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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북 영동 백화산 반야사 - 충북 팸투어
    국내여행/충청도 2010. 3. 14. 04:07


    충북 영동 어느 첩첩산중에 산허리를 감아 도는 푸른 물길을 따라 올라가면 '반야사'라는 절이 나온다. 구십 분에 한 대씩 있는 버스를 타고 근처까지 가도, 또 한 시간을 걸어 들어가야 하는 곳. 접근이 용이하지 않아 그런지, 아직은 때를 타지 않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수질이 그리 좋지는 않다고는 하지만 푸른 색으로 빛나는 강을 보니, 물안개 자욱할 때는 더욱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수긍이 됐다.

    백화산 반야사는 신라시대 창건한 이후 조선 세조 때 까지 변변한 역사적 기록 하나 남아있지 않는 조용한 곳이다. 그리고 관광지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 많은 사람들에게 낯 선 곳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새롭고 신비롭게 느껴지는 곳이다.




    물길을 따라 거슬러 올라갔다. 주차장에서부터 강을 옆에 끼고 꽤 걸어 들어가야 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겨울 지나고 봄이 오는 중간의 어느 무렵, 겨울도 아니고 봄도 아닌 무렵에 가서 그런지 매마른 나무들이 볼품없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저 푸른 물줄기를 보니, 다른 계절에는 참 아름답겠구나 싶다. 꽃 필 때, 수목이 우거질 때, 단풍으로 물 들 때, 그리고 눈꽃 필 때 한 번씩 찾아와도 좋을 듯 싶다.




    백화산 반야사는 신라시대 때(720년) 의상의 10대 제자 중 한 사람인 상원스님이 창건한 절이다. 이 절 주위에 문수보살이 상주한다는 믿음으로 절 이름을 반야사라 지었다. 고려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마당 앞의 삼층석탑을 비롯해서, 오래된 절인 만큼 유물들도 많이 있다 한다. 유물에 큰 관심 없는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별 의미 없는 것들이겠지만.




    전국에 수많은 반야사라는 이름의 절들이 있어서, 이 절은 산 이름을 따서 '백화산 반야사'라고 한다. 이 반야사는 다른 절들에는 없는 아주 특별한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산 뒤의 호랑이다.

    절 뒷산에 호랑이가 있다고 하길래, 무슨 큰 조각이라도 하나 세워놨나했는데 의외였다. 산에서 흘러내린 돌무더기들이 신기하게도 무슨 형상을 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 형상이 호랑이라고 했다. 보기에 따라 고양이로 보이기도 한다고.

    그러고보니 내 눈에도 약간 호랑이처럼 보이기도 했다. 반야사에서도 이 형상을 절의 상징처럼 여기고 있는 분위기였는데, 최근에는 TV에서 이것을 방송하기도 했다(스펀지).  

    그래도 이상하게 내 눈엔 호랑이로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고양이로 보이지도 않았고. 그래도 뭔가 어떤 형상을 하고 있긴 하고 있는데 그게 과연 뭘까 하는 궁금함 때문에, 절 자체는 대충 보아 넘기고 절 뒤로 돌아갔다. 오로지 이 형상 하나 때문에 나는, 전날 밤샘에 몸도 마음도 눈꺼풀도 무거워 죽겠는데, 별 생각도 없었던 등산까지 해야만 했다.


    (이렇게 보니 족제비 같기도 하고... ㅡㅅㅡ;;;)







    강을 마주하고 있는 길 한 켠에는 돌밭이 있고, 그 돌밭에는 바지런히 올려 쌓은 소박한 석탑(?)들이 있었다. 저 속에는 재미삼아 쌓은 것도 있겠지만, 간절한 바램이 들어가 있는 것도 있겠지. 나름 이름을 붙이자면 '소망의 돌밭'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반야사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쭉 올라가보니, 깎아지른 암벽 위로 작은 암자가 하나 보인다. 문수보살이 주변경관을 조망했다는 저 곳은 '망경대'라 하고, 그곳에 세운 저 암자 이름은 '문수전'이라 했다. 하늘을 향해 비스듬히 솟아 있는 암벽 때문인지 좀 위태롭게 보이기도 하고, 굉장히 높아 보이기도 했다. 다행히도 생각보다 그리 높지는 않았는데, 아래에서 바라본 모습도 그렇지만, 위에서 내려다 본 경치 또한 장관이었다. 가히 반야와 문수보살을 언급할 만 하다 싶을 정도였다.

    반야(般若)란 산스크리트의 prajñā를 음역한 것으로, 글자 그대로의 뜻은 '지혜'이다. 반야사상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모든 존재는 다른 것들과의 관계(緣起)로 존재하기 때문에, 스스로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無自性). 따라서 존재는 공(空)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존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외부와의 조건과 관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존재하는 상태로 있는 것이다.

    색즉시공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 존재라는 것은 관계 속에서 그때 그때 다르게 인식되는 것으로,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에 집착할 필요가 없는 것이 당연한데, 그러지 못하고 헛된 집착을 하는 것이 인간의 현실(혹은 인간이라는 존재)이다. 여기서 그 경지(집착의 상태)를 넘어서서 절대적인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지혜가 바로 '반야'이고, 그 지혜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것이 바로 '문수보살'이다.

    동의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반야사상은 어떻게 보면 현대의 포스트모더니즘과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된다. 존재간의 관계라는 '구조' 속에 절대성을 파괴하고 해체하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는 측면에서 말이다. 그것을 뛰어넘는 어떤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은 종교적인 측면이겠지만, 그 상황을 인식하고 의문을 던진다는 측면까지는 철학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인간은, 인간의 정신적인 역사는, 오랜 철학의 역사를 지나고 니체를 거쳐 현대사상의 시대로 접어드는 긴 흐름을 통해, 다시 수천년 전의 그 질문으로 되돌아가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잉카인들이 말 하는 역사 순환의 한 주기는 이렇게 끝맺음을 하는 건지도 모른다. 이렇게 한 시대를 마감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좀 고달프기는 하지만, 참 재미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듯 하다. 2013년 이후에는 어떤 신세계가 펼쳐질 지 모두 함께 기대해보자!







    문수전에 올라보니 아까 반야사 뒤로 호랑이 형상을 하고 있던 돌무더기들이 내려다보였다. 이번에는 새로운 형상을 하고 있었는데... 아, 저것은 도롱뇽이 아닌가! 한 때 세상을 시끌벅적하게 만들었던, 법원에 소송도 냈던 그 도롱뇽! 비록 산은 다른 산이지만, 그 도롱뇽이 여기 또 살고 있었구나. 너 참 오랜만이다.

    이제 기억에서 잊혀질 듯 가물가물하지만, 이른바 '도롱뇽 소송'은 지율스님을 주축으로 한 때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사건이다. 2003년 천성산에 고속철도 관통 계획을 두고, 소송 당사자로 꼬리치레 도롱뇽을, 그 대리인으로 '도롱뇽의 친구들'의 이름으로  '공사 착공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었다.

    하지만 그 소송은 울산지법에서 각하, 부산고법에서 기각되었고, 2006년 대법원에서도 최종적으로 기각되었다. 그리고 지율스님은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공사의 업무 방해로 기소되었고, 결국 2009년 대법원은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형을 확정했다. 같은 해 가을 즘, 지율스님은 그 유명한 '10원 소송'에 승소했다. 도롱뇽 소송 때문에 피해를 입은 금액이 무려 2조 5천억 원이라는 조선일보의 보도가 잘못된 것이라며,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는데도 정정보도문과 반론보도문을 게재하지 않으면 하루 10원씩 지급할 것을 요구했던 소송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도롱뇽의 친구들 편에 서 주었고, 또 조선일보를 상대로 작지만은 않은 승소를 얻어내긴 했다. 하지만 각종 언론들을 비롯한 또다른 사람들은 이 '도롱뇽 소송' 때문에 입은 피해액이 145억 원이라며, 환경운동이라는 명목으로 국가적 사업에 손실이 생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주장을 했다.

    환경이라는 것, 깨끗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말에 다들 동의는 할 테다. 그런데 옛날처럼 무지막지하게 막무가내로 개발 우선주의 논리를 펼치며 밀어부친다면야 금방금방 표시가 나겠지만, 요즘처럼 그나마 조금씩 신경 써 가며 할 경우엔 파괴가 되어도 금방 표시가 나지는 않는 것이 문제다. 금방 표시가 나지 않으니 별 문제 없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찌될 지 알 수 없는 것. 개발과 보전 사이에서 인간의 편의를 위해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고 있는 현대문명.

    이 사건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고, 또 시간이 지나면 역사가 판단해 줄 것이다. 어쨌든 지금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할 것은, 제 2 라운드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4대강 사업.




    도롱뇽을 만나고 내려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피로해서 지친 탓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여기도 이 모습 그대로가 아닐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곳과 이 주변이 좀 유명해지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터널을 뚫겠지. 그래서  사람들이 계속 찾아오면, 불편하고 힘드니까 케이블카를 놓을 지도 모르지... 내 힘으로는 고민해봤자 어찌할 수 없는 일. 어쨌든간에 좋은 곳은 일찌감치 먼저 가 보는 것이 장땡이라는 것 뿐. 




    그래도 아직은 푸르다. 한참을 기다려 버스를 타고, 힘들게 한 시간 걸어 들어가더라도 가 볼 만 한 곳.  






    p.s.
    아... 이거 자다가 일어나서 했더니 뭔가 이상하게 돼 버렸군... ;ㅁ;
    이런거 덕지덕지 붙이는 거 싫다구!!! ;ㅁ; 이거 어케 없애는 거지? 취소도 안 돼... 으앙!!!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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