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자유공원 옆쪽의 인성여중, 인성여고가 있는 오르막길을 쭉 올라가면 '홍예문'이 나온다. 홍예문은 무지개처럼 생긴 문이라는 뜻으로, 옛날에 철도 건설을 담당하던 일본 공병대가 1906년부터 공사를 시작해서 1908년에 완성했다.

홍예문은 당시 일본이 자국의 조계지를 확장하기 위해서 만든 것인데, 인천의 남북을 연결하여 쉽게 넘나들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위험하고 어려운 공사여서 사상자도 수 없이 나와서 혈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한다. 홍예문은 지금도 원형 그대로 남아 있어서, 당시의 일본 토목공법 및 재료에 대한 사료로 남아 있다.



▲ 홍예문. 계단 끝까지 올라가면 저 너머로 넘어갈 수 있다. 저 꼭대기 즘에 있는 카페 '홍예문 커피집'도 가 볼 만 하다.



카페 히스토리


홍예문 옆쪽 돌계단을 오르면 언덕 중턱 즘에 깔끔하게 생긴 집 한 채에 'History'라는 간판이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까만색 바탕에 흰 글자로 그리 크지 않게 제작된 간판이지만, 텅 빈 공간 속에서 다소 이질적인 물체라 눈에 잘 띈다.

간판을 보고 입구를 보면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든다. 안으로 들어가는 철문이 여느 가정집의 그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간판에 'coffee & tea'라고 적혀 있으니 카페 맞겠지 하면서 들어가 본다. 안쪽으로 좁은 골목처럼 나 있는 길을 따라 한 번 꺾으면 가파른 계단이 나오고, 그 계단을 오르면 아기자기한 물건들로 장식된 복도가 나온다. 그리고 또 여염집 현관처럼 생긴 문 하나.

2층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여기가 정말 카페가 맞긴 맞나'하는 의아함과, 가정집을 개조한 그렇고 그런 인테리어겠지 하는 의구심을 모두 버릴 수 밖에 없다. 그리 넓다 할 수 없는 공간이지만 내부를 완전히 개방적으로 해 놓아 뻥 뚫린 느낌이 들게 만들어 놓아, 바깥에서 보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이미지가 확 와닿기 때문이다.

입구 바로 옆에 마련된 주방을 흘깃 훔쳐보면 반짝반짝 빛나는 집기들과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 주인장의 성격을 말 해 준다. 이런 곳에서는 마음 놓고 한 숨 돌려도 되겠다는 신뢰감이 생긴달까. 아마도 비 오는 날 찾아가서 따뜻한 조명에 내부가 더욱 반짝반짝 빛 나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주방에서 한창 일하느라 바쁜 주인장은 아파트 생활이 싫어서 이곳에 집을 얻고 카페를 열게 됐다고 말 했다. 1층은 가정집으로 쓰고, 2층은 카페로 운영하고 있다고. 아아 많은 사람들이 꿈만 꾸는 그런 일을 이분은 현실 속에서 훌륭하게 이루어 냈다. 이런 꿈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 번 찾아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도 좋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히스토리 카페는 적산가옥(敵産家屋)이라 불리는 일본식 집이다. 적산가옥은 적국의 재산이나 적국 소유의 재산을 뜻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한국에 지어 살았던 집이나 건물들을 뜻한다. 해방 후 많은 적산가옥들이 철거되거나 파손되었는데, 최근에는 역사물로 보존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카페 히스토리는 내부를 많이 개조한 상태였지만, 그래도 적산가옥의 외부, 내부 모습을 간단히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 마치 일본 가정집 같은 분위기의 카페 히스토리.






▲ 카페 히스토리 내부 모습. 가정집을 개조한 카페인 만큼 공간이 크게 넓지는 않다.






▲ 카페 히스토리의 주인이 사용하는 자리. 혼자 가는 사람에게 가장 탐나는 자리다.




그리고 카페들


중구청과 개항누리길 일대를 느긋하게 걷다보면 다양한 카페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단 며칠의 시간으로 모든 카페들을 다 섭렵할 수 없었기에 외관만 대충 보고 지나친 곳들이 많지만, 밖에서 보기에도 한 번 쯤 들어가 앉아 보고 싶은 카페들이 많았다.

'올 데이 인 더 키친 All day in the kitchen'은 예쁜 간판과 따뜻한 내부 조명 때문에 눈에 띈 작은 카페였는데, 언젠가 이 동네를 가면 꼭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은 아담한 카페였다.

자유공원 올라가는 쪽에 자리잡은 '토촌'은 카페라기보다는 시골밥상 밥집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가볍게 커피 한 잔 마실 수도 있다 하니 밥과 함께 차를 마실 요량이면 들어가 볼 만 하겠다. 다만 시골밥상인 만큼 가격은 좀 쎈 편이다.




이런 조그만 카페들이 부담스럽다면 아예 개항누리길을 따라 신포동 쪽으로 쭉 걸어나가는 방법도 있다. 그러면 신포시장 있는 쪽에 유명한 카페 체인점들이 늘어서 있으니까. 가깝지 않은 거리라서 힐을 신고 걷기엔 좀 힘들 수도 있지만, 신포시장에는 유명한 닭강정 집과, 신포우리만두 본점이 있으니, 먹거리가 땡기면 발걸음을 옮겨 볼 만 하다.

적산가옥들과 아기자기한 카페들을 구경하며 걸어가면, 차이나타운에서 신포시장까지 그리 먼 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멋진 데이트를 장식하고, 혹은 애인의 징징거림을 피하고 싶다면 콜택시를 부르는 편이 낫겠다.



▲ 신포시장에 다달아 있는 카페 부띠끄.



▲ 따뜻한 실내가 마음을 끄는 올 데이 인 더 키친.



▲ 카페라기보다는 시골밥상을 주 메뉴로 하는 밥집인 토촌. 여기서도 차 한 잔으로 쉬어갈 수는 있다.



▲ 토촌을 지나 오르막길로 꺾어 오르면 마주치는, 마치 벙커처럼 자리잡고 있는 카페 섬.



카페 캐슬


인천 차이나타운에 가면 누구나 찾아가는 중국집 즐비한 자장면 거리. 그 길 안쪽에 스카이힐이라 이름붙은 계단이 있고, 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선린문이 보인다. 보통은 선린문에서 사진 한 장 찍고, 이어지는 계단을 따라 자유공원으로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다.

하지만 선린문 옆쪽에 보면 조금 보잘것 없는, 우리 생활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적갈색 벽돌의 건물 하나가 보이는데, 이 건물 안쪽에 카페 '캐슬'이 자리잡고 있다.

카페 캐슬은 건물 2층에 있는데, 다른 그 무엇보다 차이나타운과 멀리 인천항까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인상적이다. 특히 한 층을 더 올라가면 건물 옥상이 나오는데, 여기도 야외 테라스처럼 카페를 꾸며 놓았다. 맑은날 야외에서 인천항 쪽을 내려다보며 차 한 잔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 선린문.



▲ 선린문 옆쪽에 보이는 조그만 문으로 들어가면 2층에 카페 캐슬이 있다.






▲ 2층 실내에서도 차이나타운 일대를 조망할 수 있지만, 옥상에서는 더욱 시원하게 이 일대를 내려다 볼 수 있다. 날이 맑으면 인천항까지 내려다 보인다 한다.







바그다드 카페


'바그다드까페'는 중구청 바로 앞 사거리 한쪽 모퉁이에 자리잡은 건물 지하의 작은 카페다. '역사 문화의 거리'라고 바닥에 큼직하게 써 붙여진 사거리 한 쪽 옆을 보면 조그만 간판과 출입문을 찾을 수 있다.

바그다드 카페를 운영하는 주인장은 이곳에서 십 년 넘게 자리를 잡고 있어서, 건물 세입자들도 마치 이분을 건물 주인인 것 처럼 대한다고 했다. 이 동네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오래오래 살고 있는데, 사진작가이기도 해서 세월따라 변하는 모습을 찍으러 자주 밖으로 나간다.



우리가 간 날도 마침 낮에는 사진 찍으러 나가 있었는데, 가로등 불빛이 켜지기 시작할 무렵엔 카페 문을 열어서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창문 하나 없이 빛이라고는 출입문 작은 유리로 새어 들어오는 것이 전부인 지하 공간. 물론 대낮에도 어두컴컴한 지하공간에서 차 한 잔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긴 하지만, 바그다드 카페는 아무래도 밤 시간에 더욱 어울리는 곳이다.

카페라기보다는 분위기가 바(Bar)에 가까운데, 그래도 커피와 각종 차를 팔긴 한다. 이 카페의 특징은 바 너머 책장에 꽂힌 수많은 음반들이다. 십여년 전 음악다방 혹은 음악카페를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이 카페에서 그 옛날 음악들과 함께 고즈넉한 저녁시간을 즐길 수 있을 테다.






▲ 바그다드 카페는 지하 공간이다.



▲ 수많은 음반들이 인상적인 바그다드 카페.













차이나타운의 밤


바그다드 카페 주인장의 말처럼, 인천 차이나타운 일대는 해가 지면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고 아주 조용해진다. 그나마 요즘은 차이나타운이 슬슬 인기를 끌면서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들어서 좀 나아진 편인데, 예전에는 저녁 여덟시 쯤이면 가게들이 모두 문을 닫기 시작했다 한다.

사실 요즘도 중구청 일대는 밤이되면 가게들이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하는 분위기였다. 혼자 길을 걸으면 살짝 음침한 느낌이 들 정도로 행인 하나 없는 거리에는 가로등 불빛만 무심히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중구청 일대의 일본 조계지 지역을 넘어 다시 차이나타운의 자장면 거리 쪽으로 넘어가니 아직도 불을 밝히고 있는 업소들이 많았다. 길거리에 사람들도 다소 많이 보이기 시작해서 살짝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아직 차이나타운은 밤이 화려하거나 많이 아름답거나 하진 않다. 그곳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점점 나아지기를 기대할 수 밖에. 그리고 서울 쪽에 사는 사람들은 전철 시간 맞춰서 가야 하기 때문에 밤 늦도록 여기에 남는 사람들도 별로 없다.

하지만 밤이 되면 차이나타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홍등이 켜지고, 낮과는 또 다른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왕 간 거 전철 시간이 허락할 때까지 남아서 차이나타운을 끝까지 다 보고 오는 것은 어떨까. 낮부터 차근차근 여기저기를 돌아보다가, 근처에 마음 끌리는 어느 작은 카페에서 노닥거리며 밤을 맞이하고, 홍등을 배경으로 언덕배기를 내려오는 것을 마무리 해야 최소한 차이나타운을 한 번 둘러봤다고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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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