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티비에서 나름 더럽다는 어묵 공장과, 나름 더럽다는 원료 수급 현장을 보여줬다.
하지만 난 그 장면을 보고 별다른 생각 들지 않았다.
오히려 '아, 옛날보다 깨끗해졌네' 정도.
옛날에 부산에서 오뎅 만드는 과정을 한 번도 목격하지 못하신 분들에게,
내 기억 속의 오뎅공장을 그대로 보여준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다시는 어묵따위 먹지 않겠노라고 다짐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지저분했고, 비위생적이었고, 더러웠다.
그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고온에 가열하거나 기름에 튀기기 때문에 괜찮다며,
먹어도 안 죽는다며, 갓 나와서 따끈따끈하다며 그 오뎅을 막 사 갔다.
물론 나도 공장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한두개 얻어먹기도 했다.
습관이란게 그렇게 무서운 거다.
시나브로 적응된 현실은 사람을 무감각하게 만들어버린다.
저항없이 받아들이는 사이, 우리는 어쩌면 서서히 가열되는
물 속의 개구리처럼 익어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10년 후, 20년 후.
음식이라 할 수 없을 그런 음식을 자식에게 먹이고 있는 우리.
손주들에게 먹이고 있는 우리. 그들과 함께 먹는 우리.
참으로 끔찍한 일이지만,
조그만 노력들이 모여서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이미
예약된 미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