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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북평성당, 북평오일장 근처 볕이 고운 고즈넉한 성당국내여행/강원도 2020. 12. 15. 14:31
많은 사람들의 선한 마음이 담겨있는 곳은 누구나 찾아가도 평온한 안식처가 되어준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하다가도 절이나 성당을 즐겨 찾는다. 여행자가 찾아가도 별로 개의치 않는 곳이면서도, 육체적 휴식과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해시를 여행하면서도 그런 곳들을 찾았는데, 그중에 인상 깊었던 곳 하나가 바로 북평성당이었다.
여행이라는 것이 낯선 곳에 나를 내던지는 일과 같다. 미리 계획을 짜고 준비를 하고, 예상치 못 한 일에 대비책을 나름 강구해둔다 해도, 막상 현장에 나가면 또 생각지도 못 한 일들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한다.
몇 시간을 찾아 헤매도 찾을 수 없는 목적지, 미리 봐둔 장면과는 너무 다른 현장 모습, 이상한 사람들과의 유쾌하지 못 한 사건들, 아는 사람과의 사소한 갈등, 많은 사람들 속을 부대끼며 파도처럼 덮치는 피로감 같은 것들.
대체로 나중에 여행을 끝내고 생각해보면 별것 아닌 일이었음에도, 그 당시 그 현장에서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서 소중한 여행의 하루를 망치기도 한다. 그런 경험을 하다 보니 나름 터득한 방법이 바로, 여행지에서도 수시로 절이나 성당을 찾아가는 것이다.
미사나 예불 시간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선한 기운이 모여있는 곳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어 보면, 마치 여행의 한 단락을 매듭짓는 것처럼, 이전까지 시간을 훌훌 털고 다시 새롭게 또 다른 한 장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된다.
그러다가 어떤 곳은 이상하게도 너무나 마음이 끌려서 쉬이 일어서지 못하기도 하는데, 그런 곳들은 나중에 계속해서 찾아가는 나만의 명소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우연에서 필연으로, 한 점에서 큰 면으로 확장되는 것이 여행의 매력 아닐까.
동해 북평성당은 북평 5일장으로 유명한 동네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오일장이 설 때는 성당 바로 코앞까지 장이 서기 때문에, 시장 구경을 하다가 잠시 들러보기도 좋다. 장이 서지 않을 때는 주택가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조용하고 단아하고 고풍스러운 성당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무 때나 찾아가도 좋지만, 처음 가보는 것이라면 이왕이면 오일장이 설 때 가보자. 강원도 최대 규모라 하고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오일장을 돌아보다가 이 성당을 만나면, 마치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것처럼 급격한 감정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내가 느끼는 감정의 변화를 관찰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테니까.
밖에서 보기에도 작고 아담한 곳이지만, 내부도 다소 소박하고 단출한 모습이다. 비교적 최근에 내부 리모델링을 한 것 같은데, 오래된 마룻바닥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스테인드글라스도 일반적으로 성당에서 볼 수 있는 것과는 다르게, 새가 날아다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아마도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가 아닐까 싶지만, 바탕이 파란색인 걸 보면 갈매기인가 싶기도 하다. 어떻든 간에 마치 미술관에서 보는 예술작품 같은 느낌을 준다.
조그만 공간에 창도 작은 편이어서 빛이 더욱 부드럽게 내부로 흘러 들어왔다.
내게 북평성당을 한마디로 표현하라고 하면, 볕이 참 고운 곳이라고 말하겠다.
아무도 없었다. 오직 작고 따뜻한 햇볕, 어둠을 비집고 들어와 포근히 감싸 안는 한 줄기 빛과 오롯이 함께한 고즈넉한 시간이었다.
그저 가만히 앉아서, 볕이 곱다, 참 곱기도 하지 하고 되뇌고 또 되뇌기만 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빛인지 마음인지 모를 어떤 미세한 변화로, 이제 됐다, 그만 가자 싶을 때 일어났다.
그렇게 밖을 나가니, 마음인지 세상인지, 무언가가 변해있었다. 아마도 마음이 바뀌면 세상도 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겠지. 그렇게 나는 이곳을 찾아올 때와는 달라진 세상에서, 또 하나의 색다른 여행을 다시 시작했다.
북평성당은 1958년에 시작된 곳이고, 드라마 겨울연가, 시크릿 러브 촬영지로 유명하다. 특히 겨울연가에서 준상과 유진이 결혼식을 한 장소로 알려져서, 한때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은 곳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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