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순수하지 않다.
미래에 대한 밝은 전망, 일이 잘 되어가는 추세, 뭔가 잘 풀릴 것 같은 예감 등
장밋빛으로 보이는 미래에 대한 뭔가를 바라는 심리에 기대어 있는 그 감정은,
갈구하는 그 무언가가 있고, 또 어떤 것에 기대어 있는 형태라는 점에서
희망은 순수하지 않다.
반면 미칠 것 처럼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모든 것들이 무너지고 사라지는 듯 찢기는 가슴으로 북받친 슬픔,
그 고통, 그 아픔, 그리고 뒤따라오는 복수심에 불타는 증오심.
그 모든 것들을 지나고 나서 찾아오는 절망은 어떠한가.
이제 더 이상 바랄 것도 없어 생을 포기해도 미련없을 그 깊은 절망.
무언가 바랄 것도, 기댈 것도, 또 갈구할 것도 없는 그 아련한 마음.
그래서 절망은 순수하다.
그 순수함이 아름다운지 어떤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순수함은 곧 아름다움 아닐까 싶어서 여러가지 시도를 해 보는 중이다.
물론 다른 오해는 하지 말아 주었으면 한다.
절망을 찬양하고 이를 권유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주길 바란다.
누드화가 아름답다고 말 한다 해서, 모두 벗고 다니자는 뜻은 아니지 않은가.
난 단지 순수한 감정으로써 절망의 아름다움을 찾고자 할 뿐이다.
하면 할 수록 아직 역부족임을 느끼고 있을 뿐이지만.
그리고 한 마디 더.
내가 누군가에게 절망을 권유할 권리가 없듯이,
나는 누군가에게 희망을 권유할 권리도 없다.
고로 나는 꼭 희망의 메시지를 넣어야 할 필요를 못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