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7일, 경실련,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가 국내 이동통신 요금이 외국에 비해 너무 비싸다며, 보편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보편요금제 도입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 국내 이통사들이 계속 반대를 하기 때문에 이들이 나선 것이다.

 

통신비 4만 원에 유럽은 100GB, 한국은 300MB

 

주장과 함께 시민단체가 내놓은 자료는, 2017년 12월 핀란드 경영 컨설팅 업체인 '리휠(Rewheel)'이 발표한 보고서다. 이 보고서의 그래프만 봐도 한국과 유럽 쪽 스마트폰 요금제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30유로에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살 수 있나, 리휠 보고서)

 

리휠은 30유로 요금으로 어느 정도의 스마트폰 데이터를 구입할 수 있는지를 유럽과 OECD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환율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30유로면 한국 돈으로 약 3만 5천 원에서 4만 원 정도다.

 

SKT 요금제를 보면 band 데이터 세이브가 32,890원에 300MB를 준다. 그리고 band 데이터 1.2G 요금제가 월 39,600원에 1.2GB 데이터를 준다. 확실한 이유는 알 수는 없지만, 다른 통신사들도 요금제가 거의 다 비슷하다는 사실은 잘 알 테다.

 

(자료: 외국보다 비싼 국내 이동통신 요금, 보편요금제 도입해야, 참여연대)

 

작년에 이 자료가 발표되고 한창 이슈가 됐을 때, 일부 언론에서는 이 자료가 잘못됐다는 통신사 측의 반박을 실어주기도 했다. 그 반박은, 이 자료가 제대로 된 조사가 아니며, 국내 사용자들은 비싼 요금 위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 자료가 잘못 되었다는 것이다. (뭔 말인지 나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쓰여져 있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리휠의 조사는 30유로 미만의 특정 요금제를 분석했지만 이는 실제 국내 고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요금 패턴과 맞지 않다"고 반박했습니다.

 

다른 이동통신사 관계자 역시 "한국의 데이터 이용 환경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럽과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스마트폰 데이터요금 주요 41개국 중 가장 비싸", 연합뉴스, 2017.12.06.)

 

국내 고객들이 왜 비싼 요금제를 쓰겠나. 싼거 쓰면 데이터를 안 주니까 그렇다. 위 말은, 국내 호갱님들은 계속 비싼 요금제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싼 요금제와 비교하면 안 된다라는 말과 똑같다.

 

그리고 한국의 데이터 이용 환경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서 유럽과 비교하면 안 된다니. 이게 무슨 말이나 말똥구리냐. 그럼 환경을 유럽 수준으로 맞추고 요금도 그에 맞추면 되겠다.

 

해외의 이동통신 요금제 사례

 

저 통계 자료를 믿지 않는다 해도, 조금만 검색해보면 외국의 요금제를 쉽게 알아볼 수 있다.

 

 

 

(EE 요금제)

 

영국의 메이저 이동통신 업체인 EE의 경우, 12개월 약정을 하면 월 17파운드에 4GB 데이터를 주고, 통화와 SMS도 무제한이다. 17파운드는 약 26,000원이다.

 

20파운드, 약 3만 원이면 10GB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한국에선 33,000원에 300MB를 준다.

 

(호주 optus 요금제)

 

통계에서 약간 비싼 편으로 나오는 호주(오스트레일리아)를 봐도 한국보다 낫다.

 

호주의 메이저 통신사인 OPTUS를 보면, 12개월 약정에 매월 40 호주달러(약 34,000원)을 내면 데이터 15GB를 준다. 물론 통화와 문자는 무제한이고, 나라를 지정해서 국제통화도 일정 시간 무료로 준다.

 

다시 말하지만, 한국에선 33,000원짜리 요금제를 쓰면 데이터 300MB를 준다. 엄청난 차이다. 더군다나 영국, 호주 모두 한국과 비교해서 물가가 낮은 나라도 아니다.

 

 

해법은 없나

 

하지만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모두 사기업인 이유로 정부가 조율을 하고 통제를 하기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안 하겠다고 버티면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기도 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통신사에게 세금이나 주파수 사용료를 몇 배 더 올려서 받고, 전봇대마다 와이파이 망을 구축하는 건 어떨까. 예전 2000년대 쯤 인터넷 망을 국가 기반 인프라로 간주하고 대대적으로 정비했던 때 처럼 말이다.

 

아니면 핸드폰은 이미 본인인증 등으로 거의 전국민 필수 제품으로 자리를 잡았으니, 이를 공공영역으로 끌어내서 우체국이 제 4 통신으로 들어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주파수 경매를 할 때 연간 일정 비율은 공공재로 내놓는 조건을 거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사실 보편요금제를 도입한다해도 해외보다 비싼 요금제가 그리 크게 완화되지는 않는다. 이미 기본료 폐지가 물 건너간 마당에 이것마저 통신사들이 거부를 한다면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만 한다. 정 안되면 정부가 본인인증용 통신기기를 무료로 보급하든지. 나는 본인인증만 되면 핸드폰 없앨 용의 있다.

 

어떻든, 핸드폰을 거의 필수 기기로 사용하게끔 만들어놨다면, 국가는 이를 공공재로 간주하고 기본적으로 소유하고 본인인증을 받는 정도는 무료에 가깝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할 것이다.

 

 

p.s.

가끔 해외도 데이터 비싸던데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외국인이나 여행자용으로 비교하면 안 된다. 국내 내국인용 요금제는 해외의 내국인용 요금제와 비교해야 한다. 여행 가서 잠깐 쓰는 데이터 유심은 아무래도 비쌀 수 밖에 없다.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