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음식점을 평가할 때는 나름의 채점표를 가지고 비교적 일관된 기준으로 평가한다. 물론 맛이 아주 뛰어나다거나, 서비스나 인테리어가 다른 항목들을 완전히 압도한다거나 하면 특화된 가산점을 주기도 하지만, 극히 예외적인 그런 상황 말고는 내 스스로에게 만큼은 일관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이다.
구체적인 채점표는 따로 있지만, 여기서는 아주 간략화 된 일부분만 떼서 예시로 보여드리겠다.
음식점 채점표
맛 10%
분위기 10%
접근성 10%
서비스 10%
평등성 50%
기타 10%
여기서 '평등성'이란, 쉽게 말해 수천 명이 떼거지로 가든 한 명이 달랑 혼자 가든 변함 없는 태도를 보이는가 하는 항목이다. 나는 주로 혼자 밥을 먹으러 다니니, 혼자 가는 사람을 차별하는 음식점은 제아무리 맛 좋고, 서비스 좋아도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 물론 혼자 가는 사람을 오히려 더 우대해 준다면 좀 고민스럽겠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직 그런 집은 단 한 군데도 없었으니 고민한 적이 없다.
차별대우란 이런 거다. "한 명이세요? 저기 구석탱이에 가서 찌그러져 있으세요". "이 메뉴는 2인분 이상 시켜야 해요". "한 분이시면 합석하세요" 등등이다. 물론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싫은 내색을 비치거나, 빨리 처먹고 일어나 나가라는 눈치를 준다든가 하면 일단 무조건 50점은 까고 들어간다. 그런 집들은 최고의 맛과 최고의 인테리어로 감동시켜 봤자 최고 점수가 50점이다. 물론 이런 경우, 많이 당해 봤다.
그래서 동네 음식점들 특히 맛집이라고 여기저기 소개된 집들이 이런 행태를 보인다면, 난 가차없이 내 채점표대로 점수를 깐다. 그러다보면 한 동네에서는 아무리 아무리 다녀도 50점을 넘는 집이 단 한 군데도 없을 때가 있다. 그런 상황이면 어디서나 비슷한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패스트푸드 점이 최고 점수의 맛집이 되어 버리는 웃기는 상황이 벌어진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가 그렇다.
따라서 이 '맛집'은 우리동네에서 최소한 다닐 만큼 다녀 보고 정한 내 최고의 맛집이다. 물론 채점표 상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서 언제나 최고의 집이라고는 할 수 없다. 때로는 눈치를 보더라도 다른 것이 먹고 싶을 때가 있고, 또 친구와 함께 들어갈 때는 다른 곳이 더 나을 때도 있으니까. 어쨌든 그래도 이 일대에서 최고 점수의 맛집이니 여기서는 이 맛집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맛집 소개 포스팅에 익숙하지 않는 관계로, 다른 맛집 소개 블로그 글들을 참고하여 작성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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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 동네 맛집을 소개해 볼까 해요. 맛이면 맛, 서비스면 서비스,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곳이죠~
방송 출연도 지겹다는 맛집! 굳이 알리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가는 맛집! 동네 사람들이 편안하게 한 끼 해결하고, 솔로들도 주눅들지 않고 언제든 찾을 수 있는 그 맛집~! 바로 맥도날드에용~ ^0^/
짜잔~ 손님들이 한 눈에 딱 보고 주문하기 쉽도록 메뉴판을 눈 높이에 잘 메달아 놨네요~ 그림도 아주 큼지막하게 걸어 놔서 알아보기 정말 좋아요.
주방은 약간 오픈 된 구조라서 고개를 살짝 비틀고 들여다보면 안에서 어떻게 조리 하는지도 잘 보여요. 특히 감자튀김이나 콜라 같은 것은 손님이 딱 보는 앞에서 꺼내 오기 때문에, 혹시나 진상 부려도 침 뱉을 수 없으니 안심에요~ㅎㅎㅎ
다른 식당에선 혼자가면 '손님 저 구석팅구리에 찌그러져 앉아 계시면, 돈 되는 손님 다 처리하고 시간 날 때 주문 받으러 가든지 할께영' 이지랄이죠~ 하지만 여긴 달라요~ 천 명이 오든 만 명이 오든 줄을 서야 한다구요. 참 좋져~ 서비스 굿굿~ >.<b
1층은 주문하는 곳이 위치해 있어서 거의 항상 손님들로 바글바글해서 좀 시끄러운 편인데, 2층으로 올라가면 아늑한 공간이 나오네요. 창문이 큼지막한 통유리로 돼 있어서 비 올 때 우수에 찬 눈빛으로 길거리를 내려다보며 '내가 왜 이렇게 사나' 푸념하기 딱 좋아요~
창가 자리는 인기가 좋아서 거의 항상 사람들이 앉아 있는데요, 그럴 때는 창가 자리를 째려볼 수 있는 맞은편 자리에 앉으면 돼요. 거기서 계속 째려보고 있다가 다 먹고 일어서는 자리로 냅다 뛰어가면 되지요~
딱히 창가자리를 고집하지 않는다면 아무데나 마음에 드는 자리로 앉을 수 있으니 좋고~ 다 먹고 나서도 오래오래 앉아서 책 읽거나 음악 듣고 있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아요. 특히 손님이 엄청 많아 바글바글 할 때도, 혼자 오래 앉아 있다고 뭐라 하는 사람 없으니 정말 좋아요. 음식점 겸 카페 겸, 종합 휴식 공간이라고나 할까요~
홍홓홓~ 빨대도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어요~
콜라 마실 때 되도록이면 이가 콜라에 닿지 않도록 마셔야 이 상하는 걸 막을 수 있데요~ 그래서 저도 콜라는 빨대로 마시는 편이죠. 가는 김에 몇 개 더 챙겨가서, 집에서 콜라 마실 때도 빨대로 마셔 보세요, 제 깨끗한 치아 관리의 비결이죠~
감자가 노릇노릇 맛있겠죠~? 손님이 많으니까 사용했던 기름을 오래 쓰면 금방 티가 나서 그런지, 항상 깨끗한 기름으로 유지하는 것 같더라구요.
이 감자튀김은 똑같은 가게라도 편차가 좀 큰 음식 중 하난데요, 점장이나 알바가 소금을 얼마나 뿌리느냐에 따라서, 집마다 좀 짜기도 하고 싱겁기도 하고 그렇더라구용~
손님 입맛에 맞게 간을 맞출 수 있도록 소금도 좀 줬으면 좋겠지만, 짜게 먹으면 건강에 안 좋으니 싱거워도 그냥 처먹기로 해요~ 쵸묵쵸묵~>>ㅑ
우왕~ 콜라에 크리스탈이 동동 떠 있어영~ 까만 에메랄드 같죠~? 거품이 뽀글뽀글, 막 원샷 하고 싶드라구영~
메인디쉬인 버거에요. 역시 맥도날드에선 빅맥이 대표 메뉴죠. 요즘 저는 상하이 스파이스를 주로 먹는 편인데, 그래도 맥 하면 빅맥이니까 일부러 이 메뉴를 선택해 봤어요~
참 먹음직스럽죠? 사진 찍는 틈을 참지 못하고 그 새 한 입 베어 물고 말았네염~ㅎㅎㅎ
아참, 감자튀김에 빠져선 안 되는 캐찹~! 역시 음식은 장맛이라니까요~
24시간 빵빵하게 돌아가는 최첨단 냉장고에서 저온 숙성시킨 케찹이에요. 케찹이 참 빨갛네요~ >>ㅑ
세트메뉴에 500원을 더 추가하면 라지세트가 되는데요, 라지세트로 주문하면 콜라와 감자튀김이 큰 사이즈로 나와요. 요즘 행사기간이라 라지세트를 주문하면 이렇게 예쁜 컵을 주네요~
다른 데선 오백 원 더 추가한다고 이렇게 예쁜 컵 주거나 하지 않죠~ 완전 득템했죠~?
조명이 살짝 비치니까 컵이 반짝반짝 참 이쁘더라구요~ 어서 집에 가서 찬란한 샹들리에 아래서 촛불 하나 켜 놓고 저 컵에 안드로메다 산 와인을 부어 마셔보고 싶네요. 정말 분위기 확확 살겠죠~? 우왕~ ^0^/
다른 곳에선 엄두도 못 내는 특별한 서비스 하나~! 맥도날드는 계산서에 택스 인보이스가 붙어 나온다구요~ 내국인들에겐 별 쓸모 없겠지만, 외국인들은 이거 차곡차곡 모아놨다가 나중에 출국할 때 정산해서 세금 환급 받는 용도로 쓸 수 있어요~ 이 기회에 외국인 친구 하나 사귀어 보자구영
사진 다 찍자마자 음식 나온 거 룰루랄라 처묵처묵하공~ 콜라는 약간 남겨서 음악 들으며 책 읽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쪽쪽 빨아먹었죠~
종합휴식공간이니 밥 다 먹고나서 열 시간을 뒹굴뒹굴 놀아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아요~ 참 좋죠? 음식도 참 맛있었어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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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1. 이 글은 맥도날드로부터 아무런 도움이나 협찬을 받지 않았음을 밝힌다.
2. 맛집 소개 본문은, 일부러 요즘 일반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맛집 포스팅 형식에 맞게 썼다.
3. 여기서 소개된 집이 맥도날드라서, 여러분들이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집이라서 각자의 판단과 생각이 있었을 테다. 하지만 맥도날드가 아닌, 전혀 모르는 집이라 생각해 보라.
4. 다른 맛집 소개 포스팅을 읽을 때, 이 포스팅을 기억하라. 그래서 그걸 맥도날드라 생각하고 한번 읽어 보시라. 매트릭스를 벗어날 수 있다.
5. 나름 음식 맛을 평가해 보고픈 마음에, 각종 버거집과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점 등에서 이 시대의 맛의 평균을 먼저 구한 다음 음식맛을 보고 있다. 기회 된다면 평균화 된 각종 음식점들만 일 년 동안 이용해 보라. 그 후에 특화된 음식들을 맛 보면, 스테이크의 칼집이 깊은지 얕은지 까지도 분간할 수 있을 테다.
6. 쉽게 얻으려면 위험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