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면 무섭고 두려우니까 어딘가를 향해 가는 것 뿐이잖아!..."
여행이든 등산이든... 많이 해 본 사람은 안다.
그것이 얼마나 허무하고 쓸 데 없는 짓인가를.
하지만 가고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그 느낌을 말 해 줄 순 없다.
분명히 욕 듣고, 희망도 꺾고... 여러모로 서로에게 좋지 않음을 알기에.
정상... 그 위에 항상 서 있을 수는 없다.
다시 내려와야 하고, 다시 일상은 지루하게 시작된다.
아무것도 남는 건 없다.
하지만 다시 또 가는 이유는... 그럴 수 밖에 없기 때문.
그 곳에 산이 없더라도 산을 만들어서라도 갈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 오면 나를 받아줄 줄 알았어. 여기에 오면..."
목적, 정상, 최고점,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
목표는 자신을 옭아 맨다.
목표 없는 삶은 한심하고, 목표 있는 삶은 구차하다.
"우리의 욕심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여행은 다시 시작된다.
이젠 여행같은 일상인지, 일상같은 여행인지 분간이 가질 않지만
어쨌든 계속되어야만 한다, 그것이 유일한 삶의 이유니까.
여행과 일상이 다른 점은, 끝이 있고 없음이다.
그래서 여행이 일상이 되면, 여행이 끝난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일상이 끝난다는 것은 생의 마지막을 뜻하는 것이기에.
여러 면에서 일상과 여행은 닮아 있다.
그러나 일상이 여행보다 좀 더 잔인하고 무서운 이유는,
목표를 달성해도 삶은 계속된다는 점이다.
p.s.
...그래서 나는 택했다, 구차하게 사느니 한심하게 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