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쓸모' 고등학교라는 학교 이름 안에 각종 종교반들 사이로 댄서(?)들이 헤집고 다니는 것으로 시작할 때는 특이하고 화려하기도 했다. 학교 이름으로 뭔가를 꼬집어 보려는 의도를 내비칠 것인가 하는 생각도 잠시 해 보았고. 처음 그 느낌을 계속 이어가면서 그 댄서들이 시시각각 등장해서 분위기를 띄웠다면, 차라리 인도영화 분위기를 내면서 화기애애한 느낌을 이어갈 수 있지도 않았을까. 솔직히 말해서 영화는 가면 갈수록 실망스러웠고, 이무기가 나오고 음풍신권이 나올 때 즘엔 슬쩍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 장면만 뺐다면 그래도 그냥저냥 볼 만 했다는 말을 해 줄 수도 있었을텐데.
어쩌면 습작처럼, 테스트용 영화처럼, 이런저런 아이디어들을 실험 해 본 영화가 아닐까 싶다. 영화에서 보여준 여러가지 장면들을 보면, 단순히 재미없다라고 내뱉고 지나치기엔 뭔가 석연찮은 부분들도 있으니까. 어쩌면 지금의 이 불쾌함이 후세들에겐 참신한 시도로 보일 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지금의 영화들에 익숙해진 눈과 사고로써는 이해하기 힘들다. 단순히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코믹 영화라 하기도 좀 그렇고, 뭔가 메시지가 있는 영화라 하기도 그렇고. 실험 영화라고 소개하는 것이 제일 그럴 듯 하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영화 '수면의 과학'과도 약간 닮은 점이 있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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