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옛날에 호랑이 동물원 있던 시절에 (ㅡㅅㅡ;),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 야밤에 도착했던 때가 있다.
사실 터미널이나 역에 야밤에 도착해서 택시를 탈 때는 많았는데,
그 날은 조금 특별했다.
택시를 잡으려고 서 있는데, 교대시간인지 차가 잘 안 와서
마침 내 근처에 있던 대학생 두 명이 하는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됐다.
목적지가 내 목적지와 거의 비슷했는데,
서로 가진 돈을 탈탈 털었는데도 차비가 오천 원 밖에 안 나왔다.
(목적지까지 가려면 최소한 만 원은 있어야 했다)
마침내 그들은 오천 원 어치만 가는 데 까지 가자고 결정을 했는데,
그 때 내가 슬금슬금(?) 다가가서 나도 거기까지 가니까 같이 가자고 했다.
어차피 나는 혼자 타고 갈 생각이었으니까 차비는 내가 내는 걸로 하고.
그 학생들은 연신 고맙다고 하면서 택시 타고 가는 내내
빵이며 요쿠르트며 과자며 사탕같은 걸 줬는데...
찌그러지고, 부숴지고, 으깨지고 ㅡㅅㅡ;;;
어쨌든 그렇게 타고 가니까 서로서로 좋고 흐뭇하고 막 그랬다.
그 때부터 나는 택시 탈 때 사람을 모으기 시작했다.
아무도 관심을 안 보일 때와 한 명 정도 같이 갈 때가 반반 정도.
아주 가끔은 두 명 이상 모일 때도 있다.
나름 국가적 차원에서는 기름을 아낄 수 있고,
개인적 차원에서는 차비를 아낄 수 있다는 의미에서
혼자 택시 탈 때는 대체로 이 방법을 이용하는데...
내가 이상한 건가? ㅡㅅㅡ;;;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이런 짓 안 하는 걸 보면,
뭔가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아... 세상은 내게 너무 어려워
p.s.
한 친구는 '택시 기사도 먹고 살아야지!'라고 하던데,
손님이 우리 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