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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피랑 벽화를 위한 안내서 3/4
    국내여행/경상도 2010. 5. 25. 21:20





    동피랑 마을을 찾는 사람 치고 저 꼭대기에 안 올라보는 사람이 있을까. 이제 거의 동피랑의 심벌마크처럼 돼 버린 저 꼭대기와 구판장. 저 위에 서서 내려다보면, 아래로 강구항의 전경이 쫙 펼쳐진다.

    동피랑이 유명해진 것은 벽화골목만 있어서가 아니다. 벽화가 그려진 골목과 함께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경치가 있어서다. 그것이 동피랑이 다른 벽화 마을들과 차별되는 이유이고, 또 다른 곳에서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자연조건이기도 하다.

    그 중요한 위치에 서 있는 동피랑 구판장은 원래 전체가 하얀색이었다. 물론 군데군데 때가 묻어서 완전히 하얀색이진 않았지만. 이번 벽화전을 통해 구판장은 전체적으로 파란색 옷으로 갈아입었다. 아래쪽 파란색 바탕의 벽화와 함께 어울리는 바람에, 저 아래 중앙시장에서도 눈에 딱 띄는 건물이 되었다.






    구판장으로 향하는 골목에 있는 이 손바닥 나뭇잎 벽화는 예전부터 있던 벽화다. 이 벽에도 누군가 그림을 그리기로 했던 것 같은데 어째서 그려지지 않았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이번 벽화전을 시작할 무렵부터, 동피랑을 찾아온 사람들이 이 벽화에 이름을 남기기 시작했다.

    모든 일들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원래는 이름을 쓰는 곳이 아니지만, 이름을 남기라는 말도, 남기지 말라는 말도 할 수 없게 됐다.






    얼핏 봐도 아마추어 솜씨같지 않은 이 초상화는 두 분의 전문가들이 그린 작품이다.

    사람들이 이 초상화를 보고는 수많은 이름들을 말했다 한다. 심지어는 선거에 이용할 목적이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다. 하지만 이 초상화의 주인공은 작곡가 '윤이상'이다. 통영에 그의 생가가 있었던 곳이 '윤이상 거리'로 지정되기도 했고, 최근에는 국제 음악제에서 윤이상 작품이 공연되기도 했다.

    이 그림들은 판화 같은 것으로 찍어낸 것이 아니라, 모두 손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그린 것이다. 세부적인 부분들까지 표현하기 위해, 일반 페인트가 아닌 아크릴 칼라를 사용했다. 내게는 아크릴 칼라를 벽화에 활용하는 방법을 어깨너머로 구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다.









    동피랑 구판장 벽들을 등대와 아이들로 모두 꽉 채운 팀은 '모네'라는 팀이다. 상당히 많은 인원이 한 팀을 이루어 작업했는데, 아마추어이긴 했지만 작업량과 들인 공이 상당히 많았다.

    다음 번에 과연 이 구판장 벽들을 다시 칠할 팀이 나올까 싶을 정도로 방대한 작업량이었다. 이미 예전의 하얀색이었던 구판장은 상상도 할 수 없게 되어 버렸을 정도니까. 웬만해서는 이 벽화는 새것으로 교체하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살짝 든다.

    이 벽화도 이번 벽화전에서 우수상으로 뽑혔다. 참고로 이번 벽화전의 수상 내역은, 대상 1팀, 우수상 2팀, 장려상 2팀, 특별상 2팀이다.









    하늘과 금붕어 그림은 미대에 재학중인 대학생들이 그린 그림이다. 바로 옆에 이어진 구판장의 파란색 벽과 마치 세트를 이룬듯한 느낌이지만, 사실 두 팀은 완전히 다른 팀이고 색깔을 맞추자고 논의한 적도 없다. 어쩌면 여기가 하늘과 가까워서 이심전심으로 파란색이 통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이 골목은 앞으로는 푸른 바다를, 위로는 푸른 하늘을 두고, 그 사이에 파란 물결의 벽들이 쭉 이어지게 됐다.

    맨 윗쪽 금붕어가 네모 칸을 빠져 나오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원래는 이 네모칸에 철망을 붙일 작정이었다 한다. 찢어진 철망을 붙여서, 금붕어가 철망을 뚫고 하늘로 나오는 모양을 표현하려 했다고. 그런데 안타깝게도 철망이 벽에 붙지 않아서, 원래 의도했던 바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말았다. 어떻게 조금 다른 방식으로라도 철망을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좀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 팀이 구름을 그릴 때 한참 서서 지켜봤는데, 그냥 붓에 흰 색 묻혀서 아무렇게나(?) 슥삭슥삭 칠하니까 구름 되더라 (참 쉽죠?). 나도 다음에는 구름이나 그릴까 싶었다 (직접 해 보면 또 어려울테지만).






    어린왕자와 스펀지밥이 있는 그림은 세 명의 젊은 처자들이 그렸다. 맨 처음에 세명이 나란히 서서 벽을 긁어내던 모습이 인상 깊다. 셋 모두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주걱칼을 들고 있었기 때문에, 아침에 아무 생각 없이 가다가 이들을 딱 보고는 흠칫 놀라기도 했다. 어린왕자가 그려진 벽에서 모퉁이를 돌아가면 보아뱀이 그려져 있다.



    어린왕자 옆쪽에 골목길 풍경을 그린 팀은 경상대 에코캠퍼스 팀이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이들은 벽화 작업 외에도 각종 노동에 착출(?) 되었다. 벽화전 참가자들에게 생수도 날라주고, 사다리 수거해오기, 짐 정리하기 등의 잡다한 일들을 했다. 원래 벽화전을 지원하는 자원봉사를 하려고 온 것이긴 하지만 정말 수고가 많았다. 그런 것까지 감안된 모양인지, 이 골목길 풍경 벽화는 특별상을 받았다.



    어린왕자와 골목길이 그려진 벽화 사이에는 좁다란 골목길이 나 있다. 얼핏 보면 그냥 집 뒤로 돌아가는, 아무것도 없을 듯 한 길이고, 막혀있을 것만 같은 길이다.

    하지만 이 길로 쭉 나가면 다시 동피랑 아래쪽으로 내려갈 수 있다. 그쪽은 또 다른 벽화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여기까지 가서 되돌아나가지 말고 꼭 이 길로 내려가기 바란다. 단, 해 지고 어두워지면 이 길은 조금 위험할 수도 있다. 동네 양아치들이 나와서 위험한 건 아니고, 가파르고 좁은 계단들이 잘 안보여서 넘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판장 옆쪽에 있는 여러가지 다리 그림들도 예전부터 있던 그림이다. 이 위에 올라가서 무릎을 꿇고 있으면, 자기 다리가 얼룩말 다리가 되기도 하고, 코끼리 다리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 포즈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다.

    이 옆쪽으로는 낡은 소파와 평상도 있어서, 강구항의 푸른 물결을 바라보며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쉬어가기에 딱 좋은 곳이다.









    이번 벽화전이 열리기 전까지는 파란색 바탕색만 덩그라니 칠해져 있던 옥탑방에도 드디어 벽화가 그려졌다. 조금 생뚱맞긴 하지만, 의외로 자전거가 이 풍경과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아까 어린왕자와 골목길 풍경이 있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나오면, 이렇게 외진 곳에도 벽화들이 조용히 자리잡은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이 쪽 동네는 거의 신경을 못 썼기 때문에, 이 쪽 벽화들은 누가, 언제, 무슨 이유로(?) 그렸는지 전혀 모른다. 아마도 시대의 미스테리가 될 지도... ㅡㅅㅡ;






    '물방울에 이름 남겨 주세요' 라고 돼 있지만, 이미 웬만한 물방울에는 이름이 들어가 있는 상태.

    문구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방울을 직접 그려서 이름 남겨 주세요' 라고. 그러면 곧 수많은 물방울들이 그려져서, 소녀는 폭우를 맞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이건 정말 기이한 형상들이라 도무지 해석불가. ㅡㅅ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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