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였나, 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이맘때 즘의 비는 마치 영혼을 가르는 시퍼런 칼날 같다.
특히 밤에도 깨어 있는 도심에서 그 비를 맞으면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차갑고도 아름다운 가을밤에, 부드러운 칼날과 같은 빗방울이
파랗게 내 몸을 감싸며 다정하게 속삭여 준다.
'넌 혼자야, 네 곁엔 아무도 없어.'
그런 비를 맞으며 밤마실을 나가는 것은 어쩌면 자학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끌려 나가는 비의 유혹.
밤 거리를 혼자 비를 맞으며 걸어보면, 그 달콤한 악마의 유혹을 느낄 수 있을테다.
어쨌든 그 날도 그렇게 가을 밤 비의 유혹에 끌려 나갔다.
이것저것 구경하고 기웃거리며 한창 잘 걸어가고 있는데,
어느 길목 미장원 안에 화장 하고 있는 여자 귀신이...
(귀신은 보이는 것 뿐만이 아니라 어떤 느낌이 있다.)
어쩌면 그녀도 밤마실 나가려고 화장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힘들고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애인을 데리러 가는 걸까.
무서운 느낌은 전혀 없이, 슬프고 애잔한 느낌이 들었다.
철저히 우울해진 가을비 내리는 날 밤의 마실이었다.
p.s.
집에 돌아 와서는, 이맘때 즘 비가 오면 늘 생각나는 노래를 들었다.
G 'N R 의 November Rain.
최근에 엑슬을 뺀 G'NR의 멤버들이 The Guns라는 그룹을 만들어
활동을 하고 있는데... 관심은 가지고 있는데 들어볼 기회가 없는 안타까움. ㅠ.ㅠ
아, 오늘 포스터를 봤는데, 내년(2008년) 1월에 Dream Theater가
광진구 멜론엑스(악스?)라는 곳에서 내한공연을 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