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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시 산제골3길, 묵호항 여객선 터미널 맞은편 바다가 보이는 언덕배기 골목길국내여행/강원도 2020. 11. 10. 12:54
동해시의 묵호시장 끝자락에서 묵호119 안전센터까지 바다를 내려다보며 걸을 수 있는 산동네 골목길이 있다.
아마도 이 구간을 '옥상정원'이라는 이름으로 도보여행 코스 중 하나로 선정은 해놓은 모양인데, 아직은 이 명칭을 대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차라리 '산제골3길'로 찾아가는게 쉽다.
이 길 하나만으로는 그리 많이 구경할 것도 없고 크게 인상적이지도 않지만, 앞뒤로 도보여행길을 연결하면 묵호등대부터 중앙시장까지 훌륭한 걷기 코스가 된다.
일단은 이전 포스팅을 참고해서, '바다정원길'을 연결해서 걸어보자. 전체 루트는 나중에 따로 소개할 계획이다. 바다정원길 관련 포스팅은 이 글 맨 아래에 링크를 걸어놓겠다.
이번에 소개할 바다 조망 산동네 골목길은, 일단 묵호시장 입구에서 시작하면 들머리 찾기가 쉽다.
처음엔 나도 묵호시장과 중앙시장(동쪽바다 중앙시장)을 헷갈렸는데, 묵호시장은 논골1길 앞쪽에서 시작되는 작은 시장이다. 주로 건어물 파는 가게가 많고, 식당들이 줄줄이 늘어서있기 때문에 시장이라기보다는 식당 골목 분위기가 강하다.
어쨌든 시작점은 논골담길 쪽이 아니라, 산제골길에 있는 시장 입구다. 이 글 끝부분에 지도를 첨부해놓을테니 참고하자.
시장 입구 건너편에는 이렇게 큰 해바라기가 그려진 벽화가 있다. 이 길을따라 조금만 위로 올라가면 민가 사이로 접어드는 골목길이 나온다.
벽화는 나중에 지워질 수도 있으니까, 시장 입구 건너편에서 산제골1길, 2길을 찾아간다고 생각하는게 좋다. 전봇대에 이정표가 걸려 있기도 하고, 지도를 보고 찾아가도 일단 입구 찾기는 어렵지 않다.
사진에서 왼쪽으로 꺾어 올라가면 된다. 우리가 갈 '3길'은 이 안쪽으로 들어가야 나온다.
큰 길에서 골목길로 접어들면 이런 분위기다. 이쪽은 초반에 길이 좀 헷갈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일단은 직진.
조금 가다보면 어느 집 모퉁이에서 산제골1길과 산제골2길이 갈라진다. 여기서 2길로 간다.
사진에서 왼쪽편 길로 쭉 가면 2길인데, 한 5미터 쯤 앞에 3길 표지판이 나온다. 몇 걸음 안 가서 나오니까 주의하자.
2길 표지판 바로 앞쪽에 '산제골3길' 표지판이 있다. 바로 이 3길이 이번 도보여행 대상지다.
물론 다른 길로 가서 동네 골목을 막 헤집고 다녀봐도 괜찮다. 그런데 이쪽 동네도 논골담길 못지않은 산동네라서, 조금 돌아다니다보면 다리에서부터 골반과 허리, 그리고 온 몸으로 통증이 전해지기 시작할테다. 고생은 사서 하는거 아니다.
3길은 비교적 평탄한 길이라서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데, 나머지 길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는게 좋다. 하겠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 빨래도 아니고.
참고로 산제골1길, 2길에서는 위 두 사진과 같은 풍경을 볼 수 있다. 그렇다, 나는 이 동네 골목길을 거의 모두 헤집어봤다.
처음엔 길을 제대로 못 찾아서 실수로 들어갔는데, 나중에는 좀 더 괜찮은 풍경이 보이는 길이 없을까하며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많이 헤집은 만큼 사진도 많은데, 글이 길어지니까 두 장만 내놔봤다.
1길과 2길은 지금부터 소개할 3길과는 조금 다른 경치를 볼 수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노력에 비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는 않다. 체력 남아돌면 가보든지 하고, 괜히 힘들이기 싫다면 이미 경험해본 사람의 말을 따르는 게 좋다.
아까 본 3길 표지판을 따라서 진행하면 곧 이렇게 길모퉁이가 나온다. 모퉁이 작은 자투리 공간을 텃밭처럼 만들어놨는데 은근 매력적이다. 정성과 노력만 있으면 이런 공간도 예쁘게 꾸밀 수 있구나 싶고.
이런 자투리땅에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얻으면서 식물을 키우면 그게 바로 스마트팜 아닌가. 아니면 말고.
이건 아마도 계란가지, 혹은 화초가지라고도 부르는 식물인 듯한데, 이 동네는 이거 많이 키우더라. 햇볕 환히 비칠때 노란색 반짝반짝 빛나면 은근히 귀엽고 이쁘다.
3길 표지판을 잘 따라왔다면 이제 길 찾느라 걱정할 필요 없다. 그냥 길 따라 쭉 가기만 하면 된다. 중간에 산동네 위쪽으로 올라가는 길들이 좀 있긴 한데, 힘들어 보이는 길은 무시하자. 편한 길로만 쭉 걸어가면 된다.
모퉁이를 돌면 바로 이런 길이 나온다. 입구와 출구 쪽은 좁은 골목길인데, 중간 구간은 꽤 넓은데다가 바다도 보이기 때문에 시원한 느낌이 든다.
여기는 대략 묵호항 여객선터미널 주차장 맞은편이다. 아래에서 보면 이 길도 꽤 높아보이는데, 막상 올라와보면 그리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다.
한쪽 옆으로 묵호등대와 논골담길, 바람의언덕, 수변공원 등이 보인다. 이 풍경을 보면 쭉 이어서 저기까지 걸어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나도 처음엔 묵호시장에서 중앙시장까지만 이런 산동네 골목길을 이용하다가, 점점 길을 연결해서 가다보니 이런저런 길들을 많이 발견하게 됐다. 나중에 차차 소개를 할 테지만, 이 동네 모든 길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힘들다는 거다. 시장까지 가면서 산책만해도 살이 쭉쭉 빠지겠다.
어느집 벽면에 그려진 벽화를 보니, 이 동네도 나름 뭔가를 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듯하다. 하지만 지금 이곳은 벽화가 거의 없다.
전국 곳곳의 벽화마을을 보다가 든 생각인데, 이집트 상형문자 동네가 하나쯤 있어도 좋지 않을까. 마을 사람들이 상형문자를 배우고, 그걸로 벽에다가 동네 역사나 전설,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이집트 상형문자로 그리는 거지. 의미를 모르고 봐도 예쁠 것 같고, 나름 학구적인 동네로 독보적인 위치에 설 수도 있고. 싫으면 말고.
산동네 골목길이라 표현하기 민망할 정도로 넒은 길이 나온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 길은 시작과 끝부분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평탄하다. 그래서 시장 갈 때도 이쪽 길을 자주 이용했다. 아래쪽 차도 옆 길은 너무 재미가 없으니까.
중반쯤에 이렇게 차도 쪽으로 내려가는 엄청난 계단이 있다. 이 계단을 이용하면 묵호항 여객선 터미널 쪽으로 오르내릴 수 있다. 그런데 이 계단 이용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사진으로 보면 그냥 가파른 언덕에 계단이 좀 많아서, 힘만 좀 들이면 재미있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저 계단이 철판으로 되어 있는 데다가, 많이 낡아서 불안하다. 올라오면서 자세히 보면 땜질 한 곳이 떨어지지 않을까 불안하기도 하고, 몇몇 곳은 밟으면 철판이 움푹 들어가기도 한다.
계단 옆쪽에 날씨가 안 좋을 때는 이용하지 말라고 써 붙어져 있을 정도다. 진짜로 눈이나 비올 때는 딱 미끄러지기 좋다. 그래도 한 번 체험을 해보고 싶다면, 차라리 올라갈 때 사용해보자. 내려갈 때는 정말 위험하다.
위험한 계단 바로 옆에는 이 길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쉼터가 있다. 그네 의자도 있고 벤치도 있어서 잠시 쉬어갈 수 있다.
벤치 지붕이 너무 높아서 햇볕을 잘 가려주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런 기회에 아름다운 구릿빛 피부를 기대하며 일광욕을 해보자.
벤치 앞쪽에 조그맣고 시커먼 사자상이 하나 서 있다. 멀리서 볼 때는 강아지로 보여서, 개가 풀어져있나 하고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이 사자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가 있다. 동네 어르신들에게 이 사자상에 얽힌 전설이나 이야기가 있냐고 여쭤봤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전설? 그런 거 없어. 이거 공사한다고 뚱땅거리더니 어느 날 보니까 이게 떡하니 생겼더라고".
엄청나지 않은가. 보통 이런 거 있으면 전설이니 뭐니 이야기가 덕지덕지 붙어있는데, 이거는 아주 깔끔하고 시크하다. 그냥 아무것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거다.
전설이란 게 별거 있나, 오랜 세월 지나면 이런저런 다양한 일이 생기고, 그러던 중에 태풍이 왔는데 이 동네만 피해가 없었다든지 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사자가 보호해줬다, 대략 그런 전설이 생겨나는 거다. 그래서 지금 여기를 가면 우리는 전설 이전의 사자상을 보게 되는 셈이다.
나중에 손주가 여기를 여행하고는 이 사자상에 얽힌 전설을 이야기해 준다면, 우린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 '나는 말이다, 그 전설 생기기 이전에 거길 갔었단다'. 아주 훌륭하다, 전설이 생기기 전에 살았던 사람이라니. 어서 빨리 가보자, 전설이 생기기 전에!
그러니까 사람이 몸이 편하면 잡생각을 하게 된다. 벤치에서 적당히 쉬면서 데크 앞쪽 바다나 좀 구경하고 적당히 놀았으면 다시 길을 떠나자.
이 동네의 특징 중 하나는 깎아지른 절벽. 이게 다른 동네와는 살짝 다른 느낌을 준다.
드문드문 빈집도 있는데, 그 중 하나에 고양이들이 살고 있더라. 가만보니 쥐를 잡아먹고 사는 듯 했다.
바로 아래에 큰길이 있고, 골목의 집들이 불을 밝히기도 하지만, 빈집들이 좀 있어서 밤에 산책하기 좋은 편은 아니다. 아무래도 치안 문제가 좀 걱정된다. 여기는 낮에 맑은 공기 마시면서 걷도록 하자.
이제 마지막으로 묵호항 전망대 쪽 경치를 한 번 돌아보고,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골목길로 들어간다.
이 길은 그리 길지 않은 편이라, 뭔가 엄청난 볼거리를 기대하면 안 된다. 아까 놀라운 사자상이 있는 벤치에서 쉬었다 가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 딱 좋다.
바다가 안 보이는 골목길로 접어들면 이제 막바지에 접어든 셈이다.
이 동네는 맑은 하늘에 햇살 눈부신 날에 가보면 좋다. 뭐가 좋은지 말로 설명하긴 어려운데, 세상 이치를 어찌 말로 다 설명할 수 있으리. 직접 가보고 느껴보기 바란다.
골목길을 따라서 내려가면 자연스럽게 '게구석1길'로 접어든다. 그냥 계속 연결되는 길인데 중간에 이름이 바뀌는 형태다. 이쪽은 길이 단순하니까 신경쓰지말고 길따라 쭉 내려가면 된다.
참고로 이 일대가 '게구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옛날에는 이 동네 안쪽까지 바닷물이 들어와서 게가 잡혔다고 그런 이름이 붙었다 한다. '개'구석이 아니라 '게'구석이다.
계속 길따라 내려가면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비교적 큰 길이 나오고, '묵호 119안전센터' 건물이 보인다. 세계 각국의 유명한 도시까지 거리를 알리는 이정표 형태의 조형물이, 이쪽도 바다정원길로 조성하려했음을 알려주고 있다.
길 건너편에 여러가지 색으로 칠해진 계단이 바로 '바다정원길' 입구다. 이쪽으로 올라가면 중앙시장 쪽으로 갈 수 있다. 이렇게 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산제길과 바다정원길을 함께 산책하기 좋다.
이 글에서 진행한 방향의 반대쪽으로 길을 걷고싶다면, 묵호119에서 세계 도시 이름이 적혀있는 이정표를 찾으면 된다. 119 건물 바로 옆쪽에 있어서 찾기도 쉽고, 길도 단순해서 엉뚱한 길로 빠질 염려도 없다.
계속해서 중앙시장까지 바다정원길로 연결하고 싶다면 아래 글을 참고하자.
> 동해시 바다정원길, 묵호 중앙시장 인근 바다가 보이는 산책길
'국내여행 > 강원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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