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즈음에서 2006년 즈음까지 베이징, 상하이, 충칭 등에서 대학을 다닌
중국인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이 있다.
그 때 그들의 역사의식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는데,
모두들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다고 하고 확고히 믿고 있으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간략하게 몇 가지만 소개 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중국 역사서는 과거에 중국 본토에 들어온 적 있는 (침입한 적 있는) 민족은
모두 중국의 역사로 간주한다.
중국 자체가 다민족 국가이므로 아주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원(元)나라의 경우도 중국인들은 이것이 중국의 역사이고, 중국의 나라라고 생각한다.
원나라는 쿠빌라이가 1271년, 몽골제국의 국호를 '대원'으로 고치면서 성립하는데,
이 '쿠빌라이'라는 인물은 우리가 잘 아는 '칭기즈칸'의 손자이다.
엄연히 몽골제국의 직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중국의 역사라고 하는 것이다.
(칭기즈칸은 중국인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었다.)
우리에겐 아주 민감한 문제인 '고구려' 또한 그런 식이다.
한 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발끈하고 화를 낸 적 있었지만,
중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고구려 또한 중국의 변방국가 중 하나라고
교육해 왔고, 그렇게 배웠다고 한다.
즉, 고구려는 위, 촉, 오 같은 중국 역사에 나오는 나라들 중 하나라고
보는 것이다. 그 후손들이 지금의 조선족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우리로써는 어이가 없지만, 그들은 그것이 사실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배워 왔으니까.
똑같은 논리로 티베트 Tibet 또한 그런 식으로 옛날부터 중국의 나라였다고
우기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옛날 고구려가 중국 역사이니, 지금 북한도 사실은 중국 땅이다라고
우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티베트는 기원전 2세기부터 한나라와 마찰이 있었는데, 7세기부터 9세기까지는
토번이라는 통일왕국으로 세력을 떨쳤다. 그 후 당나라, 원나라, 청나라 아래에
있게 됐지만, 1912년 청나라 멸망 후 독립을 모색했다.
(* 여기서 '당,원,청나라에 있게 됐다'라는 표현은 그리 적절치는 못하다.
중국측이 주장하는 것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티벳은 조공관계였을 뿐이다.
즉, 완전히 당,원,청나라에 포함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 당시 우리나라의 사정과 비슷한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독립을 모색했다는 말은, 그 당시 티베트가 몽골과 함께 상호승인조약을
체결하며 독립국가로 발돋움 하려 했으나, 제국주의 열강국들이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엄연히 한 국가로써 1913년에는 전투 끝에 청나라 군대를 내쫓고,
이후 중국이 다시 들어오는 것을 철저히 막았다.
중국은 청나라 이후 계속해서 티베트가 중국 땅임을 주장했고,
마침내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은 티베트를 침략했다.
그 때 많은 티베트 인들이 탄압을 피해 네팔, 인도 등으로 망명했고,
그들은 아직까지도 난민으로 살고 있다.
2008년 3월 10일은 1959년 티베트 독립운동 49주년을 기념한 것으로,
실질적인 경제적 부와 사회적 권익을 모두 차지한 한족 중심의
중국 정부에 의해 차별받던 티베트 인들의 분노의 표출이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