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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피랑 벽화를 위한 안내서 2/4
    국내여행/경상도 2010. 5. 25. 20:51





    인터넷에서 주로 보이는 그 유명한 동피랑 벽화골목에 들어섰다. 동피랑 주민인 듯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벽화 속에서 '퍼뜩 오이소' 하고 반겨준다. 여기서부터는 전형적인 달동네의 좁은 골목길을 누비면서 벽화들을 볼 수 있다.

    사실 이 부근의 벽화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나는 주로 아래쪽 큰 길 가에서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이 쪽에서 작업하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는 데까지는 한 번 풀어놓아 보겠다.






    벽화골목에 들어서자마자 산뜻한 파스텔 톤의 벽화를 볼 수 있다. 모녀가 팀을 이루어 그린 그림인데, 통영의 상징인 '그물'과 '자개'를 소재로 한 것이다.

    나 역시 처음 이 그림을 봤을 때는 그물에 왜 나비가 걸려 있을까 했는데, 그냥 나비가 아니라 '자개'라 한다. 좀 더 자개처럼 보이기 위해 나중에, 가운데 부분에 선을 그려 넣기도 했다. 

    통영에서 자개도 유명하다는 것을 여기서 처음 알게 됐다. 나중에 찾아보니 도남관광지 유람선터미널 입구에 있는 '통영전통공예관'에서 나전칠기를 비롯한 통영의 전통공예품들을 볼 수 있다 한다.






    연두색 바탕에 소년, 소녀들이 그려진 벽화는 아주머니들로 구성된 팀이 그렸다. 특히 맨 가에 있는 배를 드러낸 소년이 인기가 많은데, 지나는 사람들이 한 번씩 그 배를 만지고 지나기도 한다. 이 소년의 배를 만지면 득남한다는 전설을 만들어 볼까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스토리 텔링이 별 거 있나, 그럴 듯하게 이야기 만들어 내면 되는 거지).









    소년, 소녀들이 평화롭게 있는 벽면 맞은편에는 붉은빛을 띤 갈색계통의 바탕에 큰 꽃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이것도 아주머니들로 구성된 팀이 그린 것이다. 바탕색을 어두운 색으로 해서 꽃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한 때 한창 작업 중일 때는, 이 쪽 벽과 맞은편 벽에 각각 작업하는 사람들로 골목이 꽉꽉 들어차기도 했다. 여기 뿐만이 아니라 꼭대기로 올라가는 골목 전체가 벽화작업 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좁은 골목인데다가 구경온 사람들과 뒤엉켜서, 주말에는 작업이 조금 느리게 진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로 붐벼서 시끌벅적하면서도 화기애애한 동네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하늘색 바탕에 바다 속 풍경이 그려진 벽화는, 통영의 '바다 해설사' 팀이 그렸다. 이분들은 말 그대로 바다를 해설하는 분들인데, 통영 시티투어 버스에 탑승해서 해설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이분들에게 바다가 왜 짠지 물었더니, 나트륨 성분이 녹아 있어서 짜다고 했다. 그래서 나트륨은 왜 짠가 하고 다시 물었더니, 한 대 맞았다.









    위의 두 그림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서 쓱삭 그리고 가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벽화전은 2주간 열렸지만, 2주 내내 매일 와서 그린 사람도 있고, 주말에만 나온 사람도 있고, 마지막에 불과 며칠 사이에 그림을 완성하고 간 팀도 있었다. 아무래도 남쪽 멀리 떨어져있는 통영이라는 지역적 특성상, 서울쪽에서 참여한 사람들은 자주 나와서 벽화를 그릴 수가 없었다.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낮은 집의 한쪽 벽면을 멋있게 장식하고 있는 해룡은, 아리따운(이라고 써 달라고 했던) 두 처자가 그린 벽화다. 친구 둘이 팀을 짜서 참가한 것이다. 왕년에 용 문신 좀 그려본 솜씨인가 했는데, 그건 아니라고.

    직장 다니면서 일 마치고 저녁때 쯤 매일 동피랑을 들러서 조금씩 그림을 그려나갔다. 물론 주말에는 하루 종일 있었고.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벽화를 그리는 모습이 참 정겨워 보였다 (하지만 둘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거의 못 봤다, 어쩌면 친하지 않은 친구사이인지도).

    원래는 바깥쪽 벽까지 모두 그림을 그리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벽화 작업이 어렵고 시간도 없고 해서 여기까지만 그렸다. 그라데이션을 비롯한 디테일에 상당히 집중 했다.

    공식적인 벽화전 기간이 끝난 후에도 조금 더 그릴 생각이라 했으니, 지금은 아마 이 사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얼룩말, 물고기가 날아다니는 꽃, 그리고 바다 반대쪽으로 뻗은 골목 안 벽화. 이 셋의 공통점은 모두 벽화전 끝날 때 쯤 그려졌다는 것.






    '안녕'하고 손을 들고 있는 귀여운 분홍색 캐릭터는 이번 벽화전에 그려진 것이 아니다. 예전부터 있었던 것이고, 여기도 다시 벽화작업을 할 대상 중 하나였지만, 아무도 손 대지 않아서 남아있게 된 것이다. 이것 뿐만 아니라 군데군데 아직 남아있는 예전 벽화들이 꽤 있다.

    굴뚝에 그려진 이 그림은 작업하기 조금 까다로운 위치에 있기도 하고, 뭔가를 그려넣기는 공간이 좁은 감도 있는 애매한 자리였다. 게다가 이 그림이 사람들에게 인기도 많아서, 지나는 사람들마다 함께 '안녕'을 외치기도 했다. 그런 자리에 뭔가 새로운 것을 그려 넣는다는 것은 상당한 모험일 수 있고, 부담일 수도 있다. 시간 나면 내 캐릭터로 다시 깨끗하게 '안녕' 포즈를 그려 넣으려고 했는데, 그런 시간이 나지 않아서 참 다행이었다.









    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모양의 돌탑에 텔레비전을 끼워놓은 이 벽화는, 단절, 대화, 소통을 의미한다고 한다. 설명을 대충 듣기는 했는데 지금은 까먹어버리고 도무지 생각이 안 난다. 단절, 대화, 소통을 키워드로 여러분들이 직접 해석해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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