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애매한 내용으로 사람들의 해석과 의견이 갈리고 있는데, 핵심 문장만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저는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 3차 대국민 담화 (청와대 TV 유튜브)

 

다시 한 번 요약하면 딱 한 문장이다.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

 

여기서 '국회의 결정에 맡긴다'라는 표현이 애매하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여러 해석과 갑론을박이 생겨난다.

 

그런데 이런 식의 담화문은 이미 이승만 하야 성명에서 나온 적이 있다.

 

(이승만 이미지: 위키피디아 CC0)

 

> 1960년 4월 26일, 이승만 대통령 하야 담화 발표 (유튜브)

 

1960년 3월 15일 부정선거(315 부정선거)로 쌓였던 국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급기야 학생들이 다치거나 죽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것이 419 혁명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이승만은 4월 26일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것을 요약 정리하면 이렇다.

 

1. 국민이 원한다면 대통령직을 사임하겠다.
2. 선거에 많은 부정이 있었다 하니, 선거를 다시 하도록 지시하겠다.
3. 이기붕 의장에게 모든 공직에서 완전히 물러나도록 하였다.
4. 국민이 원한다면 내각책임제 개헌을 하겠다.

 

"국민이 원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여놓은 것이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라는 것과 꼭 닮은 꼴이다.

 

게다가 "선거에 많은 부정이 있었다고 하니"라는 부분은, 11월 4일에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서 "위법 행위까지 있었다고 하니"라는 발언과 닮은 꼴이다. 어쩌면 이 하야 담화문을 레퍼런스로 삼은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승만의 하야 담화문도 이런저런 해석이 가능한 애매한 표현들이 쓰여졌기 때문에, 발표되고 나서 당시에 국회의원들끼리도 갑론을박이 있었다 한다.

 

하지만 이 당시 국회의원들은 좀 달랐다. 오전에 담화문이 발표됐고, 오후에 '시국 수습 결의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이 시국 수습 결의안의 핵심 내용은 이렇다.

 

1. 이승만 대통령은 즉시 하야한다 

2. 3·15 선거는 무효로 하고 재선거를 실시한다

도 내각 하에 완전 내각책임제 개헌을 단행한다

4. 개헌 통과 후 민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즉시 실시한다

 

하야 성명 발표 바로 다음날인 4월 27일, 이승만은 국회에 사직서를 제출하게 됐다. 완전 속전속결로 상황이 정리된 것이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봤을 때, 지금의 국회는 너무 움직임이 느리고 안이한 것 아닌가 싶다. 1960년 4월 26일에 국회가 몇 시간만에 "즉시 하야해라"라고 결의안을 채택한 것 처럼 할 수는 없었을까. 이래저래 너도나도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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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