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나간김에 서울 나들이. 팔자 좋은 사람들은 단풍놀이도 가고 계절마다 놀러도 가서 계절 바뀌는 것 좋겠지만, 나는 팔자가 안 좋아서 그런 것 안 좋다. 그냥 계속 똑같은 계절만 있으면 좋겠다. 그래야 생활비도 덜 들고 미니멀라이프도 할 수 있으니까. 가난뱅이가 참 살기 힘든 곳이야.

 

일 보러 나간 김에 가까운 거리 10킬로미터 정도는 걸어다니면서 나들이로 여길 수 밖에.

 

가을 종로 청계천 나들이

 

청계천은 등불축제 준비하는지 뭔가 설치하고 단장하느라 분주하다. 아래로 내려가서 걸으면 사람들이 툭툭 치기 때문에 그런 일상의 폭행을 당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사람 없는 곳으로 다닌다. 그런 폭행 사건은 워낙 한국에 흔해서 경찰이 접수도 안 해줘.

 

멀리 한화빌딩은 기존 빌딩에 반짝반짝 유리 껍데기를 씌우고 있네. 저러면 새로 지은 것 같은 느낌 들고 좋은가. 건물주의 마음을 어찌 이해하리.

 

가을 종로 청계천 나들이

 

지나면서 남산타워도 구경한다. 조금 멀게 보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지척이지. 종로 길거리에 서서 남산의 단풍을 구경하니 이것이 바로 호연지기로다.

 

가을 종로 청계천 나들이

 

마침 관광안내소가 보이길래 냉큼 들어가서 뭔가 주워 나온다.

 

가을 종로 청계천 나들이

 

최근에 관심을 가지게 된 서울 순례길. 서울에 남아있는 천주교 성지와 역사적 기념물들을 이어서 코스로 만든 것으로, 교황청 승인도 받았다 한다.

 

여러 개의 코스로 나눠져 있는데, '일치의 길' 같은 경우는 중림동 약현성당에서 삼성산 성지까지로 코스를 만들어놨다. 이건 하루만에 걸어가기는 좀 벅차기도 하고, 길이 별로 재미도 없다. 아무래도 모든 코스를 걸어서 가보는 건 무의미하지 않겠나 싶다.

 

유럽의 산티아고 순례길과 비교해서 이야기하기도 하던데, 산티아고는 꼭 천주교에 관련한 머시기를 보려고 가는 건 아니지 않나. 타켓이 좀 잘 못 된 듯. 어쨌든, 전국적으로 이런길 저런길 많이 생겼는데, 길을 지도 위에서 선만 그어서 만들지 말고, 코스를 만들었으면 걷기 좋게 만들든지, 테마에 맞게 뭔가를 조성하든지 했으면 좋겠다. 바닥에 여러가지 그림만 그려놔도 그거 보겠다고 코스따라 걷는 사람도 있을 텐데.

 

가을 종로 청계천 나들이

 

관광안내소에선 서울순례길 팜플렛과 가이드북을 받을 수 있다. 가이드북은 보통 한정 수량이라 금방 없어질 수 있다. 팜플렛은 뒷면에 스탬프 찍는 칸이 있어서, 이걸로 스탬프 투어를 할 수 있게 해놨기 때문에 아마 수량이 넉넉할 듯 싶다. 해당 장소에 찾아가서 도장 찍어달라고 하면 찍어준다.

 

가을 종로 청계천 나들이

 

가이드북에는 이렇게 코스 지도가 나와있다. 물론 인터넷으로도 찾을 수 있고, 서울순례길이라는 스마트폰 앱도 있다. 근데 이 코스 지도가 천주교 측과 서울시 측이 약간 다르다. 지금쯤은 일치를 시켰을까. 이런게 서로 다르면 좀 보기 안 좋다. 사람들이 헷갈리기도 하고.

 

이미 다 아는 길이라 별로 재미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선뜻 길을 나서지를 못 하고 있다.

 

가을 종로 청계천 나들이

 

청계천 수표교 근처에 전태일 기념관 건립 공사가 한창이다. 12월 개관 예정이라 한다. 단순히 한 인물에 대한 소개와 전시를 넘어서, 노동자 지원 시설로 운영될 예정이라 한다. 여긴 완공되면 한 번 구경 가봐야지. 이 바로 앞에 허름한 고시원이 있어서 뭔가 오묘한 느낌을 준다.

 

가을 종로 청계천 나들이

 

가을 종로 청계천 나들이

 

종로구는 청계천 근처 몇몇곳에 야외 화장실을 만들어놨더라. 좋은 아이디어다. 길 걷다가 건물 같은데 들어가기도 좀 뭣하고, 이렇게 길바닥에 화장실 있으면 급할 때 딱 좋지. 다른 곳도 이런 것 좀 만들었으면 싶은데, 운영이나 관리가 쉽지는 않을 듯 싶다.

 

가을 종로 청계천 나들이

 

가을 종로 청계천 나들이

 

동대문에 가까워지니 이제 시장이 큰 볼거리가 된다. 동대문 시장도 나름 계절을 탄다.

 

 

이미 추워진 날씨에 털실을 많이들 내놓고 팔고 있다. 사 가는 사람도 많고.

 

 

 

광장시장은 언제나 그렇듯 오늘도 먹거리 향연, 사람들 바글바글. 들어가기 무섭다. 대충 끄트머리에서 분위기만 잠깐 감상하고 동대문으로 가서 사라지자. 끝.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