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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러모로 아쉬웠던, 이화동 벽화마을 산책
    국내여행/서울 2017. 11. 6. 16:22

    오랜만에 다시 찾아간 이화 벽화마을.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갈 일이 전혀 없는 산동네. 이런저런 사건들 터진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꽤 오랜시간 가보지 못 했다. 지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한 번 발길을 옮겨봤다. 마침 빗방울도 떨어져서 아주 호젓한(?) 산책이 됐다.

     

     

     

    이화마을 혹은 낙산공원으로 갈 때 주로 동대문 쪽에서 올라가는 편이다. 대학로 쪽은 아무래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꺼려진다. 기분 탓인지 몰라도 경사도 대학로 쪽이 더 많고 급한 것 같고.

     

    벽화 구경과 함께 가게들을 구경할 요량이면 아무래도 대학로 쪽에서 접근하는게 좋고, 그냥 조용한 동네 구경을 하려면 동대문 쪽에서 접근하는게 좋다. 물론 동대문과 대학로 양쪽을 입구와 출구로 잡고 한 번 쭉 가보면 두루두루 구경할 수 있다.

     

     

    뱅뱅 돌아 올라가는 저 길도 여전하구나. 아주 드물지만 운전 못 하는 사람은 한 방에 못 올라가기도 하던데.

     

     

    지도에 이화동 벽화마을이라고 이름 붙여진 곳은 여기보다 살짝 아랫쪽이더라. 예전엔 이쪽이 거의 중심 역할을 했는데 아무래도 중심축이 이동됐나보다. 이 윗쪽동네에 붙어있는 지도도 벽화마을 지도가 아니라 이화동 마을 박물관 안내지도였다.

     

    이화동 마을박물관은 뜻을 모은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이화동 가옥 몇 채를 박물관 형태로 운영하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는데, 마을박물관 자체가 잘 오픈하지 않아서 거의 유명무실해진 것 아닌가 싶다. 자세한 사정을 알 수가 없으니 그냥 이런게 있었다고 생각만 하고 지나칠 뿐.

     

     

    오랜만에 와보니 '조용히 해주세요'라는 푯말이 여기저기 붙어있다. 벽화를 지운 사건의 여파가 꽤 컸나보다.

     

     

     

    여기가 물고기 그림이 있던 자리였는지, 꽃 그림이 있던 자리였는지 가물가물하다. 뭐 어쨌든 둘 다 지워졌으니 별 상관은 없을 테고. 그래도 군데군데 조그맣게 벽화들이 있기도 하고, 이 길을 통해야 윗쪽 동네 카페 골목 쪽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이 길은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닌다.

     

    시간도 그렇고, 날씨고 좋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사람이 별로 없는 편이었는데, 외국인들이 내국인들보다 더 많아서 신기했다. 벽화가 몇 개 지워졌어도 아직 벽화마을로 이름이 알려지고 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고, 어쩌면 업데이트 되지 않은 가이드북을 보고 왔을 수도 있겠고.

     

     

     

    낙산공원 가는 쪽으로 나 있는 골목은 참 많이 변했다. 오랜만에 와본다지만 한 삼 년 지났나, 그동안 정말 많이 변했구나. 이런 변화의 속도는 정말 무서울 지경이다.

     

    계단 윗쪽에서 낙산공원 쪽으로 가는 골목쪽은 거의 대부분 가게들로 꽉 채워져 있다. 소품들을 파는 가게나 각종 먹거리를 파는 가게, 그리고 카페가 주를 이룬다. 아직 프랜차이즈 가게는 들어서지 않은 모양이라 그나마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볼거리를 제공하고는 있는데,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고 있었다. 아무래도 평일 낮에는 장사가 잘 안 되는 건가.

     

    근데 가게를 예쁘게 꾸미고 장식을 하고, 안에서 핸드메이트 커피나 소품을 판다고 해서 다양성과 특수성이 확보되는 시기도 이제 지났다. 그런 가게 자체가 좀 알려진 동네에 가면 워낙 많으니까. 그 동네에 있는 가게라면 그 동네에서만 볼 수 있는 어떤 것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많은 벽화들이 이제 추억이 되어버렸지만, 새롭게 그려진 것들도 약간 있었다.

     

     

    꼭대기 쪽엔 달동네 특성을 살린, 소위 루프탑 형태의 카페들이 몇몇 자리잡고 있다. 한쪽 구역은 거의 상업지구가 된 듯 하다. 다들 인테리어부터 시작해서 요모조모 특색있게 꾸며놔서, 요즘은 이런 가게나 카페를 구경하기 위해서 이쪽으로 놀러가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대체로 동네 분위기에 어울리게 노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름다웠던 그 시절은 이제 사진으로만 남았는데, 누군가에겐 아름다운 기억이 누군가에겐 고통의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짧은 골목에 여러 가게들이 붙어 있어서, 꼭대기까지 걸어 올라온 사람들에게 구경거리를 선사해준다. 근데 사실 동대문 쪽에서 자가용 끌고 올라오면 아주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지만.

     

     

    밤에 조명이 켜지면 좀 예쁠 것 같다. 아니, 낮이라도 이렇게 비가 오락가락하는 우중충한 날이라면 가게들이 불만 켜도 따뜻한 느낌이 나면서 예쁜 모습이 될 수 있겠는데, 문을 연 가게가 절반 정도밖에 안 됐다. 원래 이런건지, 가게들 휴일에 우연히 맞게 된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큰 카페 몇몇은 영업을 하고 있으니까 그걸로도 충분하겠다.

     

     

    활짝 펼쳐진 날개도 없어졌다고 들었다. 대학로 쪽은 영 내키지 않아서 이번 산책에서도 내려가지 않아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뒤로 접혀진 모양의 날개는 꼭대기 쯤에 남아있다.

     

     

     

     

    동대문 쪽에서 자동차로 올라올 수 있는 큰 길 가에는 이렇게 이정표도 붙어 있다. 이쪽 큰길쪽을 대상으로 카페들이 들어선 모양새인데, 이쪽보다는 건너편 골목길이 조금 더 예쁘다.

     

     

     

    사실 이쪽 동네는 낙산이라는 위치와 한양도성 때문에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다. 추진하던 재개발은 이미 오래전에 무산된 상태고. 이런 동네도 유명해지면 여러가지 형태로 개발이 진행될 수 있다는게 참 놀랍기만 하다.

     

    이화동 벽화마을의 문제는 비단 이 마을만의 문제는 아닐 테다. 벽화마을이 인기를 끌면서 비교적 손쉽게 한 번 시도해볼 수 있는 아이템이라 우후죽순으로 여기저기서 시도한 벽화마을 사업. 그 중에 몇이나 지역 주민들과 교감을 해서 어떤 철학을 가지고 지속적인 관리를 하고 있을까.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전문가들에게 비싼 돈 주고 그려넣은 벽화는 초기에 반짝 인기를 끌 수는 있지만, 그런 벽화도 결국엔 빛이 바래고 지워지기 마련이다. 그러면 또 돈을 부어서 개보수를 하든지 새로 그려넣든지 해야 하는데, 과연 한 동네에 지속적으로 그 많은 돈을 부어넣을 수 있을까. 애초부터 일회성 사업으로 철학 없이 진행했던 것이 문제를 잉태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많은 아쉬움이 드는 산책이었다. 조금 더 신경써서 정교하게 다듬어 갈 수도 있었을 텐데.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어쩌면 또 조금 시간이 흐르면 다시 화려하게 부활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부디, 기본 철학부터 정립하고 사업을 했으면 싶다.

     

     

     

    어쨌든 오늘도 동대문은 평화롭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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