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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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라 마지막 저녁에잡다구리 2007. 7. 3. 13:33
#1. 내일 아침에 카트만두로 갈 거에요. 에어컨 나오는 좋은 버스를 운행하는 두 회사가 경쟁중인데, '그린라인'과 '골든버스'이고, 각각 가격이 860, 650 이네요. 골든버스는 아직 여행자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손님이 많이 없는 때면 이렇게 가격을 깎아 준다고 하는군요. 버스도 둘 다 똑같은 버스고, 점심 제공하는 것도 똑같죠. 그렇다면 그린라인 버스회사는 뭘 믿고 그렇게 높은 가격을 받을까요? (실제로는 860루피가 아니라 달러로 12달러를 받아요) 이유는 단 하나, '론리 플래닛'에 소개되었기 때문이죠. 론리 플래닛은 이제 싸고 좋은 곳을 소개한다기 보다는, 바가지 쓰기 좋을 만한 숙소와 식당과 운송편을 만들고 있다고 봐야겠네요. 실제로 여행 다니면서 론리 플래닛에 소개된 곳을 피해다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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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포카라에서잡다구리 2007. 7. 3. 13:33
예전에는 해외여행을 가도 한국인들을 굳이 찾지 않았어요. 한국 음식점, 한국인 도미토리 등은 그냥 무시하고 지나쳤고, 그냥 마음에 드는 아무 숙소에 묵으며 아무 식당이나 들어갔죠. 그 동네에 한국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 있어도 굳이 가지 않았어요. 모두 귀찮았죠, 한 때는 일부러 한국사람들을 피한 적도 있었어요. 일본인인 척 하면 모두 그냥 스쳐 지나갔으니까요. 웃기는 일이죠, 이젠 어딜 가도 한국식당이 있다는 소식만 들으면 일단 거기로 달려가서 사람들과 수다떠는 제 모습, 나이를 먹었기 때문일까요. 영어를 좀 더 열심히 배워서 능숙하게 말 할 수 있으면 달라질까요. 뻔한 영어 실력으로 외국인들과 대화를 해 봐야 늘 거기서 거기에요. 물론 쉬운 생활영어로 여행하는데는 아무 지장 없긴 한데, 깊이 있는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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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나시에서 마지막 날에잡다구리 2007. 7. 3. 13:32
지쳐버렸어요. 이젠 길 가다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한국말로 인사를 해 와도 그냥 무시해 버리죠. 대꾸는 고사하고 거들떠도 안 보고 지나쳐 버려요. 삼 할은 몸이 안 좋아서이구요, 삼 할은 인도애들 잘못이죠. 워낙 피곤하게 구니까요. 또 삼 할은 분위기 탓이죠. 관광지이니까 끝에는 결국 돈이거든요. 그리고 나머지 일 할은, 운명이죠. 피곤한 나날들의 연속이네요. 바라나시라는 도시가 저랑 맞지 않는 걸까요. 아니면 마날리부터 슬금슬금 아파 오던 것이 이제 극에 달한 걸까요. 지금은 가까운 거리 걷는 데도 땀이 줄줄 흘러 내리죠. 연일 비가 와서 서늘한 날씨가 계속 되는 데도 말예요. 입맛도 없어서 현지 음식은 입에도 못 데고 있어요. 한 일주일 전부터 현지 음식은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나더군요. 그나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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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나시, 갠지스 강 가에서잡다구리 2007. 7. 3. 13:31
생각해보니 다를 게 없었어요. 그래요, 한국에서도 그랬죠. 사람들에게 이용당하고, 배신당하고, 버려졌죠. 인도 사람들에게 실망한 것들만 생각하다가 어젯밤 갑자기 그 기억들이 떠올랐어요. 이젠 너무나 먼 과거 일 같이 느껴지는 그 곳의 일들. 그래요 그 곳에서도 그랬죠, 다른 건 없었던 거에요 애초부터. 어차피 똑같은 곳이라면 떠날 필요도 없겠죠. 모두 똑같은 곳이라면, 이곳과 그곳이 그리도 닮았다면, 굳이 애써 다시 돌아갈 필요 없겠죠. 어젯밤, 바라나시에서 지내는 첫 날 밤에 숙소에서 유령을 봤어요. 터번을 두른 점잖은 신사였죠. 슬픈 눈으로 갠지스 강을 은은하게 바라보고 있었어요. 왜인가요, 원래 여기 있는 분인가요. 혹시 무심코 찍은 내 사진 때문에 하늘에 못 가는 건가요. 차마 잊고 떠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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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전에잡다구리 2007. 7. 3. 13:31
이제 곧 바라나시행 기차를 타러 가야해요. 몸이 좀 안 좋네요, 그래도 가야죠. 모든걸 지고 다니는 달팽이 같아요. 하긴 이십년동안 여행하는 아저씨도 있었죠. 그런 여행은 어떤 느낌일까, 모르지만 아마도 무척 피곤하겠죠. 어딘가 한 군데 가서 오래 눌러 사는 그런 여행을 하고 싶어요. 아니, 돈 여권 디카만 달랑 들고 다니는 여행을 하고 싶어요. 일정에 쫓기지 않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고 떠나고 싶지 않으면 떠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여행을 하고 싶어요. 현실을 잊기 위한 여행이라도 현실에 발을 걸쳐 있는 건가요. 피곤한 여행은 너무 힘드네요. 어쨌든 이만 가봐야겠어요, 안녕. (2006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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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다시 처음이라오.잡다구리 2007. 7. 3. 13:30
뭘 하느라 근 일주일 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네요. 여행 가서 인터넷 카페 같은 데 있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일까요, 이왕 나간 것 하나라도 더 보자고 열심히 돌아다닌 탓 일까요. 어쨌든 지금은 다시 델리로 돌아왔답니다. 마날리에서 내려오는 길에 폭우를 만나서 길에 바위들이 떨어졌어요. 그래서 마날리에서 델리까지 딱 24시간 걸려 내려왔죠. 처음 인도 여행의 출발지로 입국한 델리. 예상은 했지만 그 문화적 쇼크와 상상한 것 이상의 형상들. 이젠 그나마 어느 정도 익숙해 졌다고 인도여행을 좀 한 듯한 사람 냄새를 풍기며 잘 대처하고 있어요. 하지만 얘네들, 델리와 그 주변 도시 사람들의 뒷통수 치기와 은혜를 배신으로 갚는 그런 행위들에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아요. 여기 와서 지금까지 느낀 것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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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날리에서잡다구리 2007. 7. 3. 13:30
오늘 새벽에 마날리에 도착했죠. 스리나가르 -> 레 -> 마날리 이런 일정이었어요. 레 에서는 많이 심심해서 게스트하우스 삐끼도 할 정도였는데, 인터넷이 너무 비싸서 소식을 알리지 못했구요. 1분에 2루피. 1루피는 약 20원이니 많이 비싸죠? 새벽에 도착해 피곤하기도 하지만, 마날리는 영 제 취향이 아니네요. 서양애들의 소란스러움에 정신이 없거든요. 다른 분들 말로는 조용한 휴양지라고 하던데 제겐 어느 시끄러운 바캉스 관광지에 온 듯한 느낌이에요. 수많은 다양한 인물 군상들을 원 없이 구경할 수는 있지만, 이미 사람에게 많이 치여 피곤한 저로써는 별로 반갑지가 않네요. 어딘가 한 군데 눌러 앉아 편하게 쭉 쉬고 싶지만, 지구상 어디에도 아직 그런 곳을 찾지 못했어요. 사실은 한국도 제겐 여행지에 불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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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그로드 간지의 마지막 밤에잡다구리 2007. 7. 3. 13:29
아직 맥그로드간지에 있어요. 어제는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티벳 박물관에 갔는데, 마침 일요일이라 휴관해서 건물만 겨우 둘러봤죠. 그래도 기념품 가게는 영업을 했는데, 그 가게 안의 전시물만 둘러봐도 아기자기 이뻤어요. 여행 할 때 가장 문제가 날짜 감각을 잃어버린다는 건데, 얼마 하지 않아 벌써부터 그러기 시작했네요. 뭐 앞으로도 게속 요일 감각은 전혀 없어질 것 같아요. 시간이나 중요한 날짜만 대강 파악하고 있으면 되니까요. '박수나트'라는 폭포도 보러 갔는데, 가이드 북의 사진은 전혀 믿을게 못 되더군요. 거기가 어떠냐면...음...문경세재의 폭포들보다 조금 더 높다는 것 말고는 별 다를 것도 없죠. 단지 계곡이 좀 깊다는 것이 다른 점인데, 인도인들은 탄성을 지르며 좋다고 난리더군요. 우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