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동남아 삽질 여행 18 1/2

나는 싱가폴이 싫어요



싱가폴에 도착하자마자 이런저런 이상한 꼴을 당했고, 또 반나절을 싼 숙소 찾는데 소모해버렸다.

게다가 말로만 듣던 싱가폴 물가를 몸소 체험하고 보니, 가난한 배낭여행자에게 싱가폴은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곳이 아니라 생존의 버거움에 몸부림 쳐야 하는 곳이었다. 있으면 있을수록 파산에 가까워진다는 위기 의식.



게다가 그나마 싸다고 잡은 도미토리 숙소는 건물 전체에 뭔 에어컨을 그리도 빵빵하게 트는지. 밖은 한여름인데 건물 안은 한겨울이다. 자려고 누웠는데 도톰한 모포를 덮고도 발이 시려울 정도. 

그래도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던 것은 같은 방을 쓰는 사람들 중 아무도 코를 골거나 이를 갈거나 잠꼬대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 어쩌면 내가 했을지도 모르겠다, 난 피곤하면 코 골고 잠꼬대하고 약간의 몽유병도 있고... ;ㅁ;



(리틀인디아 근처의 한 사원. 사실 이 동네는 아기자기하게 뭔가 사진 찍을 꺼리는 많았지만, 작렬하는 땡볕에 타 들어가는 내 몸을 견뎌내며 사진 찍을 프로 정신이 내겐 없다. ;ㅁ;)








어쨌든 다음날.

늦게서야 부시시 일어나보니, 같은 방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다 나간 상태.

나 혼자 덩그라니 남아서 체크아웃 시간까지 뒹굴뒹굴하다가 나왔다. 분명히 밖에 나가면 타 죽을 듯 한 햇볕에 또 땀을 뻘뻘 흘릴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그렇게 늦게서야 나와서는 점심 먹는다고 찾아간 곳이 부기스 전철 역 근처의 맥도날드. 어제에 이어 또 맥도날드. ㅠ.ㅠ



다른 현지 식당도 기웃거려봤지만, 가게 밖에 내놓은 메뉴판 몇 개를 보고는 아예 기겁을하고 말았다.

원래 물가가 비싼 삼성동같은 동네가 아니라면, 한국에서 일인당 만 원이면 꽤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근데 싱가폴에선 그냥 허름한 식당의 뻔한 음식들이 만 원 선. 그것도 싼 축에 속하는 가격. 이건 아니지, 절대 아니지. 그래서 선택은 패스트푸드.



동남아 쪽 패스트푸드 점을 가면 (대체로 패스트푸드 점이 다 그렇지만), 콜라를 줄 때 얼음을 컵 가득 넣고 따라준다. 그거 정말 불만이다. 콜라를 시켰을 때는 콜라가 먹고 싶은 건데, 얼음을 그렇게 가득 넣어줄 필요가 있냔 말이다. 탄산이 너무 강하니까 물에 중화시켜서 먹으란 뜻인가.

하지만 때때로 그 얼음이 유용할 때도 있다. 싱가폴같은 더운 나라에서는 콜라보다 시원한 물을 마시는 편이 나은데, 그 때 컵 한가득 나온 얼음을 물통에 집어넣으면 물이 시원해지니까 좋다. 물론 주 목적은 물을 시원하게 하는 게 아니라, 물의 양을 늘리는 것이지만. 



(길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한국식품점. 거의 한국에 있는 거 다 있는 듯.)



(역시 사람들 말대로 부기스 역 근처에는 숙소가 많았다. 어제는 보이지 않던 숙소들이 오늘 돌아다니니까 많이도 보이는 황당한 상황. 역시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부기스 역에서 조그만 시장과 맥도날드 근처를 둘러보면 숙소들이 있는데, 입구가 작기 때문에 밤에는 잘 눈이 띄지 않는 듯 하다. 이 쪽 숙소들 가격은 잘 모르겠는데, 60달러 이하라면 굳이 리틀인디아까지 가서 숙소를 잡을 필요는 없다.)



(이건 어디였지? 나도 몰라. 이 즘에서는 더워서 거의 비몽사몽이었던 걸로 기억함. ㅠ.ㅠ)



(어슬렁 어슬렁 길 잃고 헤매는 것도 여행의 일부분. 생각지도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도 하니까. 우연히 발견한 작은 시장이었는데, 의외로 살 만 한 물건들은 하나도 없었다. ㅡㅅㅡ;)



(좋겠네, 땡볕에 우산 써서. 흥! 우산을 쓰지 말고 떨어져서 걸으란 말이다, 더워 죽겠는데!)



(이런 말 해도 될런지 모르겠지만 (그래놓고 할 거면서), 싱가폴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 중 아주 사소한, 정말 사소한 이유 하나가 있다. 그건 바로... 싱가폴엔 미인이 별로 없다는 거. ㅠ.ㅠ

그러니까 여성분들, 남친 데리고 해외여행 갈 거면 싱가폴로 가 보는 건 어떨까. 자신이 돋보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 ;ㅁ; 아, 말레이시아에서 육로로 연결되는 국경, 체크포인트 세관 직원 중 한 명이 미인이다. 거기만 잘 넘어가면 시내에선 걱정 할 것 없다. (뭥미? ㅡㅅㅡ;;;))



(이 건물, 이렇게 보면 마치 중세시대에 지어진 유서깊은 성당 같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 했다면 당신은 낚인거다~ 푸하하하하~ (물론 나도 처음 봤을 땐 낚였다 ㅠ.ㅠ))



(바로 이것이 위 사진, 그 장엄한 성당같은 건물의 정체다. 크하하하... 이건 좀 심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ㅡㅅㅡ;;;)



(싱가폴의 거의 모든 길에는 이름이 지어져 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사거리에는 이 쪽 길은 무슨 길이고, 저 쪽 길은 무슨 길이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간혹 길을 물어볼 때, '아 거긴 퀸즈 스트리트로 가면 돼'라고 대답 해 주는 사람도 있는데, 아 정말 그게 뭐냔 말이다. 너네들은 이 동네 사니까 그게 어딘지 알겠지만, 외국인 방랑자 입장에선 '퀸즈 스트리트'라는 이름 들으면 지도를 한참 보고 찾아야 한단 말이다! ;ㅁ;

어쨌든 싱가폴은 우리나라처럼 유명무실한 길 이름이 아니라, 실 생활에서 불려지고 쓰여지는 길 이름이라는 거. 마치 길이 살아있는 유기체인 듯 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10달러(USD)씩 환전해 가면서 아끼고 아끼는 와중에도, 싱가폴에 왔으니 증거를 남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딱 한 군데만 구경하고 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곳은 바로, 싱가폴을 소개 할 때면 늘 나오는 그... 기형물고기 동상. 그 왜, 머리는 사자고, 몸은 물고기인 그 기형물고기. 싱가폴의 전설의 동물이라는데, 몰라~ 그런거 있어. ㅡㅅㅡ;



부기스 역에서 관광지도를 보며 물어물어 찾아갔는데, 일단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더군다나 관광지도에 사진이 나와 있었기 때문에 그것만 딱 보여주면 사람들이 길을 가르쳐 주어서 간단하고 쉬웠다.

근데 문제는 그 근처까지 다 갔는데도 잘 안 보인다는 것. 그도 그럴것이, 어느 다리 밑에 조그만 광장 한 쪽 끝에 덩그라니 있으니 멀리서는 눈에 안 띌 수 밖에 없다. 좀 가까이 가니깐 사진 찍는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여기는 명품 가게들이 모여있는 조금 럭셔리한 쇼핑몰. 저 여자는 핸드백 하나를 삼 분 넘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아이쿠, 핸드백 닳겠네. ㅡㅅㅡ; 내가 자리를 떠날 때 까지도 꼼짝 않고 핸드백을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던데... 그녀는 과연 그날 그 핸드백을 질렀을까? 메이커만 봐도 몇 백 만원은 할 것 같던데... 뭐 어때,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 볼 정도로 갖고 싶으면 지르는 거야. 음악 하려고 몇 천 짜리 기타 사는거나, 사진 찍는다고 몇 백 만원어치 렌즈 지르는 거나, 핸드백 사는 거나 다를 게 뭐 있어. 지르고 굶어 죽게 되면 핸드백 가죽 구워 먹으면 되고~ ㅡㅅㅡ/)



(전쟁에서 죽은 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위령탑 정도 되는 듯. 설명이 있어도 더워서 읽어 보기도 싫고~

그냥 이렇게 보면 얼마나 더운지 상상 못 할 텐데, 이런 예를 들어 보겠다. 맥도날드에서 콜라 다 마시고 얼음만 남겨서 그걸 패트병에 옮겨 담아 밖으로 가지고 나왔다. 근데, 정말 과장 하나도 안 하고, 문을 나서서 딱 삼십 초 걸었는데 얼음이 없다!)



(Merlion 보러 가는 길. 부기스 쪽에서 걸어 간다면 이 다리를 건너야 Merlion을 볼 수 있다. 싱가폴을 그래도 좀 구경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숙소에서 구할 수 있는 관광지도를 참조해서 일일투어 버스를 타는 게 좋을 듯 싶다. 이층버스이긴 한데, 윗층이 오픈 돼 있어서 땡볕에 쪄 죽을 수도 있다는 위험이 있긴 하지만... ㅡㅅㅡ;;;)




(이게 바로 멀라이언(Merlion).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름은 몰라도 이 동상 사진은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을 듯. 싱가폴 소개만 나오면 꼭 빠지지 않고 나오는 동상이니까.

물론 가이드 북이라든지, 티비 같은 데서는 그래도 노력해서 잘 찍은 사진들이 나오지만, 난 그런거 없다. 사진발에 속지 말자는 거다. 직접 가 보면 물 뿜는 동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저 건물은 공연장이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 그냥 돔이 특이해서 찍었을 뿐.)



(Merlion Park. 멀라이언(Merlion) 동상이 놓여 있는 곳 주변을 Merlion Park라고 하는데, 동상을 찍는 관광객들로 붐비는 반면 앉아 쉴 곳은 마땅치 않다. 다리 아래로 들어가면 카페가 있긴 하다.)



(어미하고 자식하고 왜 등을 돌리고 있을까. 나란히 있으면 더 좋을텐데. ㅡㅅㅡ;)



(이거, 이렇게 찍어 놓으니 완전 폐허 속에서 피를 토하는 모습 같은걸~ 의도적으로 그렇게 찍은 건 맞음. ㅡㅅㅡ/)




아 됐다, 이제 싱가폴을 대표하는 상징물을 하나 봤으니까 싱가폴 관광은 끝. 더는 비싸서 못 하겠고, 짜증나서 못 하겠고, 더워서 못 하겠다.

센토사 섬인지 토사물 섬인지를 가면 놀이공원이 크게 있다는데, 그딴거 혼자 찾아가봐야 재미도 없잖아. 

또 나이트 사파리라고, 밤에 동물원을 개장해서 차 타고 한 바퀴 도는 것도 있다던데, 난 애초부터 이건 아주 싫었다. 인간들의 유희를 위해 동물들의 수면을 방해하는 동물학대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서 이거 빼고, 저거 빼고 하니까 볼 거 하나도 없었다는 거. 그러니까 이걸로 싱가폴 관광은 끝~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