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노동개혁 5대 법안 (혹은 노동개혁 5개 법안)'은 정부 측에서 추진하고 있는 총 다섯 개의 법안을 합쳐서 일컫는 말이다. 이 다섯 개 법안은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법, 파견근로자보호법이다.

 

정부와 여당, 그리고 야당과 노동계 등 각각의 논리와 대립은 이미 어느정도 알 테고, 나름의 핵심 사안 언급과 분석은 언론에서도 많이 나왔다. 그것들만 가지고도 대충 어떤 법안들인지 파악할 수 있지만, 다시 한 번 정리해 보겠다.

 

개인적인 자료 수집 차원에서 정리하는 글이므로 언제든 해석이나 입장이 바뀔 수 있고, 해석이 바뀌었어도 (귀찮아서) 수정을 안 할 수도 있다. 볼 사람은 그저 참고용으로 보기 바라고, 되도록이면 자신이 직접 원문을 보고 판단해보기 바란다.

 

 

 

근로기준법

 

 

> 노동개혁 5대법안 -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 원문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환경노동위원회 검토보고서에 요약이 잘 돼 있으므로 이것으로 주요 내용을 대강 파악할 수 있다. 요약 내용은 이렇다.

 

 

* 근로기준법 개정안 요약

 

- 통상임금의 정의 신설

- 1주를 휴일을 포함한 7일로 명시함으로써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산입하는 방법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 한시적으로 특별연장근로 신설

- 탄력적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2주, 3개월에서 각각 1개월, 6개월로 확대

- 연장․야간 및 휴일근로의 가산수당 규정 정비

- 근로시간저축휴가제의 근거 마련

- 근로시간특례업종을 26종에서 10종으로 축소 조정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비교적 무난한 편이다. 기존 내용을 확실히 짚고 조금 개선하는 편인데, 대체로 노동자 측에 유리하게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좀 완화시키는 듯한 내용이다. 즉, 조금 천천히 가자는 의도가 보인다. 

 

 

 

* 근로시간 단축

 

 

세간에 주로 언급되는 부분은 근로시간 단축 부분인데, 일단 기존 근로기준법의 규정은 이렇다.

 

기존 근로기준법: 근로시간 1주 40시간, 연장근로시간 1주 12시간. 휴일근로시간 ?

 

 

기존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시간에 휴일근로시간이 포함되는지 아닌지 애매하다. 휴일근로시간을 별도로 계산하면 총 근로시간은 1주에 68시간이 된다 (법정 근로시간 40시간 + 휴일근로시간 12시간 + 토일 휴일근로시간 16시간).

 

일주일 내내 거의 하루 10시간씩 일 시켜도 합법이라는 뜻이 돼버리는데, 노동계에선 당연히 이건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법원 해석도 여기저기 다 다른 상황이다. 따라서 이걸 확실히 정하는 것은 필요한 상황이다.

 

 

이 개정안은 휴일근로시간을 연장근로시간에 포함하고, 1주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다만, 노사 합의가 있는 경우는 60시간으로 할 수 있다고 정한다. 따라서 노동시간 60시간을 법으로 보장해주는 셈이다.

 

 

그래도 기존 법보다는 나아진 것 아니냐 싶겠지만, 이미 2015년 9월 15일 발표된 '노사정 합의문'보다 후진한 법안이다. 당시 수많은 논란과 비판을 가득 받으며 나온 노사정 합의문이었는데, 여기서 근로시간을 이렇게 정하고 있다.

 

1주일은 7일로 하여 휴일근로시간을 연장근로시간에 포함하고, 주당 근로시간은 52시간(기준근로시간 40시간 + 연장근로시간 12시간)으로 한다.

 

> 915 노사정 합의문 전문 다운로드 페이지 링크 (노사정위원회)

 

 

다시 말해서 이 부분은 노동개혁 5대 법안이 노사정 합의보다 오히려 후진한 내용이다.


 

 

* 탄력적근로시간제 & 근로시간저축휴가제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어떤 때는 일 많이 시키고, 어떤 때는 놀게 해줄 수 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즉, 손님 없을 때는 집에 가라고 할 수 있고, 손님 많을 때는 철야 시킬 수 있는데, 이때 철야를 해도 예전에 논 시간을 땡겨오는 거라서 가산금은 안 줘도 된다.

 

근로시간 저축 휴가제도 이와 궤를 같이하는데, 휴가를 땡겨쓰거나 모아뒀다가 나중에 쓰거나 할 수 있는 제도다. 문제는 여기에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의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라는 조항이 있어서, 사실성 노동자가 자유롭게 휴가를 쓸 수는 없게 해놨다.

 

따라서 이 두 제도를 조합하면, 일 없으면 며칠이고 몇 주고 팽팽 놀리다가 일 있으면 왕창 철야에 휴일근무 시킬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도 예전에 놀았던 것 땡겨오는 것이므로 가산수당을 안 줄 수 있다.

 

 

 

 

고용보험법

 

 

> 노동개혁 5대법안 - 고용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 원문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 고용보험법 개정안 요약

 

- 조기재취업수당 폐지

- 구직급여 기여요건을 현행 18개월간 180일 이상에서, 24개월간 270일 이상으로 강화

- 90일 이상 미취업자 및 반복수급자에 대한 실업인정을 강화하고, 의무 위반시 지급정지 및 구직급여 감액 지급을 구체화

- 실업급여 지급수준을 통상임금의 50%에서 60%로 인상하고, 하한액을 기초임금의 90%에서 80%로 인하

- 훈련연장급여 지급시 훈련연장급여 심의회 심의를 거치도록 하며, 개별연장급여와 특별연장급여의 지급수준을 구직급여의 100%로 설정

- 구직급여 지급기간을 30일씩 연장

 

 

 

* 구직급여 지급수준 인상?

 

구직급여 지급액을 높여서 혜택이 많이 돌아간다고 홍보는 하는데, 일단 지급수준 상한선을 통상임금의 50%에서 60%로 인상한 것은 맞다. 하지만 하한선을 기초임금의 90%에서 80%로 인하했다.

 

즉, 상한선도 높아지고 하한선도 낮아졌다. 이러면 많이 받는 사람들은 많이 받겠지만, 저임금 노동자들은 더 낮은 금액을 받을 수도 있다.

 

그래도 지급기간을 30일 늘렸으니 결국 다 조금씩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그 기간 모두를 다 받으려면 꽤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 실업급여 받는 조건 강화

 

가장 문제는 실업급여 수급 요건을 강화했다는 거다. 지금은 18개월간 180일 이상 근무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되는데, 이걸 24개월간 270일로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면 단기고용 노동자에겐 실업급여가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산재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 노동개혁 5대법안 -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 원문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 산재보험법 개정안 요약

 

- 출퇴근 재해의 신설: 사업주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 뿐 아니라 그 밖의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

 

- 예외: 출퇴근 경로 일탈 또는 중단이 있는 경우에는 그 경로 일탈 등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한 당해 일탈 또는 중단 중의 사고 및 그 이후의 왕복 중의 사고에 대하여는 출퇴근 재해로 보지 아니함.

 

 

산재보험법 개정안은 출퇴근 재해 조항을 신설한 것이 전부다. 일단 이건 환영할 만 하다. 다만, 심상정 의원이나 한명숙 의원 등 다른 의원이 제안 했던 비슷한 법안에서는 예외 조항이 없었는데, 여기서는 예외조항을 꼼꼼하게 설정해놨다.

 

 

 

 

기간제근로자법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 노동개혁 5대법안 -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원문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 기간제근로자법 개정안 요약

 

- 35세 이상인 기간제근로자가 신청하는 경우 근로계약기간을 2년 연장

-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고 연장된 근로계약관계를 종료하면 이직수당을 지급

- 여객운송업 중 생명․안전과 밀접한 업무,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의 업무에는 기간제근로자 사용을 금지

- 2년간 3회를 초과하여 근로계약을 갱신할 수 없도록 함

- 기간제근로자를 무기계약근로자(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하는 경우와 시점 명시.

 

 

* 근로계약기간 2년 연장

 

신청일 시점으로 35세 이상인 기간제근로자를 2년 더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하는 조항 신설. 노동개혁 5대법안의 핵심 독소조항으로 언급되는 내용이다.

 

다짜고짜 2년 더 일하게 해 줬으니 안정적인 일자리가 보장된다고 광고하는데, 애초에 계약직, 비정규직(기간제근로자) 계약기간을 2년 이내로 정해놓은 것은 그 이후엔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라는 의도였다. 이걸 4년으로 늘려놓으면 이제 한 번 비정규직은 영원한 비정규직이 되는 것 아닌가.

 

이렇게 연장한 경우, 2년 후에는 정규직으로 채용하거나 혹은 이직수당 지급하고 계약을 종료하도록 하고 있다. 이직수당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고, 이직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는 예외조항 또한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하고 있다. 5대법안들을 보면 유독 대통령령으로 따로 정한다고 언급한 것들이 많다.

 

 

* 근로계약 갱신횟수 제한

 

현행법은 사용기간만 제한해두고 갱신횟수를 제한하지 않고 있다. 그것때문에 쪼개기 계약이 가능한 거고. 따라서 2년간 3회를 초과하여 근로계약을 갱신할 수 없다는 제한의 취지는 좋아 보인다. 다만, 여기도 대통령령으로 예외를 두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어기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인데, 이게 과연 실효를 거둘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든다.

 

 

 

 

파견근로자법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 노동개혁 5대법안 -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원문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 파견근로자법 개정안 요약


- 도급 등의 계약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한 것으로 보는 기준 명시

- 고령자(55세 이상)와 고소득 관리직 전문직 종사자, 뿌리산업 종사업무에 대해 파견허용업무를 확대

- 파견금지업무에 철도(도시철도 포함)사업의 여객운송 업무, 산업안전보건법 상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의 업무를 파견금지 업무로 추가
- 근로자파견계약 시 파견대가 항목을 세부적으로 명시하도록 함

 

 

* 파견 대상 확대

 

이 법안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파견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55세 이상의 고령자나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2014년 기준으로 연소득 약 5500만 원 이상) 등을 파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는 전문직 중 컴퓨터 관련이나 방송 관련 등 7개 업무만 파견을 허용하고 있는데, 개정안에서는 전 업종 고소득 전문가로 확대하겠다는 것. 여기서 연소득이란 파견됐을 때 받는 임금을 연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이다. 즉, 한 달 460만 원 주고 한 달만 썼다가 자르는 형태도 가능해진다.

 

참고로 한 산업계에 파견이 만연해지면 그 바닥이 어떻게 망가지는지는 IT분야의 SI 노동자들에게 들어보기 바란다.

 

그리고 뿌리산업이란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 제조업 전반에 걸쳐 활용되는 공정기술인데, 이쪽이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으므로 이 사람들을 파견직으로 돌리겠다고 한다.

 

 

 

이상으로 5개 법안들을 대략 살펴보았다. 전체적인 느낌을 보면 기존 법을 개정하려는 법안들이 여러개 나와 있는데 너무 노동자 쪽에 기울어 있으므로 약간 브레이크를 걸면서 꼼꼼하게 예외 조항을 넣되 대통령 권한을 강화시키겠다 정도의 의도가 보인다 (가만히 보면 그런 기운이 느껴진다). 폐기하면 아무 짝에도 쓸 데 없어지는 이런 걸 붙잡고 분석하고 앉아 있어야 하다니, 참 국민들을 지치게 만드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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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