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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뉴스스탠드와 태블릿 PC 시대의 포털IT 2013. 4. 3. 02:15
네이버 뉴스스탠드
네이버 첫 화면에 '뉴스스탠드'라는 새로운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네이버는 모습이 크게 바뀌었다. 이제 최소한 네이버 첫 화면에서는, 언론사가 제공하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볼 수 없고, 네이버가 기사들을 의도적으로 배치한다는 의혹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네이버는 왜 이런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을까. 일단은 네이버엔 접속도 하기 싫다는 사람들을 위해, 뉴스스탠드가 어떤 방식인지 한 번 간략하게 살펴보고 시작하자.
네이버 뉴스스탠드
네이버 주소를 치고 첫 화면을 띄우면, 상단 가운데 자리에 각종 언론사들의 이름들이 신문 가판대 처럼 주르륵 나와 있다. 이미 포털 사이트들의 이것저것 덕지덕지 붙어있던 화면에 익숙해서 그런지, 좀 황량한 느낌이다.
여기서 하나의 언론사 이미지를 클릭해서 바로 신문 보기로 들어갈 수도 있고, 설정을 통해서 앞으로 계속 볼 언론사들을 선택할 수도 있다. 여기서 '설정' 버튼을 누르면 아래와 같은 화면이 나온다.
네이버 뉴스스탠드
설정 화면에서는 앞으로 계속 구독해서 볼 언론사들을 선택할 수 있다. 마우스로 클릭하면 체크 표시와 함께, 아랫쪽 라인에 선택한 언론사들 이미지가 하나씩 추가된다. 마음에 드는 것들을 다 골랐으면 '설정완료' 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이제 구독하기 설정이 끝난 메인 페이지가 나오는데...
네이버 뉴스스탠드
...황량하다.
어쨌든 이제 구독하기 설정은 끝났고, 내가 관심있는 언론사들의 기사를 펼쳐보기만 하면 된다. 구독하려고 선택해놓은 언론사들 중, 한겨레를 클릭하면 아래와 같은 화면이 나온다.
네이버 뉴스스탠드
네이버가 제공하는 '전용 뷰어' 속에서, 마치 신문과 같은 모습의 화면이 나온다. 각 기사들을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의 기사 페이지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네이버 뉴스스탠드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 네이버 첫 화면에서는 뉴스 제목을 보여주지 않는다. 따라서 최소한 첫 화면에서는 자극적인 낚시성 기사 제목들이 퇴출된다.
* 언론사들에게 한 페이지를 넘겨주어, 스스로 편집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이제는 네이버가 첫 화면 뉴스들을 조작한다는 의심을 피할 수 있게 됐다.
* 사용자들은 자신이 관심 있는 언론사의 기사들만 구독할 수 있게 됐다. 제한된 자율이 주어졌다.
하지만 이런 특징들에 따르는 문제점들 또한 있다.
* 첫 화면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자극적인 제목이 과연 사라질 것인가. 언론사들은 어쨌든 자기 페이지로 들어오게 만들어야 하므로, 자신들의 공간 안에서 또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을 내 걸 가능성이 있다.
* 첫 화면에서 '뉴스' 메뉴를 클릭하면 네이버 뉴스 페이지로 넘어간다. 그리고 모바일 용 첫 화면은 아직도 그대로다. 따라서 아직도 의심을 완전히 벗어날 순 없다. 또한, 무엇보다도 실시간 검색어와 검색 결과 페이지 문제는 여전히 그대로다.
* 클릭을 여러번 해야 하는데다가, 로그인 하지 않으면 다시 설정이 풀려버리는 이 서비스를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까.
여러 언론사들과 이용자들도, 뉴스스탠드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크게 와닿았는지 우려의 목소리들이 참 많다.
네이버 뉴스서비스 왜 바꿨나? “선정적 구조 탈피 위해” (한겨레)
뉴스스탠드, 뉴스소비 혁명? 시대 역행?
뉴스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 일어 (아이뉴스)
'뉴스스탠드' 후 언론사 트래픽 최대 80% 빠져 (이데일리)
뉴스스탠드 첫날, 언론사들 “아노미 상태”
페이지뷰 최대 90% 급감, “뉴스 소비 총량 감소,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서비스” (미디어오늘)
뉴스스탠드 서비스 이틀째…선정적 화보·기사에 점령당해
'낚시'하지 않은 일간지는 내일·한겨레·경향 단 3곳 (미디어스)
안타깝게도 뉴스스탠드 출시 이후 조중동의 논평은 아직 없는 상태다. 하지만 언론사들이 연일 쏟아내는 기사들을 보자면 대략 이런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뉴스스탠드 때문에 언론사들의 페이지 뷰가 크게 감소했고, 이런 방식을 했는데도 선정적인 기사나 화보로 클릭을 유도하는 행태는 그대로이고, 언론사는 뉴스스탠드가 싫을 뿐이고.
그런데 여기서 간과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뉴스스탠드'라는 이 서비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내 기분 탓인가?
아이폰에 기본 앱으로 있는, '뉴스 가판대'. 뉴스스탠드를 보자마자 이것이 떠올랐다. 무슨 카피를 했느니 어쨌느니를 논하자는 게 아니다. 네이버가 어디로 가고 있을까, 어디로 가려고 하는 걸까가 궁금했을 뿐. 어쩌면 네이버는 한국형 뉴스 가판대 플랫폼을 깔려는 게 아닐까.
네이버 뉴스스탠드
뉴스스탠드에서 종이 신문의 스캔 버전을 제공하는 '오늘의 신문'코너는, iOS의 뉴스 가판대와 많이 닮은 것 같기도 하다. 다시 메인 화면으로 돌아가서 전체적인 구조를 보니, 네이버 첫 화면이 상당히 간결해졌다. 예전의 덕지덕지 지저분하고 복잡해 보였던 그런 화면이 아니었다. 이건 아예 모바일로 통채로 가기 위한 초석인걸까.
전체 화면을 들여보다가, 뉴스스탠드 아랫부분에 위치한 '매거진' 코너가 눈길을 끌어서 클릭했더니 (내게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네이버 뉴스스탠드
네이버 뉴스스탠드
'매거진' 메뉴를 들어가자, 꽤 많은 잡지들의 수많은 기사들을 공짜로 볼 수 있었다. 이 쯤 되면 가끔씩은 네이버를 사용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서비스다. 마이크로소프트 사가 윈도우 8 (Windows 8)을 아예 태블릿 PC를 겨냥하고 내놓은 것 처럼, 네이버도 비슷하게 태블릿 PC를 겨냥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예 뉴스스탠드와 매거진을 아예 하나의 서비스 묶음으로 합쳐버려서, 한국의 정기 간행물들을 모두 그 플랫폼 안에 넣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최소한 한국의 정기 간행물 뷰어(viewer) 플랫폼으로는 당분간 최강의 위치를 누리지 않을까.
사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카지노 하우스 측의 운영 방법'을 유지하면 된다. 즉, 사용자들이 어떤 뉴스를 보든지, 아니 아예 뉴스를 보든지 말든지 상관 없다. 객장 내에서 무슨 게임을 하든 간에, 일정한 수익만 계속 거둬지면 되는 거다.
따라서 앞으로의 관건은, 뉴스스탠드 이후로 사용자들이 네이버를 이탈하느냐 아니냐라는 것만 문제 될 뿐이다. 어차피 예전 뉴스캐스트 서비스 때도 해당 기사를 클릭해봤자 해당 언론사로 페이지가 넘어갈 뿐이었으니까. 다시 말해서, 옛날 방식의 메인 페이지를 보기 위해서 사용자들이 다른 포털로 이탈하지만 않는다면, 네이버 입장에서는 그들이 뉴스를 보든 말든 별 상관 없고, 언론사들의 페이지 뷰가 얼마가 나오는지도 상관 없는 거다.
따라서 네이버를 사용하는 전체 이용자 수가 급감하지만 않는다면, 네이버는 이런 일련의 변화들을 통해서 태블릿 PC 시대를 선점할 수 있다. 물론 제작자들이 그런 전략을 생각하고, 정해진 로드맵을 가지고 이런 서비스들을 내놓고 있다면 말이다.
참 대단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다른 포털들이 그저 '지금 그대로'를 하고 있을 때,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면서 이런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다시 태블릿 PC의 시대에도 네이버가 포털 시장을 장악하리라는 것. 나만의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시나리오가 정말 그럴듯하다면, 이제 다른 포털들도 어떤 방식으로든 뭔가 움직임을 취할 때가 아닌가 싶다.
p.s.1
뉴스스탠드 서비스에도 여전히 언론사들이 선정적인 화보와 기사들로 낚시질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미디어스'에 따르면, 낚시질 하지 않는 언론사가 '내일, 한겨레, 경향'이라고 하므로, 그 언론사만 구독하면 되겠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도 결국, 결정은 사용자가 하는 거다.
p.s.2
일단 네이버의 이번 결정은, '충격, 경악, 아찔' 같은 언론사들의 낚시성 제목들을 조금이라도 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과연 태블릿 PC에 맞추어 변화해 나갈 것인지 주목해 보고 싶다.
참고로, 언론사들이 페이지뷰를 늘리기 위해 어떤 제목들로 낚시질을 하고 있는지,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다. '충격 고로케'라는 사이트. http://hot.coroke.net/
p.s.3
다른 포털은 이런 형식을 따라하면 좀 쪽팔리니까, 조금 다른 형태를 취해서 다른 방향으로 가면 어떨까 싶다. 아예 블로그들에게 뉴스스탠드 같은 방식의 편집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용자들은 그것을 구독하는 일종의 RSS 형식의 서비스를 하면 어떨까. 그럼 블로그들도 옥석이 가려지려나...라지만, 사용자들이 먼저 지쳐 나가 떨어질 가능성도 높겠다. 잘 짜보면 좋은 그림이 나올 수도 있을 텐데.
p.s.4
어쨌든 대세는 태블릿 PC. 나도 아이패드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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