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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씨의 농가장터, 북평 5일장 일대 동해시 농특산물 판매장 겸 카페국내여행/강원도 2020. 12. 14. 17:40
동해시 북평동은 강원도 최대 장터라 일컬어지는 '북평 5일장'으로 유명하다. 그 장터 일대 한쪽 끄트머리쯤에 동해시 농업인회관이 있는데, 1층을 '동해씨의 농가장터'로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동해시 농특산물 판매장이면서, 실내 한편을 카페로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북평시장을 구경하다가 잠시 쉬어가거나, 혹은 날짜에 맞춰서 장터 구경을 하지 못할 경우에 잠시 들러서 구경하기 좋다.
정확히 하자면 농업인회관이 있는 곳은 북평동이 아니라 바로 옆 동네다. 하지만 5일장이 이쪽 근처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한쪽 끄트머리까지 구경하다가 겸사겸사 둘러보기 좋다.
장터를 구경하다 찾아가는 경우라면, 다른 건물에 살짝 가려져 있어서 쉽게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지도를 보고 잘 찾아가도록 하자. 입구 앞마당에는 자동차 여섯 대 정도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있지만, 장이 서는 날에는 아마 주차하기 어려울 테다.
건물 외관이 꼭 관공서같이 생기긴 했지만, 바깥에 노천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외 테이블이 놓여 있어서 별다른 위화감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겨울철에는 야외 테이블이 별 쓸모가 없겠지만, 장식용으로라도 놔두니까 카페 같은 것을 운영한다는 느낌이 나서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이래서 공간을 잘 활용해서 꾸미는 것이 중요하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바로 상점 같은 분위기가 펼쳐졌다. 서리태, 팥, 흑미, 좁쌀 같은 흔히 아는 농산물도 있고, 벌나무, 우슬, 산수유같이 모르는 사람은 어디다 쓰는 건지 알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얼핏 보기엔 와인인가 싶었는데 식초가 저렇게 예쁜 병에 담아놨더라. 와인과 함께 곁들여 마셔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와인이 없네.
은근히 이것저것 많았는데, 그중 예쁜 포장으로 된 상품들 일부만 찍어봤다. 겨울이라 그런지 진열대가 좀 비어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아무래도 농특산품 판매장이라서 시기에 따라 판매 상품들이 많이 달라진다. 때를 잘 맞춰가면 지역 농업인들이 생산한 쌀, 잡곡, 감자, 고구마 등 다양한 농산물을 만나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여기가 '동해시 농업기술센터'가 운영하는 곳이라, 안심하고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잘 보면 제품 포장에 동해시와 농가장터 로고가 박혀 있는 것들이 많다.
판매장 가운데쯤에 '동비향'이라는 이름의 비누 판매대가 있는데, 포장과 배치가 가장 화려하게 돼 있어서 눈에 띈다. 이 비누들은 여기 농가장터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것이라고 한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곳에서 직접 만드는 것이니, 뭔가 기술적으로 좋은 재료를 써서 잘 만들었겠지. 그래서인지 시중에서 판매하는 비누보다는 좀 비싼 편이다.
그래도 선물용으로 동해시 특산품을 구입한다면 이런 비누도 괜찮을 듯싶다. 집에서 음식을 잘 안 해먹는 사람들에게도 가장 무난한 선물이 될 테니까.
한쪽 구석에는 빨랫비누도 팔고 있었다. 이건 한 개 천 원. 아아, 이틀 전에 마트에서 빨랫비누 천 원짜리 샀는데. 여기 이게 있을 줄 알았으면 조금 참았을 텐데.
판매 공간과 카페 공간은 이렇게 붙어있다. 음료 시켜서 자리 잡아놓고 천천히 구경하면 딱 좋다.
예전에는 판매 공간만 있었는데, 올해 리모델링 하면서 카페 공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잠시 쉬러 들어와서 구경하다가 눈에 띄는 물건 있으면 사기도 하고 그러니까.
일하시는 분들은 음료를 만들어야 해서 조금 더 힘들겠지만, 이런 공간을 만든 것은 잘 한 일이다. 판매대만 빽빽이 채워 넣은 것보다 분위기도 부드럽고, 휴식처를 제공한다는 의미도 있고.
오픈 키친처럼 생긴 주방 공간이 아담하고 예뻤다. 손님들이 앉는 공간보다 주방 공간이 더 예쁘다.
사실 이곳은 카페가 주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여느 카페 분위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이 근처에 왔다가 겸사겸사 매장 구경도 하고 쉬기도 하고 할 목적으로 가는 게 좋다.
농특산품 판매점 한편에 마련된 투박한 카페지만, 다른 곳과는 차별되는 이곳만의 특색이 있다.
메뉴판을 보면 7곡 미숫가루, 흑임자라떼, 서리태라떼, 들깨라테 등등... 들깨라떼? 이건 뭔가 좀 무서운데. 게다가 황화코스모스, 식초음료 같은, 뭔가 아름답지만 가까이하기엔 무서운 암흑의 여왕 같은 느낌의 음료들도 있다.
그래서 나는 수제대추차. 마치 암흑의 던전에서 회복 물약을 만난 것처럼. 하지만 다른 것들이 무서워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대추차와 생강차는 계절 메뉴라서, 이때가 아니면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 대추차가 훌륭하다는 소문을 이미 듣고 왔다.
대추차. 대추가 들어있는 대추차. 거의 죽 같은 느낌의 걸쭉함과 달콤 쌉쌀한 한약 맛. 몸에 좋은 느낌. 추운 날 마시면 몸에 열이 나고 더워져서 옷을 모두 벗고 싶어질 수도 있겠다는 조금 과장이고.
어쨌든 뭔가 기운이 회복되는 느낌. 묵호에서 여기까지 자전거를 타고 온 피로가 조금 씻어졌다. 다시 돌아가면서 다 써버렸지만. 한약 느낌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어둠의 여왕 같은 느낌의 다른 음료들도 하나씩 다 시도 해보고 싶은데, 너무 멀어. 나머지는 여러분들에게 맡긴다. 용자여, 식초음료에 도전하라.
카페 뷰는 별것 없다. 바깥에 야외 테이블과 주차장, 차도가 보이는 게 전부다. 내부도 괜히 아기자기하게 꾸민다고 이것저럿 넣다가 구질구질 해지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단순하고 깔끔한 게 딱 좋다. 겨울 지나면 야외 테이블이나 몇 개 더 설치하면 좋겠고.
말 나와서 말인데 지방에 가보면 아기자기한 카페라고 홍보하는데 막상 들어가 보면 입구에서 헉 소리 나오게 구질구질한 곳들이 있다. 구질구질과 아기자기를 혼동하지 말았으면 싶은데, 해보니 말이 길어질 것 같으니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농가장터에서는 연말 이벤트로 12월 30일까지 '비누 만들기 체험'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들어 파는 동비향 비누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기회다. 체험비는 천 원.
판매대에서 3~4천 원에 판매하고 있는 것과 품질이 똑같은 비누를 직접 만들어 가져갈 수 있는 기회다.
비누 베이스 재료를 녹여서 형틀에 붓고, 중간쯤에 어성초, 도꼬마리, 감자 분말로 만든 꽃 모양을 넣어서 나머지를 모두 채우면 되는 간단한 작업이다.
옆에 보니까 포도씨유, 글리세린 같은 것도 있어서 화학실 같은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자세히 물어보진 않았다. 화학 재료를 마구 섞으면 왠지 뻥 터지면서 불이 날 것 같은 느낌이잖아. 그냥 순순히 시키는 것만 하자.
다 만들면 이렇게 나온다. 이런 식으로 만든 비누를 비닐 포장하고 스티커 붙여서 판매한다고. 사실 재료를 만들어내는 것이 어렵지, 만들어진 재료로 모양만 만드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약간의 정성과 시간이 필요할 뿐.
도꼬마리나 어성초, 감자 분말 같은 재료가 들어가서 어쩐지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길래 나도 하나 업어왔다. 써보니 거품은 잘 난다. 아직은 그렇게만 말할 수 있다.
며칠 써보고 피부에도 좋고 영혼에도 좋아요 할 수는 없잖아. 좀 더 오래 써봐야 할 것 같은데, 이제 또 언제 갈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네, 아이고 슬퍼라.
한 가지 개선했으면 싶은 게 있는데, 냄새가 좀 별로라는 거다. 향료를 약간 첨가해서 좋은 향기도 나면 더 좋겠는데.
아까 체험한 것처럼 만든 비누를 포장하면, 이렇게 판매대에 놓여서 판매된다. 이렇게 판매되는 상품은 한 개 3,500원. 시간 있는 분들은 시즌 한정 체험 이벤트에 꼭 참여해보시라.
어쨌든 대추차는 아주 인상 깊었다. 다음에 가면 식초음료 꼭 도전해봐야지. 난 식초 좋아하니까 일반적으로 하는 것보다 진하게 해달라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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