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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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삶은 계속 되니까 - 퍼펙트 센스리뷰 2011. 11. 29. 07:53
# 뒤늦은 가을, 이미 겨울에 접어든 추운 계절, 앙상한 나뭇가지만 내보이고 있는 길거리 가로수, 떨어진 나뭇잎도 모두 바삭바삭 말라만 가는 계절. 건조한 공기만큼이나 연인들의 애정도 메말라 가고, 솔로들의 가슴 속엔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괜히 쓸쓸함이 더해오는 때, 상처 입은 짐승들은 밤마다 달을 보고 울부짖어도 그 깊은 상처 아물지 않는 계절. 그런 계절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로맨스 멜로 영화. 때로는 따뜻하게, 때로는 구슬프게, 사랑이라는 주제로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려고 애쓰는 그런 영화들 중 하나에 ‘퍼펙트 센스’가 있었다. 마지막 남은 무료 예매권 사용기간이 다 돼서 무작정 들른 극장. 아무 영화나 하나 집어 보고, 재미 없으면 컴컴한 상영관에서 잠이나 퍼질러 자자고 생각하며, 아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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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나서 뭘 어쩔건데 - 티끌모아 로맨스리뷰 2011. 11. 19. 04:08
최근 나는 무료 시사회나 어쩌다 생긴 무료 예매권이 아니면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않는다. 극장의 횡포와 상업적 마인드도 마음에 안 들고, 가기도 귀찮고, 사람도 싫고, 기다리기도 싫고, 콜라묻은 손으로 만지작거렸던 의자 손잡이도 드럽고, 수천억명이 머리를 비벼댔던 등받이에 머리 대기도 두렵고, 무엇보다 그 돈이면 삼겹살 일인분! 마음속 아주 작은 한구석에는 인디영화 사이트에서 인디영화 한 편이 2천 원이라고, 대형영화 한 편 볼 돈으로 인디영화 여러 편에 투자할 수 있다는 대의명분(?)도 있지만, 어쨌든 그것도 결국 돈 문제. 자원이 많으면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고 마음놓고 보고 다닐 테니까. 어쨌든 그런 나에게 '티끌모아 로맨스'는 꽤 관심이 가는 영화였다. 사랑보다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연애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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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게 운명이에요, 멸망해도 운명 ~ 트랜스포머 3리뷰 2011. 7. 10. 04:05
1950년 9월, 북한은 남으로 남으로 진격해서 마침내 부산까지 내려와 전선을 형성했다. 패망의 위기에 놓인 남한. 한 무리의 군인들이 목숨을 걸고 통통배에 올라타 탈출을 감행한다. 감시선과 전투기의 폭격을 뚫고, 높은 파도와 거센 바람을 지나고, 마침내 바닥난 연료로 태평양을 떠돌다가 도달한 곳은 미국. 운 좋게도 아무도 모르게 잠입하는데 성공한 이들 일행은, 개명을 하고 노란 택시를 몬다든지, 트럭 운전을 한다든지 해서 낯선 땅에서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이들의 정체는 탄로나고, 미지의 오지에서 온 이들을 신비롭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아가게 된다. 이들이 바로 옵티머스 프라임 일행이다. 한편, 인천상륙작전으로 밀리기 시작한 북한군들 중에도 한국땅을 탈출해 미국에 도달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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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있는 한, 갈 수 밖에 - 허트 로커리뷰 2010. 5. 5. 21:39
영화 '허트 로커'는 다른 전쟁영화와는 다르게, 엄청난 규모의 전투장면이나 격렬한 총격전을 보여주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지루할 수도 있는 폭발물 제거반 EOD의 폭탄제거 수행 행위만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담담하게 보여줄 뿐이다. 영화 초반에는 다소 심심하다 싶을 정도로 담백한 화면과 단순한 스토리 라인이 느껴졌다. 하지만 매번 반복될 때마다 점점 더 강도가 높아지는 에피소드들로, 큰 규모의 총격전 없이도 전쟁영화의 긴박감을 잘 살려내는 솜씨에 감탄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아카데미에서 여섯 개 부문 상을 휩쓸었다는 수식어가 전혀 무색하지 않은 영화다. 작렬하는 태양, 황폐한 사막같은 도시 그리고 누가 누구인지 알아보기도 힘든 낯선 얼굴들의 낯선 땅. 이라크라는 이름만큼이나 생소한 지구상의 어느 한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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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릭트9 - 외계인이 지구에 착륙하지 않는 이유웹툰일기/2009 2009. 11. 2. 19:51
인간은 어쩌면 본디 악한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만의 권익을 챙기려 애쓰고, 이 세상 무엇보다도 자신의 생존이 우선이고, 나보다 못한 것들은 최대한 이용해먹고 밟고, 상대방에게 뭐 얻어먹을 건덕지가 있으면 잘 해 주지만 아무것도 없으면 무시하고 모욕하고. 어쩌면 세상을 살아가면 갈 수록 성선설을 부정하고, 성악설을 믿게 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일 런지도 모른다. '디스트릭트 9'에 나온 인간 군상들이 낯설어 보이지 않는 것은, 실제 삶을 살면서 그런 류의 인간들을 많이 봐 왔기 때문일테다. 애초에 외계인들이 금은보화를 많이 갖고 있었다든지, 인류가 뭔가 얻어먹을 건덕지들을 잘 포장해서 내 놓았다면, 인간들은 외계인들을 그렇게 대접하지 않았을테지. 뭔가 얻어먹을 게 있다면 앞에서 헤헤거리고 비굴할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