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동네에 신기한 담배가게를 보고 호기심에 한 번 방문했더랬다. 담뱃잎이 그대로 들어가 있는 담배를 꺼내서 기계로 그 자리에서 바로 갈아주는 가게란 걸 알고, 일단 한 봉지를 사봤다.

 

집에서 손으로 말아서 하려고 한 봉지 잘라서 오기만 했는데, 이번엔 튜빙도 가게에서 한 번 경험해봤다.

 

> 동네에 생긴 특이한 수제담배 가게

 

예전 포스팅이 있긴 한데, 꼭 연결되는 건 아니다. 다시 들어가보자.

 

 

이 수제담배 가게엔 담뱃잎이 그대로 들어가 있는 봉지를 판다. 그리고 담배 튜브도 판다. 여기서 '튜브'란 담배 껍데기(?)를 뜻한다. 즉, 담배잎은 들어가있지 않은 담배 껍데기 말이다. 담뱃잎은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게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이런 튜브들은 인터넷에서도 살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튜브들은 따로 기구나 기계가 있어야 그 속에 담뱃잎을 넣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기구까지 갖추기는 너무 부담스럽다 싶어서 좀 꺼리게 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 가게에선 튜빙 머쉰까지 제공해준다. 즉, 맨손으로 가면 (물론 돈은 가지고), 손님이 직접 담배를 말아갈 수 있다는 거다.

 

 

 

담배 한 봉지를 사서 커팅기로 담뱃잎을 잘라낼 수 있다. 원래는 손님이 해야 하는데, 바쁘지 않을 땐 주인이 해 줄 수도 있다. 110g 담배 한 봉지에 13,000원.

 

 

담뱃잎이 이렇게 커팅기를 통해서 잘려 나온다. 며칠 전에는 이걸 그대로 봉지에 담아서 집으로 가져갔다. 습관대로 말아피려고. 근데 이게 휴대성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이번엔 가게에서 튜빙도 해봤다.

 

 

그냥 무난한 (제일 싼) 튜브를 선택했다. 한 곽에 120개 들어 있는 것이 2,300원. 무슨 향 있거나 좀 좋게 가공했거나 한 것은 당연히 더 비싸다.

 

재밌는 것은, 튜빙기만 이렇게 해결돼서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면, 따로 필터 사고 담배 종이 사고 해서 말아피는 것 보다 싸거나 거의 비슷한 가격이 될 수 있다. 아무래도 튜브가 좀 더 제대로 나오는 거니까 더 비싸지 않을까라고 생각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렇게 아이템을 갖추면 가게 안에서 튜빙 기계로 담배를 직접 만들어갈 수 있다. 마치 연필깎이 처럼 생긴 기계로 튜빙을 하는데, 손으로 튜빙 하는 것만 봤던 나도 신기술의 향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약간 과장).

 

담배 튜브를 끼워넣고 담뱃잎을 윗쪽에 넣은 뒤, 버튼만 누르면 저 튜브에 담뱃잎이 들어간다. 처음엔 당연히 조절을 잘 못 할 수 밖에 없는데, 한 번 돌려보면 원리가 파악되기 때문에 몇 번 해보면 익숙해진다. 튜브를 손으로 잘 조절해서 취향에 따라 속에 채우는 밀도를 조절하는 게 포인트.

 

 

옆을 보니 거대한 튜빙 기계도 있다. 이건 좀 큰 크기의 튜브용이다. 대체로 일반 담배보다 좀 작은 크기의 튜브를 사용한다.

 

 

 

연필깎이 처럼 생긴 튜빙 기계로 이렇게 하나하나 담배를 만든다.

 

이거 만드는 중에도 가게에 사람들이 들어와서 이것저것 묻고 가더라. 대체로 가게에서 담배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말에 부담을 느끼고 '으헉!'하는 느낌으로 다시 나가더라. 뭐, 처음엔 나도 '에헤, 그거 좀 부담스러운데' 싶어서, 그런 사람들 마음이 이해는 된다.

 

근데 대체로 이런 일이 처음 시작하는 게 어렵지, 막상 해서 익숙해지면 별 거 아니다. 나도 어느새 작은 가게 한 구석에 앉아서 담배를 만드는 게 익숙해졌다.

 

주인이 말 하길, 이걸 말아놓고 팔면 위법이기 때문에 그렇게는 못 한다고. 손님이 무조건 직접 말아가야 한다고.

 

 

이렇게 담배 120개비가 완성됐다. 튜빙기에만 익숙해지면 생각보다 금방 말 수 있겠더라. 만들다보면 무아지경에 빠져서 도를 닦을 수도 있을 것 같고.

 

어쨌든 120개비를 만들어도 담뱃잎이 꽤 많이 남는다. 100g이면 손으로 말면 200개비 정도가 나올 수 있는 양이니까 남는 게 당연하다. 같은 튜브와 튜빙기를 써도, 채워넣는 밀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남는 양이 다를 수도 있다.

 

이렇게 남은 건 봉지에 싸서 이름 적고 가게에 두고 가도 된다. 그러면 다음에 시간 날 때 다시 가서 또 담배를 말며 무아지경에 빠질 수 있다. 물론 그냥 집에 들고가서 씹어먹어도 된다.

 

 

 

가게 안은 이렇게 생겼다. 사실 가게 바깥이 뭔가 특별할 게 없이 눈에 띄는 게 없기 때문에 초행이면 잘 찾아봐야 한다. '수제담배 한 갑 1,600원' 이라고 배너가 걸려 있으니, 그걸 찾아보면 쉽다.

 

주인장이 저 문구도 사실과 좀 다르다며, 본사에서 줘서 걸고 있기는 한데 영 마음에 안 든다고 한다. 사실 좀 사람들 혹하게 만들려고 써 놓은 티가 나는 문구이긴 하다. 좀 현실적으로 2,000원 정도로 써놔도 충분히 사람들 눈에 띌 만 한데, 좀 무리한 것 같다. 뭐 그냥 그러려니 하자.

 

 

위치는 대략 저 빨간점 찍어둔 곳 정도다. 시립대 정문 바로 앞 어딘가다. 딱히 뭔가는 없지만 찾아보면 또 쉽게 찾을 수 있다.

 

물론 나는 저 가게와 아무 상관 없는 그냥 손님일 뿐이다. 그저 이런 가게가 망하지 않게 유지되어 나도 틈틈이 찾아가고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포스팅 한다.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