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인 뽀이뻿(Poipet)에서 자가용 택시를 타고 5~6시간 정도 걸려서 드디어 시엠리엡(Siem Reap)에 도착했다. 운전기사가 영어를 전혀 못 했고, 딱히 생각해 놓은 숙소도 없었기 때문에 어떤 숙소를 찾아가야 할 지 막막했다. 그런데 이 운전사, 코리안(Korean)이라는 말은 알아들었는지, 알아서 한인숙소 앞에다 차를 세워줬다. 시엠리엡 중심가에서 약간 벗어난, 평양냉면 근처에 있는 한인숙소였다.
차 안에서 잠을 좀 자긴 했지만, 어제 비행기에서 내린 이후로 거의 하루종일 차만 타고 이동했기 때문에 몸이 피곤했다. 몸이 피곤하니 싼 숙소 같은 것 찾으러 다닐 마음도 안 생겼고. 그래서 그냥 택시기사가 세워준 그 한인숙소에 방을 잡고 짐을 풀었다.
시설만 봐도 약간 고급스러운 곳이어서 가격이 약간 부담스럽긴 했지만, 그냥 한국보다 싸니까 됐어라는 생각으로 묵었다. 태국부터 함께 온 동행은 일자리 확정되고 완전히 홀가분하게 휴양 온 상태라서 싸고 낡은 곳에 묵기를 원하지 않았고, 어차피 둘이 한 방을 쓸거니까 혼자 싱글룸을 쓰는 상황에 비하면 가격도 그리 큰 부담은 되지 않았다.
캄보디아에 와서 이런 숙소를 운영하며 현지인과 결혼도 했다는 주인 아저씨가 반갑게 우리를 맞아 주셨다. 집 소유자는 아니고 여기서 일 하시는 거란다. 아내에게 한국음식 만드는 법을 직접 가르치셨단다. 그래서 손님들이 오면 한국음식 비슷한 것을 내 오게끔 하는데, 재료가 좀 다른 만큼 맛도 조금 다르지만, 어느 정도 한국음식 맛에 가까운 맛이 나왔다. 배불리 먹고 씻으니 이제 눈이 좀 떠 지는 기분.
동행인은 그대로 방에서 잠을 잤고, 나는 씻고나서 바로 밖에 나와서 해 질 때까지 시내를 돌아다녔다. 여행 가면 거의 철인이 되는 나. 여기까지 오는 데 얼마나 고생하고 돈도 많이 썼는데, 피곤해 죽을 때까지 하나라도 더 봐야지, 라는 투철한 관광정신. ;ㅁ;
씨엠리엡은 아주 작은 마을인데, 거의 앙코르 유적 때문에 급속도로 발전한 마을이다. 씨엠리엡에서 앙코르 유전까지는 약 12 킬로미터로, 앙코르 유적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기 때문이다. 앙코르 유적지를 보기 위해 머무는 곳이라는 것 말고는 큰 의미가 없는 곳이지만, 그래도 현지인들의 생활모습을 약간씩 구경할 수 있는 곳이긴 하다.
앙코르 유적을 보러 온 관광객들은 주로 낮에는 앙코르 유적으로 가 있고, 밤에는 씨엠리엡으로 돌아와 밥을 먹는다든지, 술을 마신다든지 하는 유흥을 즐긴다. 그래서 씨엠리엡의 원래 모습(?)을 보려면 낮 시간에 돌아다니는 게 좋았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각종 호텔과 숙박시설을 새로 짓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정원이나 각종 시설물 단장에 기계보다는 사람이 더 많이 동원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마 기계를 빌려 쓰는 것보다 사람을 여럿 쓰는 게 더 싸니까 그럴테지.
저렇게 한 차에 수십명이 올라타고는 일 하러 간다.
이 동네 집들은 대체로 집 앞에 조그만 구멍가게도 하나씩 운영하는 형태였다. 아무래도 노니 염불한다라는 차원에서 하고 있는 것 아닐까 싶은데, 낮엔 거의 개미 한 마리 볼 수 없다. 밤엔 그나마 장사가 좀 되는 편이다.
011 하실 분들은 캄보디아로 가세요~ ㅡㅅㅡ/ 번호체계가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012도 핸드폰 번호.
주유소 앞 스타마트. 씨엠리엡에 머물면서 하루에도 몇 번 씩 찾아갔던 곳. 가격이 그리 싸다고 볼 수는 없지만, 가격표가 붙어 있었기 때문에 물건 살 때 편리하다는 이유로 자주 갔었다. 게다가 건물 안에는 에어컨도 나오기 때문에 한 낮 땡볕 피하려고 찾아가기도 했고.
몇 년 지난 후에 보니까, 캄보디아에서 사 온 다른 기념품이나 물건들은 다 누구 주고 사라지고 그랬는데, 스타마트 비닐봉지는 아직도 남아 있더라. 태국의 세븐일레븐 비닐봉지 같은 것도 아직 남아 있고.
옛날에 우리나라의 구멍가게에서도 볼 수 있었던 뽑기가 여기도 있었다. 돈 내고 종이쪽지 뜯으면 그 안에 번호가 적혀 있고, 그 번호대로 경품을 주는 뽑기. 과연 제대로 정직하게 번호가 다 쓰여져 있을까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뽑기. ㅡㅅㅡ;
지금은 모르겠지만, 이 때 당시 캄보디아의 땅은 국가에서 임대하는 방식으로 매입(?) 할 수 있었다. 캄보디아 정부에 일정 금액의 돈을 주면, 국가가 몇 년 혹은 몇십 년 임대해 주는 방식으로 땅을 내어줬다. 어떻게 보면 합리적인 방식이라 볼 수 있다, 죽을 때까지만 집과 땅을 소유하고 살면 되는 거니까.
말 그대로 잡화상. 거의 없는 게 없다. 이런 곳에서 물건을 사면 아까 봤던 스타마트 같은 곳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일일이 가격을 물어봐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긴 하지만. 옷이 몇 벌 걸려 있긴 했는데, 치수따라 여러벌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아마도 일단 마음에 드는 옷을 사서 고쳐서 입는 게 아닌가 싶다.
연예인 사진과 CD 등을 파는 가게. 미적 기준이 다른지, 연예인 사진을 쭉 훑어봐도 마음에 드는 사진은 없었다. 시장 쪽으로 가도 이런 가게들이 몇몇 있고, 대체로 DVD와 CD를 함께 판다. 그리고 불법복제품과 정품을 한 가게에서 함께 판다는 특징도 있다. 대체로 불법복제품이 대세. 찾는게 없으면 리스트에서 목록을 고르라고 하는데, 그러면 몇 시간 내에 어디선가 복제 해 온다. 나중에 앙코르 유적 보러 다니면서 중간에 차에서 들은 노래가 너무 확 와 닿아서 음반을 하나 샀는데, 애처로운 여자 목소리로 구슬픈 음율을 가지고 있었던 그 노래의 내용은 '날 버린 남자들 다 죽여 버리겠어'였다. ㅡㅅ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