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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꽃보다 추한 세상에
    사진일기 2010. 6. 16. 00:38




    비가 오고 꽃이 졌다. 꽃이 진 것은 비 때문이었지만, 비가 온 것은 꽃 때문이 아니었다. 빗물 속에 잠긴 꽃잎들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세상이 사람들을 그리 만들었지만, 세상을 그리 만든 건 사람들 때문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어쩌면, 이 세상은 사람들의 노력과 의지와는 무관하게 스스로 그러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사회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자연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한가지 확실한 것은, 한 마리 미꾸라지가 흙탕물을 만들지만, 미꾸라지는 원래 그런 물에 산다는 거다. 세상에 나쁜놈이 많다면, 세상이 원래 그렇기 때문이다. 그럼 대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 걸까. 무척이나 무기력한 사실이라 애써 외면해야만 하는 걸까.





    요즘 내 주위 사람들은 사실 나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다. 시도때도 없이 늘어놓는 하소연과 짜증, 밑도끝도 없이 꺼내는 꿈과 환상 그리고 좌절, 비탄, 현실에 대한 비난들. 나도 안다, 그리고 듣는 그들도 이 즘 되면 짜증나겠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조심하고 꾹꾹 눌러 참기도 하지만, 그래도 정말 어쩔 수 없는 때가 있다. 그 때는 정말, 정말 어쩔 수 없다, 이대로라면 미쳐버릴테니까.

    내 주변의 사람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보게될 지 모르겠지만, 차마 입으로 말할 수 없었던 내 마음 헤아려 주길 바란다. 미안하고, 고맙다. 내게 그런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라 여럿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은 정말 우연이나 행운을 넘어 기적같은 일이다. 내 멋대로 행동하며, 주위를 잘 챙기지도 못하면서, 투정이나 부리는 나. 그런 내 곁에 아직 그걸 받아줄 사람들이 남아 있다는 것.

    어떤 때는 세상이 뒤집어져도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을 구하기 위해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은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아도 될 듯 하다. 미안하고, 고맙다. 거지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나쁜놈은 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중이다. 더 나은 내가 되리라는 섣부른 약속을 할 수는 없다. 단지 내 눈물겨운 노력에 힘을 실어 준다는 의미로 받아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가지 바램이 더 있다면, 내 곁에 이런 친구 하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내가 만약 그들같은 인간이 된다면, 그렇게 변했다고 판단된다면, 주저없이 나를 죽여줄 친구. 그런 친구 하나 있었으면 하는 것이 내 마지막 바램이다. 난 정말 그들처럼 되고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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