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또 먹었다, 불판의 고기가 채 다 익기도 전에.
태어나기 전부터 약속이나 돼 있었다는 듯 그들은 내 입 속으로 들어갔고,
나는 허리띠를 풀고 더이상 먹을 수 없을 때까지 먹고 또 먹었다.

하지만 배가 고팠다.
내 깊은 어둠 저 구석의 아련한 우주에서 뻗어나오는 블랙홀의 차가움.
창 밖엔 폭우가 세상을 가득 채웠지만, 세상은 가득 차지 않았다.
내 몫의 물잔은 어느새 어딘가 사라져 없어졌고, 그렇게 나는 다시 배가 고팠다.

허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비를 주룩주룩 맞으면서도 깨지 않는 술기운에 거나한 발걸음을 옮기는 취객인가.
저 검은 창문 안 붉은 빛 속에서 아직 욕정을 채우지 못한 남자의 악다구니인가.
보랏빛 짙푸른 하늘 낮게 드리운 구름 위를 어찌할 수 없이 날아가는 갈매기인가.






조나단은 높이높이 날았다. 그는 가야할 곳이 있었다, 가고 싶은 곳이 있었다.
하지만 그도 가끔씩은 저 짙은 파도 갈매기때 악다구니 속으로 내려와야 했다.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 날아가기 위한 날갯짓보다 먼저 익혀야 했던 것은, 급하강이었다.

먹어야 한다.
허공을 가르고 재빨리 내려가 연옥을 헤집고 낙하하는 악마처럼 번뜩이는 붉은 눈.
작은 파문도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내리꽂는 제우스의 번개처럼 날카로운 부리.
악귀들의 아귀다툼 단칼에 물리치고 재빨리 벗어나는 디케의 검처럼 날이 선 날개.

슬픔은 어디에서 오는가.
저 뾰족한 물결 넘실대는 수면 위 펄떡이는 물고기떼 눈망울 속인가.
그 얕은 공간 거울처럼 미끄러져 날아가며 낚아챈 먹이는 뺏기는 어미새의 부리인가.
아주 검고 어두운 바위틈 아무도 돌봐주지 않고 축 처진 아기새 둥지 속인가.






비극은 어디에서 오는가.
죽을 때까지 반복운동 할 수 밖에 없는 결코 빠르지 않은 두 다리.
눈 감을 때까지 무언가 삼킬 수 밖에 없는 저 짧고 연약한 목구멍.
길거리에 뒹구나 인류애로 구할 수 없는 저 작고 보잘 것 없는 퍼석한 빵 조각.
 
희망을 위해 날아올라 멀리멀리 반짝이는 별빛따라 날아가기 위해서는, 먹어야 한다.
꿈을 쫒아 배를 띄워 넘실넘실 술렁이는 파도따라 저어가기 위해서는, 먹어야 한다.
사랑 찾아 인연 따라 흘러흘러 물결처럼 세월따라 흘러가기 위해서는, 먹어야 한다.
기나긴 여행을 떠나려 한다면 우선, 살아 남는 방법을 배워야만 한다.

'사진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Boy on the road  (1) 2011.09.16
내가 내일 집 나가  (2) 2011.08.30
배고픈 사람은 자유로운 사람이 아니다  (2) 2011.07.29
내겐 천사가 없으니까  (0) 2011.07.26
때로는 상처보다 치유가 더욱 아프다  (0) 2011.06.12
민들레  (0) 2011.05.06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