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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똔레쌉의 보트피플 - 태국, 캄보디아 200412 - 20
    해외여행/태국 캄보디아 2004 2009. 5. 7. 16:15
    캄보디아 지도를 보면, 영토 한 가운데 즘에 커다란 호수가 하나 있는 것이 보인다. 수위가 가장 낮은 건기 때도 2,500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데, 우기에는 면적이 2배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제주도의 면적이 약 1,850 ㎢ 이니까, 건기 때도 최소한 제주도 총 면적보다 넓은 호수다. 이만하면 거의 바다라고 불러도 될 만 한 크기. 실제로 가보면 바다가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끝이 안 보이는 이 호수는, 앙코르와트를 보러 간 사람들이 웬만하면 들르는 캄보디아의 필수 관광코스 중 하나다. 이 호수의 이름이 바로 '똔레쌉 (Tonlesap)'이다.


    똔레쌉 호수는 씨엠리업에서 약 12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이유로, 앙코르와트를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이 반나절 정도 시간을 내어 이 호수도 둘러본다. 난 그저 앙코르 유적지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지만, 다른 일행들은 이 호수를 둘러보길 원했다. 거의 세트로 짜여져 있는 코스니까 한 번 가 보는 것도 괜찮겠지하고 따라나섰다.



    호수 근처에 도착하면 수많은 삐끼들이 배를 타라고 난리법석인데, 우리는 택시기사가 알아서 다 해줬기 때문에 돈만 내고 배를 타면 됐다. 어디를 둘러보는지도 알 수 없었지만, 그냥 있으면 알아서 구경시켜 주겠지 하고 아무생각없이 탑승했고, 역시나 알아서 여기저기 구경시켜주고 식당에 내려주었다 (우린 정말 아무 말도 안 했는데 ;ㅁ;).



    똔레쌉 호수에는 약 4,000여 명의 사람들이 배 위에서 생활을 하고 있고, 그들은 대부분 물고기를 잡거나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거나 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사람들은 가난한 캄보디아인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똔레쌉 호수에서 수상가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베트남 사람들이다. 1975년 사이공이 함락되고 베트남이 공산화되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배를 타고 세계 여기저기로 흩어졌는데, 그 중 일부가 메콩 강을 따라 이곳까지 흘러 들어왔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소위 말 하는 베트남의 '보트피플 (Boat People)'이다.

    이들은 다른 대부분의 보트피플과 마찬가지로 캄보디아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들이었다. 그래서 수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캄보디아 측에서는 상륙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은, 청년이 노인이 될 만큼 오랜 세월을 배 위에서 살았다.

    옛날에 죽기살기로 미국으로 건너갔던 일부 보트피플들은, 돈을 벌어서 최근에는 자국으로 금의환향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한다. 하지만 똔레쌉의 보트피플들은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대부분의 보트피플들이 그렇겠지만). 언제까지 계속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배 위의 생활을, 이들은 이제 대를 이어 유지하고 있다.





    다른 수상가옥들과 다르게, 깨끗하고 규모도 커 보이는 수상가옥들도 더러 보였다. 국제단체에서 이 사람들을 위해 학교나 기타 공공시설들을 세워준 거라고 한다.

    사실 이들은 공부를 잘 한다 해도 미래가 없다. 이들을 받아주는 세상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에서 난민생황을 하고 있는 티베트인들 처럼, 그리고 이 세상 그 모든 난민들처럼. 그래도 학교에서 뛰어놀고 공부하는 어린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표정은 밝기만하다.













    똔레쌉 호수는 똥물이라 말 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물이 탁하다. 각종 동물들과 사람의 배설물이 그대로 호수에 배출되는데, 그 물에서 빨래도 하고 설거지도 한다. 물론 이 물은 식수로도 쓰인다.

    햇빛 잘 받은 호수를 찍으면 얼핏 똥색이 감춰지기도 하니까, 카메라 트릭에 속에서 환상을 가지지 말자.





    끝이 안 보이는 호수. 이 즘 되면 미리 알지 못했더라면 바다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우리가 탄 배는 노를 저어 가는 배였다. 배 뒷편에서 청년이 노를 젓고, 배 앞쪽에서 꼬마가 방향을 잡았다. 조그만 아이가 자기 키의 몇 배가 되는 장대로 방향을 잡는 모습을 보니, 하루이틀 한 솜씨가 아니었다. 이 세상 다른 어떤 곳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이곳 아이들에겐 일상일 뿐이었다.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구경한 뒤, 우리가 탄 배는 어떤 식당에 정박했다. 물론 식당도 배 위에 지어진 수상가옥이었다. 식당 안쪽으로 들어가다가 발 밑에 뭔가 심삼치 않은 소리가 들려 내려다 보았더니 악어들이 수십마리 들어차 있었다. 설마 이 호수에 악어가 사는 건 아닐테고... 식용으로 키우는 건가? 이 배에 불이 나면 정말 큰일이겠다.



    관광객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목이나, 관광객들이 많이 내리는 식당가 쪽에는 아이들이 진을 치고 있다. 커다란 대야를 타고 빠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나무토막 등으로 노를 저어 호수 위를 둥둥 떠 다녔다. 관광객들이 보이면 어김없이 경주를 하듯 빠른 속도로 다가와 손을 내민다. 당연히 돈 달라는 소리다. 돈돈돈 그놈의 돈. 공산주의 국가라는 나라들도 다같이 돈돈돈. 지금 세상은 이미 자본주의로 세계가 통일된 상태.  일단 전 세계가 한 가지 가치체계로 통일되어 있으니 기뻐해야 할 일인가. 통일 자본주의 만만세.



    카메라를 들이대면 이렇게 포즈를 취해 주지만, 사진 찍고 돈 안주면 인상이 완전 험악해진다. ㅡㅅㅡ;

    얘네들도 그렇고, 씨엠리업 시내나 앙코르 유적지 등에 있는 애들도 다들 '원 달러~ 원 달러~'를 외친다. 이 때만 해도 원 달러는 이 나라에서 작지 않은 돈이었다. 1달러로 콜라 큰 캔을 2~3개 사 먹을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처음에는 '얘네들이 돈독이 올랐나'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꼭 일 달러를 받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100 리알이나 사탕 한 개만 줘도 좋아라 하고 웃으며 뛰어갔으니까 (1달러는 4,000 리알). 근데 지금, 2009년에는 어떤 분위기일지... 아무래도 100리알 주면 별로 좋아하진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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