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오페라의 여왕 마리아 칼라스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깊이 알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어디선가 그녀의 이름이나 노래 한 번 즘은 들어보지 않았을까. '칼라스 포에버'는 오페라 계의 전설로 통하는 프리마 돈나 마리아 칼라스가 주인공이다.
칼라스에게 1974년 일본 삿뽀로 공연은 정말 비참한 공연이었다. 물론 사람들은 전설적인 프리마 돈나에게 박수갈채를 보냈지만, 그녀는 그 공연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확실히 맛이 갔다는 것을 깨달아 버렸으니까. 그 후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은둔생활을 하다가 1977년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마리아 칼라스. 이 영화는 그 사이의 공백기에 그녀가 이런 일을 했을 수도 있겠다 싶은 것을 가상으로 꾸며낸 이야기이다.
친구이자 공연기획자인 래리가 칼라스를 설득하여 오페라 '카르멘'을 영화로 찍는다는 내용. 물론 칼라스의 목소리가 완전히 맛이 갔기 때문에, 최고로 아름다웠던 목소리를 뽐내며 천상의 소리라는 극찬을 받던 젊은 시절 레코딩 한 음악을 립싱크로 해서 영화로 찍는 것이었다. 내키지 않아 반대하고 거부하던 칼라스도 결국 현대 과학 기술의 놀라운 마술을 실제로 접하면서 마음을 바꾸고 영화를 찍게 되는 것이다.
목소리가 맛이 간 가수도 가수라고 불릴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나아가 재능이 사라진 아티스트도 계속 아티스트일 수 있을까라는 의문들. 물론 상업적으로야 재탕, 삼탕 해서 긁어 모을 수 있는 한 계속 긁어 모으는 것이 좋겠지만, 그래도 소위 예술은 그런 완전 상업적 제품들과는 성질이 좀 다르지 않는가.
실제로 칼라스의 친구인 이 영화의 감독 프랑코 제피렐리는, (당연하게도) 칼라스를 위대한 아티스트로 결론 냈다. 아무리 화려하고 아름답게 부활 할 수 있다 해도, 자기 자신을 속일 수 없는 예술가말이다. 친구를 위한 헌정으로도 멋졌고, 영원한 전설로 남기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설정임은 틀림없다.
칼라스가 정말로 영화를 찍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과 함께, 카르멘의 영화 속 영화 장면을 마리아 칼라스의 노래와 함께 살짝살짝 맛 볼 수 있었다. 물론 카르멘 뿐만 아니라 영화 전체적으로 많은 칼라스의 노래들이 나오므로, 칼라스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음악을 이유로 볼 수 있는 영화가 되겠다. 영화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실망할 수 있는 작품이지만, 인생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살다 간 프리마 돈나 마리아 칼라스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녀의 노래를 가상의 영화와 함께 보고 들을 수 있는 기회만으로도 만족스러울테다.
p.s.
2008년 1월 6일 현재, 미로 스페이스 (
http://www.mirospace.co.kr)에서 상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