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서는 단순히
K-WAH 4.0라는 툴만 돌려서 청와대 홈페이지가 웹 접근성 테스트에서 불합격 점수를 받은 것을 보였다. 하지만 K-WAH 4.0는 수많은 체크 항목들 중 6개 항목만 자동으로 점검해주는 툴이라, 이것만 가지고 웹 접근성을 판정하기는 무리다.
사실 이 소프트웨어는 기본 종의 기본이다. 그 정도 테스트는 일단 가볍게 통과해주고, 그 후에 수동으로 웹 접근성 테스트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청와대 홈페이지는 이 1단계조차 통과하지 못해서 좀 실망스러웠다. 어쨌든 좀 더 깊은 학습(?)을 위해서 수동 검사까지 대충 해봤다. '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 2.0’에 위반되는 항목들이 꽤 있어서, 모두 나열하지는 못하고, 항목별로 한두개 정도만 나열해보겠다.
텍스트가 아닌 콘텐츠는 그 의미나 용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대체 텍스트를 제공해야 한다
이건 K-WAH 4.0으로도 체크가 되는 부분이라서,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만 간단히 짚어보겠다. 귀찮긴하지만 아주 간단한 문제다.
청와대 사이트 중 일부를 캡처했는데, '청와대 뉴스'에는 이미지 설명(alt)이 있다. 하지만 '포토 에세이'는 이미지에 대한 설명이 비어있다. 이 alt 값을 비워두면 안 된다. 적절한 이미지 설명문을 넣어줘야 한다.
멀티미디어 콘텐츠에는 자막, 원고 또는 수화를 제공해야 한다
'청와대 영상' 메뉴에 들어가보면 뉴스 매체에서 가져온 듯한 영상물들이 있다. 그런데 언론매체에서 받은 그대로 내놓아서 그런지, 영상을 설명하는 텍스트는 아나운서가 말 한 부분만 나와있다. 웹 접근성 지침에서는 영상 내용을 알 수 있는 원고를 제공하든지, 자막을 제공하라고 돼 있다. 그래서 이 부분이 조건에서 걸린다.
그런데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있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곳에서, 유저들이 올리는 영상도 이 규정을 적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걸 놓고 각종 단체들이 논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아직은 누구도 알 수 없다. 판결이 나와봐야 안다. 웹 접근성을 규정한 당국에서 이런 것까지 확실히 해 줘야 하지 않을까.
텍스트 콘텐츠와 배경 간의 명도 대비는 4.5대 1 이상이어야 한다
위 화면은 청와대의 '행복나눔터'라는 메뉴에서 나눔포털이라는 것의 설명 중 일부다. 여기서 가운데 부분에 있는 회색 글자를 대상으로 배경화면과 명도 대비를 조사해봤다. 명도대비 조사는 Colour Contrast Analyser라는 툴을 이용했다. 텍스트와 배경화면의 명도 대비가 크지 않아서 불합격으로 나온다.
키보드에 의한 초점은 논리적으로 이동해야 하며 시각적으로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웹페이지의 모든 기능은 키보드 탭 키 등으로 접근이 가능해야 하고, 이때 접근은 논리적인 이동이 보장돼야 한다. 그런데 청와대 윗쪽 메뉴는 논리적이지가 않다.
탭(Tab) 키로 접근해보면, 일단 가운데 '청와대' 그림에 초점이 먼저 간다. 그 후에 오른쪽 상단(2번) 메뉴로 초점이 옮겨져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초점이 이동한다. 그 후에 왼쪽으로 가서 (3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초점이 이동한다. 아주 산만한 동선이다.
그나마도 IE로 탭을 누르면 점선으로 표시된 초점이 나와서, 지금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알 수 있는데, 파이어폭스를 이용하면 일부 메뉴에선 초점이 아예 나오지 않는다. 이건 분명 웹 접근성 지침 위반이다.
콘텐츠는 색에 관계 없이 인식될 수 있어야 한다
위의 이미지는 '청와대 소식'에서 '주요일정'의 달력 부분만을 가져온 것이다. 위는 컬러로 된 원본이고, 아래는 원본을 흑백으로 변환시킨 것이다. 일단 달력을 보면, 대구를 많이 방문하시는구나...는 여담이고, 우리도 사이트를 만들 때 흔히 할 수 있는 실수가 보인다.
달력에서 일요일을 빨간 색으로 표시하고, 토요일을 파란 색으로 표시하는 것이다. 그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상단에 이게 일요일인지 토요일인지 표시가 돼 있지 않다면 좀 문제가 된다. 흑백으로 변환해서 보면, 어디가 토요일이고, 어디가 일요일인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엄밀히 따지면 이것도 웹 접근성 지침 위반이다.
급 마침
청와대 홈페이지는 웹 접근성 지침을 충족하지 않는 요소들이 꽤 있었다. 대충 훑어봐도 이렇게 나올 정도였으니, 더 파고들면 꽤 나올 듯 싶다. 하지만 급 재미가 없어져서 이 정도로만 하고 마치겠다. 뭐가 문제인지 그냥 텍스트로만 요약해서 쭉 적으면 꽤 많이 적을 수 있겠지만, 그러면 보는 입장에서 (일 하는 것도 아닌데) 재미가 없으니 그런 식으로 나열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계속 친절하게 그림과 함께 잘못된 점을 지적해 나가기는 내 인내심과 재미심에 한계가 와서 안 되겠다.
어쨌든 타의 모범이 되야 하는 청와대이므로, 비록 처벌 대상이 안 된다 하더라도 정부 시책에 맞게 홈페이지를 바꿔 줬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