞에서 달려봤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지, 대회장을 떠나는 참가자와 개들은 다들 즐거운 표정이었다.


▲ 대기중인 선수들. 다소 까부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의젓한 모습이었다.


▲ 역시, 달리는 게 제일 신났어요









▲ 경기장에 들어가서 대회를 펼치고 있는 사람도 조마조마 했겠지만,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지켜보는 사람들도 조마조마 했을 테다.





▲ 개들이 좁고 높은곳을 올라가거나, 시소를 오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하루.











▲ 학생부가 운동장에서 경기중일 때, 전문적인 참가팀은 실내와 차량들 사이를 누비며 목표물을 찾고 있었다. 범위도 상당히 넓었지만, 목표물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어서 더욱 어려운 대회라고.



▲ 관세청 마스코트도 탐지견이다. 파란색 빨간색 옷을 입은, 탐마루, 탐아라.




운동장에서는 다소 축제같이 즐거운 대회가 펼쳐지고 있었던 반면, 다른쪽 건물 안에서는 아주 엄숙하고도 진지한 대회가 펼쳐지고 있었다. 정부기관과 주한미군 참가팀들은 넓은 건물 몇 개를 돌고, 야외에 배치된 차량들을 모두 돌면서 숨겨진 마약이나 폭발물을 찾아야 했다.

범위도 넓고, 제한시간도 있어서, 개와 함께 다니는 사람 또한 계속 뛰어다녀야 하는 힘겨운 대회였다. 혹시라도 대회에 지장을 줄 수 있어서 일반인이나 취재진의 관람은 극도로 통제될 정도로 진지한 대회. 각 기관의 명예를 걸고 하는 것이라 더욱 열심히 했을 듯 싶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탐지견은 제주세관의 '라미'라고 한다. 마약탐지견으로 제주세관에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8살 짜리 레브라도 리트리버. 국내 최고의 마약탐지견이 제주세관에 있으니, 제주도에서는 마약을 들여놓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그렇다고 다른 탐지견들이 실력이 떨어진다든가, 허술하다든가 한 것은 당연히 아니다. 각종 대회에 나가본 사람들은 아시겠지만, 대회라는 것이 평소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 날 컨디션과 운도 상당히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딱히 우열을 가릴 수 없는 탐지견들이 우리나라 세관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 물론 일반인들은 딱히 그 개들을 피하거나 겁 낼 필요가 없는데, 혹시나 세관에서 개가 다가오더라도 겁내거나 불쾌해 하지는 말자. 그들은 우리의 안전을 책임지며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대견한 탐지견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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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