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동남아 삽질 여행 3


방콕 카오산 근처 사진정리 1/2



방콕의 카오산 로드는 태국 여행 하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유명한 여행자 거리. 여행자들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과 숙박업소들이 밀집해 있어, 방콕을 가면 거의 무의식적으로 찾게 되는 곳. 아무리 벗어나려해도 태국 각지를 싸게 갈 수 있는 각종 여행사들의 상품들 때문에 여기를 벗어나기가 어렵다.

그래서 여행자들이 자꾸자꾸 모여드니까, 요즘은 카오산 로드와 주변 다른 곳들의 물가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그래도 서양사람들은 싸다고 좋아하면서 부르는 대로 돈을 턱턱 내 놓지만, 이제 카오산 로드를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곳이라 하기에는 무리일 듯. 카오산 주변을 조금만 벗어나도 물가가 싸 지니까, 최대한 카오산을 벗어나라고 말 하고 싶다.

참고로, 최근(2008년 기준) 태국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어서, 예년같았으면 방 구하기 어려울 11월 성수기에도 빈 방이 남아도는 게스트하우스들이 많다. 한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의 말에 따르면, 작년에 비해 여행객이 1/3로 줄어들었다고 할 정도. 내가 보기에도 확실히 반 정도 줄어든 것 같다. (다들 어디서 또 아지트를 만들고 있을까?)



카오산 로드와 가까워 별 생각 없이 가다보면 꼭 하루 정도 묵게 되는 한인숙박업소 DDM. 에어컨이 가동되는 도미토리는 120밧. 한국음식도 판다. (빅 창은 큰 창문...이 아니라, 술의 일종.)



태국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신전(?). 주로 오전에 음식들이 많이 놓이지만, 사실 해가 떠 있는 동안이면 어느 때고 수시로 여기다 음식이나 음료수를 놓고 간다. 목 마를 땐 저거 주워 마시고 싶은 생각이 간절... ㅠ.ㅠ



길거리에 퍼져 앉아 멍하니 있다가 지나가는 꼬마 사진을 찍었다. 제대로 못 찍었지만 어차피 재미삼아 찍은 거라 미련 안 가졌는데, 아줌마가 "저기 봐~ 니 사진 찍어주네~"하며 애써 돌려 세워 주시는 바람에 얼떨결에 또 찍고 말았다. 그래도 잘 안 찍히기는 마찬가지. OTL

사진을 죽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번 여행 사진의 컨셉(?)은 '설렁설렁 찍기'. 줌도 거의 안 되는 똑딱이 카메라로, 피사체가 보이면 카메라 열자마자 바로 찍고 다시 카메라를 닫는, 이른바 (다른 의미에서) 순간의 포착. '사진 한 장 찍는 데 절대 2초를 넘기지 말자'가 모토였다. 그렇다고 설렁설렁이 대충대충을 의미하진 않는다. (라지만, 사실은 덥고 귀찮고 짜증나고 피곤해서... ㅡㅅㅡ;;;)



나름 중급 식당에서 돈 좀 써 가며 식사하고 음료수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갖고자 했지만, 그냥 피곤하기만하다. 서양애들은 어떻게 노천카페 의자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서는 몇 시간이고 멀뚱멀뚱 지나는 사람들만 쳐다보고 있을 수 있을까. 아무래도 그것도 학습에 의해 길러진 능력이지 않을까 싶다.



다 내팽겨쳐버리고 한 컷. 조금 가다가 주저앉고, 또 조금 가다가 주저앉고. 사실 피곤한 것도 피곤한 거지만, 방콕에서는 더이상 별 볼 것도, 가 볼 곳도 없기 때문에 모든게 시시했다.

담배 피시는 분들은 사진 중간에 있는 담배갑을 주목해 볼 것. 태국은 모든 담배에 (고급 시가에도) 담배 때문에 병 걸린 사람들의 끔찍한 모습들을 저렇게 사진으로 붙여놨다. 처음에는 '허걱! 이게뭐야!'하면서 담배 피기 꺼려지지만, 익숙해지면 아무렇지 않게 된다. ㅡㅅㅡ;

참고로 L&M은 49밧(약 2천 원). 라이트를 사면 독하지도 않고, 대충 필 만 하다. 말보로는 이것보다 약간 더 비싸다.

저 물은 수돗물을 정수한 물이라는데, 예전에는 세븐일레븐에서도 팔았지만 요즘은 길거리 상인이나 허름한 동네 가게에서만 판다. 마시다보면 마실 만 하고, 6밧으로 값도 싼 편.



그냥 길거리 찍은 거임.



방콕의 버스들은 대체로 한국의 버스보다 차체가 긴 편이다. 버스는 에어컨이 나오느냐, 나오지 않느냐에 따라 똑같은 거리를 가도 가격이 틀리다. 그런데 무더운 날 사람으로 가득한 에어컨 버스를 타면 차라리 에어컨 없이 창문 열고 가는 버스가 나은 편.



시장 변두리 공용 세척장인 듯. 저 비눗물은 시커먼데도 웬만해선 안 비우고...


이런 폐허라도 밤이 찾아오면 노점들이 들어서고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카오산 로드 아랫쪽에는 복권방이 있는데, 복권 파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하루에 파는 양도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어떻게 먹고 사는지 궁금할 정도.






카오산 로드에서 좀 떨어진 민주기념탑. 마침 내가 지나는데 국왕이 여기를 지나간단다. 그래서 나도 멈춰 서서 처음부터 끝까지 구경.


시간이 임박하자 차량 통행도 전면 차단하고, 노점상들도 길 가 후미진 골목에 다 숨게 한다. 게다가 길 가던 행인들도 걸음을 멈추게 하고, 차도에서 벗어난 건물 벽쪽에 붙도록 했다. 기타치며 구걸하던 소년도 판 접고 벽쪽에 붙도록 하는 등 사람들의 모든 행동을 멈추게 만들었다.

여기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 노점상도 다 치우고, 구걸하는 사람들도 다 안 보이게 비키게 하고, 행인들도 다 건물 그늘 아래로 피하도록 만들면, 대체 국왕은 길을 지나면서 무엇을 보게 될까? 그냥 깨끗하게 정리된 거리? 그럼 국왕은 대체 언제 서민들의 삶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과연 이게 좋은 방식일까? 하긴, 현명한 지도자라면 자기가 알아서 챙겨 보고 대책도 세우고 하겠지.

여하튼 그런 상황에서도 불평하는 사람도 하나 없이 모두들 국왕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려고 멈춰서서 기다리는 걸 보아, 과연 태국 국민들은 왕실에 대한 충성심이 높기는 높은 것 같다.
태국 국민들이 왕실에 대한 충성심이 높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길거리마다 세워지고 붙여진 국왕의 초상화는 관공서나 정부부처에서 걸어 놓은 것이라고 쳐도, 식당이나 동네 구멍가게 안에도 국왕의 초상화가 붙어 있다거나, 심지어 버스나 툭툭 안에도 국왕 초상화가 걸려 있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주로 버스에 'Long Live King'이라는 문구가 많이 붙어 있는 것으로 보아 두 가지를 알 수 있었다. 하나는 국왕이 오래 살기를 기원하는 국민들이 많구나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국왕이 건강을 염려할 때가 되었구나라는 것. 건강이나 나이에 아무 걱정 없는 사람에게 '오래오래 사세요'라는 인사는 잘 안 하는 거니까.

어쨌든 그런 국왕이 바로 눈 앞에 지나가니 사람들은 통행을 중지시켜도 불평은 커녕, 국왕이 지나가냐면서 다들 웃으며 행차를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태국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



어쨌든 국왕행차를 몇 분 앞두고 먹구름도 우르르 몰려들고... (이건 뭔가... ㅡㅅㅡ;;;)



저 넓은 차도와 인도를 모조리 깨끗이 정리.



일단 경찰 오토바이가 여러대 지나간 후, 뒷따라 경찰차가 지나가고



승용차 몇 대가 지나가더니



상황종료. OTL
나는 국왕이 손이라도 흔들어 줄 줄 알았지. ㅠ.ㅠ



모두 이 맥도날드 앞 민주기념탑 주변에서 생긴 일.

원래 후텁지근한 날씨를 피해 버거도 먹고 에어컨 바람도 쐴려고 맥도날드를 가던 참이어서, 국왕행차를 보고 나서 여기를 들어갔다. 그랬더니 몇 십 분 있다가 다시 국왕이 아까 갔던 길을 반대로 다시 지나가네.



이번에도 싹 정리.

이번에는 내가 있는 쪽과 가까운 차선으로 차가 지나기 때문에 잘 찍어 보려고 했지만, 맥도날드 안에 있던 점원이 나한테 말을 걸더니, '노 포토'란다.

뭐냐, 거리 여기저기 국왕사진 다 붙어 있는데, 겨우 차 지나가는 걸 가지고 노 포토라니. 게다가 아까 길거리에서 사진 찍을 때는 경찰도 가만 있었는데, 맥도날드 점원이 사진 찍지 말라고 하다니! 뭐냐 이게, 응? 아 진짜- 버럭! 하고 싶었지만, 점원이 예쁘니까... ㅡㅅㅡ;



노 포토라고 웃으며 말 한 점원이 바로 이 왼쪽 아가씨. 사진을 찍으려 하니까 뭔가 다른 일 하는 척 하면서 고개를 숙여버리는 순간의 거장. ㅡㅅㅡ;



그래서 맥도날드에서 길거리에서 산 파인애플이나 왕창 먹고 나왔다는 이야기.



국왕행차가 완전히 종료되자 경찰들도 한 숨 돌리며 쉬고, 거리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몇 십 분 전 모습으로 빠르게 회복됐다.



잠시 골목길에 피해 있다가 다시 나온 노점상들. 흐음... 국왕이 저 칼을 보면 좀 무서울 수도 있겠군. ㅡ.ㅡ;



이렇게 다시 생활은 계속되고, 여행도 계속되고. 이 사진의 제목은 '자본주의'.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