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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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사람은 자유로운 사람이 아니다사진일기 2011. 7. 29. 04:05
먹고 또 먹었다, 불판의 고기가 채 다 익기도 전에. 태어나기 전부터 약속이나 돼 있었다는 듯 그들은 내 입 속으로 들어갔고, 나는 허리띠를 풀고 더이상 먹을 수 없을 때까지 먹고 또 먹었다. 하지만 배가 고팠다. 내 깊은 어둠 저 구석의 아련한 우주에서 뻗어나오는 블랙홀의 차가움. 창 밖엔 폭우가 세상을 가득 채웠지만, 세상은 가득 차지 않았다. 내 몫의 물잔은 어느새 어딘가 사라져 없어졌고, 그렇게 나는 다시 배가 고팠다. 허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비를 주룩주룩 맞으면서도 깨지 않는 술기운에 거나한 발걸음을 옮기는 취객인가. 저 검은 창문 안 붉은 빛 속에서 아직 욕정을 채우지 못한 남자의 악다구니인가. 보랏빛 짙푸른 하늘 낮게 드리운 구름 위를 어찌할 수 없이 날아가는 갈매기인가. 조나단은 높이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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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밑 아리에티]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그들리뷰 2010. 9. 20. 03:01
이 험한 세상에, 이 더러운 곳에 작고, 힘 없고, 보잘것 없는 그들도 귀하고, 소중하고, 아름답게 열심히 온 힘을 다하여 살아가고 있다. 그래, 됐다, 그거면 됐다. 온갖 미사여구따위 필요 없다, 그거면 됐다.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한 것은 바로 '살아간다'일테니까. 굳이 생존이라는 치열한 표현이 아니더라도, 그렇다고 일상이라는 지루한 느낌이 아니더라도,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눈물겹게 아름다운 그 어떤 것이니까. 그래, 됐다, 그거면 됐다. 열심히 살아가는, 그 모습 하나로 충분히 감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