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뒷골목 인생이었던 실버스타 스텔론. 자신이 직접 수십 번 고쳐쓴 영화 시나리오와 주머니에 남은 백달러로 직접 주연을 하며 찍은 영화 록키. 아마 사람들은 반 즘 비웃으며 그래 잘 해 봐 정도의 야유를 날렸을 지도 모른다. 지금이나 그때나 미남, 미녀 배우들이 판을 치는 영화판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런 영화가 아니고서야 어찌 그 얼굴로 주연을 맡을 수 있었을까. 결국 실력인지 운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는 대박이 났고, 그는 록키로 유명해졌다. 그야말로 꿈은 이루어진다류의 아메리칸 드림을 멋지게 이뤄 낸 것이다. 그에게 록키(rocky)는 럭키(lucky)였다.

 지금의 그를 있게 만든 영화였기에 록키는 그에게 특별한 의미일테고, 살아있는 아메리칸 드림의 신화로써 그를 지켜봤던 사람들에게도 록키는 특별한 의미일테다. 다시 돌아온 록키. 처음엔 예순이 넘은 나이로 또 록키를 찍는다고 할 때 '이번엔 코치나 메니저 같은 걸 하는 건가?'라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미쳤군, 그 나이에 링에 오를 생각을 하다니! 그렇지만 그가 직접 링에 오르지 않았다면 록키는 아마 형편없거나 그저 그런 영화에 머물러버리지 않았을까.

 영화의 스토리나 구성이나 영상, 문법 등은 다 뒤로 미루고, 그가 다시 링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일단은 반가운 영화였다. 많이 늙은 모습이긴 했지만, 옛날처럼 그렇게 다이나믹한 시합을 보여주진 못 했지만, 향수랄까, 주제곡 전주가 흐르기 시작하면서, 필라델피아 도서관 앞 계단을 오르는 장면까지는 정말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 장면까지 끌고 나가기 위한 이야기들이 좀 지지부진 지루한 감이 있기도 했지만, 그 즘 이르러서는 영화가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아끼던 사람들도 하나 둘 주위에서 사라지고, 퇴물 소리를 들어가며 슬슬 지키던 일자리에서 은퇴를 할 나이. 아들과의 관계도 소원하고 남은 추억을 하루하루 곱씹으며 살아가는 일상. 그 와중에 우연히 가해진 자극.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루고 싶은 꿈. 그 꿈.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그렇게 뚝심 있게 밀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부러운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록키는 영웅이 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내면의 갈등은 거의 없고 주변인들과의 갈등만 크게 부각된 것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주변의 눈치를 살피지 말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지기 위해서였을까. 굳은 결심을 다지고 강하게 몰아부치면 주변 사람들도 모두 끌려오게 돼 있다라는 다소 고집스러운 모습도 보인다.

현실이라면 과연 어땠을까. 과연 시합 자체가 성립하기나 했을까. 하긴, 꿈 꾸는 사람은 현실을 살면 안 되긴 하지. 그 상황에서 사람들이 모두 지지자로 돌아서는 그런 모습들이 과연 펼쳐질 수 있을까. 손가락질과 걱정꺼리만 잔뜩 안겨 주는 건 아닐까. 그 모든 걸 무시해야하나, 꿈을 위해서라면. 그런 걸 생각하면 좀 의기소침해진다. 하지만 잊자, 그래 잊자. 그것이 바로 영화를 보는 이유 중 하나니까.

 과거에 록키 영화를 본 적 없거나, 별 관심 없는 사람들의 경우엔 지루할 수도 있겠다. 따지고 보면 '링에 오르고 싶어'와 '마지막까지 버티자'를 축으로 해서, 권투 장면조차 활동력 있거나 긴박한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겐 그 음악과 그 계단을 선명하게 다시 한 번 보고 들을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던 영화다. 록키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꼭 추천하고 싶다.

* 근데 록키 아저씨, 이젠 정말 쉴 거지? 일흔 돼서 또 찍을 건 아니지? 설마~
 
(www.emptydre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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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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