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호선, 혹은 인천 1호선 부평역에서 내려, 부평역사거리(6번 출구) 쪽으로 나가면 앞쪽으로 큰 대로가 보인다. 다시 지하도를 이용해 부평119안전센터 쪽으로 나가서 약 200미터 정도 걸어가다보면, 오른쪽으로 '부평 문화의거리'를 만날 수 있다.

부평역 일대는 경인지역 최대의 상권으로, 지금도 전국 최대 규모의 지하상가와 문화의거리 일대의 재래시장(부평시장), 그리고 각종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이 공존하고 있는 큰 규모의 상업지역이다.



그 중 부평 문화의거리 일대는 지난 2007년 KBS의 '다큐멘터리 3일'에서 '부평시장, 한 평 공원 만들기'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적 있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내가 그 다큐멘터리를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이런 상권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상가업주들과 노점상인들의 갈등을 아주 조화롭게 잘 풀어내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언젠가 한 번 구경이라도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는데, 꽤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 우연찮게 가보게 되어 남다른 느낌이었다. 그런 곳인 만큼, 이 시장에서는 직접 상인의 이야기를 듣고 지금은 또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를 가늠해 보고 싶었다.

참고: KBS 다큐멘터리3일 "10年의 약속, 부평시장 '한평공원' 만들기" (방영 2007. 08. 02)



부평 문화의거리

▲ 부평역 앞 대로변에서 바라본 부평 문화의거리 입구.



부평 문화의거리

▲ 부평 문화의거리는 마침 거리설치미술전이 열리고 있었다.



부평 문화의거리

▲ 문화의거리 가운데 쪽에 질서있게 자리잡은 노점상들.



부평 문화의거리





모두 함께 만든 마을, 부평 문화의거리


장사가 한창인 상인들에게 시장의 역사를 묻기도 좀 난감했지만, 상인들 역시 상인회 회장을 찾아가 보는 편이 나을 거라 했다. 그래서 물어물어 문화의거리 가운데 쯤에 있는 옷가게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부평 문화의거리 상인회 인태연 회장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인심 좋은 옆집 아저씨같은 웃음으로 반겨준 인태연 회장은, 처음의 서먹서먹한 대화와는 달리 시장의 역사가 화제가 되자 거의 쉴 새 없이 말을 이어갔다. 이곳이 그만큼 자랑할 것이 많다는 증거일 테다.



부평 문화의거리는 1996년에 지역 재래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한 때부터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그당시 부산의 광복동과 함께 전국 최초를 다투며 '차 없는 거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1998년에는 본격적으로 문화의거리를 조성했는데, 이때 이미 건물주, 상점 세입자, 노점상인 등이 합심해서 거리를 가꾸기 시작했다 한다.

장사에 전념하기도 바쁜 상인들이 거리를 재정비하고 가꾸기 시작한 것은 단 한가지 이유였다. 바로 점점 죽어가는 재래시장 상권을 살리려면 모두 합심해서 '매력 있는 거리'를 만들어야 사람들이 찾아오고, 상권이 살아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 후 2007년에 노화된 문화의거리를 다시 한 번 정비했는데, 이때는 이 거리의 모든 상인들이 합심해서 '한 평 공원'을 만들었다. 거리 한 복판에 남는 짜투리 땅 한 평에 벽돌을 쌓고 꽃을 심었던 것이다.

공원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도 머쓱한 이 작은 공간은, 모르는 행인들은 그냥 스쳐지나갈 테지만, 상인회와 노점상들이 합심해서 이 마을을 가꾸고 있다는 공동체 문화의 상징이자 결실이었다.



이들의 '마을 가꾸기'는 한평공원에서 끝나지 않았다. 상인들이 돈을 모아 노점의 수레를 손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골프차를 샀다. 게다가 노점상들을 위해 노점상 밀집지역에는 햇볕과 비를 막아주는 케노피(차양)을 설치했다.

처음에 노점상들을 위해 케노피 등의 각종 시설을 설치하자 할 때는 구청에서까지 반대를 했다 한다. 왜 노점상을 위해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의문이었다. 인태연 상인회 회장은 이 모든 작업들이 '거리 전체를 살리기 위한 작업'이라고 했다.

즉, 노점을 깨끗하게 정리해 놓아야 거리 전체가 살아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시장과는 다르게 특화하는 효과도 있으며, 디자인적인 효과도 있고, 무엇보다 한 곳에서 오래 알고 지낸 공동체적 운명이라는 일체감을 느끼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최근에는 거리 한복판에 흉물스럽게 노출되어 있는 배전반을 지하로 숨기는 것을 논의했는데, 이 일은 수십억이 드는 공사라서 아직 엄두를 못 내고 그대신 배전반을 새롭게 디자인해서 예쁘게 보이도록 작업을 했다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서서히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까지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이야기를 들으며 견학을 하기도 했다. 일본 동경대 교수와 학생을 비롯해, 오사카 부시장 그리고 슬로베니아 도시정비 관련 학과 교수와 학생들까지 이곳을 둘러보며 감탄하며 갔다 하니, 부평 문화의거리는 이제 부평을 넘어 한국적인 '마을 만들기' 운동으로 세계적으로 널리 이름을 떨치고 있는 셈이다.



부평 문화의거리

▲ 이 설치미술들의 일부는 철거되고, 일부는 그대로 남아 있다.



부평 문화의거리




부평 문화의거리





계속해서 변화중인 특별한 재래시장


우리가 찾아갔을 때는 마침 문화의거리에서 '거리 설치미술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부평 미술인협회에 의뢰해서 이루어진 이 설치미술전은 부평풍물대축제와 때를 같이 해서 열렸는데, 거리를 더욱 아름답고 풍성하게 만드는 데 한 몫을 하고 있었다. 미술전은 이미 끝났지만, 몇몇 작품들은 그대로 남아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5월 말경에는 문화의거리 뒷골목에 '문화의거리 주민 쉼터'가 만들어져 문을 열었다. 원기둥 모양의 이 3층짜리 건물은, 1층은 공중화장실, 2층은 상인회의실과 교육실, 3층은 고객쉼터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엇보다 깨끗한 공중화장실이 1층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특색인데, 흔히 상권을 살린다며 예쁘게 꾸며놓은 거리를 찾아가도 화장실이 없어서 난감한 다른 곳들과 차별되는 부분이다.

이 쉼터 화장실은 시장 구석에 화장실 하나가 생겼다는 사실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인태연 상인회 회장의 말에 따르면, 지금 화장실이 설치된 이 뒷골목 일대는 원래 우범지대로 유명한 곳이었다 한다. 그 말을 듣고 주위를 둘러보니, 이쪽 거리는 아름다운 조명들이 비춰지는 큰 길 가의 모습들과는 많이 달랐다.

주로 건물 뒷면이 보이는 좁은 골목길인데다가, 예전에는 자동차들도 마구 주차되어 있고, 조명도 거의 없다시피 한 골목길이라서, 이 동네 사람들도 접근하기 꺼리는 곳이었을 만 했다. 그런 골목에 이제 특이하고도 아름다운 쉼터 건물이 생기고, 그 주변으로 자동차 진입을 막는 장애물과, 가로등, 벤치 등이 설치됐다.
 
밤낮으로 화장실과 상인들의 회의실을 찾는 사람들이 들락거리고, 가로등 또한 환하게 빛나며 거리 바닥도 아름답게 꾸며져 있으니, 어두운 골목에서 흔히 범죄의 표적이 되는 여성들도 마음놓고 이제 이 골목을 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 플랜카드에 써붙인 그대로, 이제 '여성 친화의 거리'로 조성된 것이다.



이렇게 부평 문화의거리 상인들은 스스로 마을을 아름답게 가꾸는 활동을 통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거리가 활기차게 살아날 수 있도록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앞으로 서울 지하철 7호선 개통과 부평로터리 정비 등을 통해 서울과 부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것을 대비해서 이 거리를 더욱 아름답게 가꿔 나가고 있는 중이다. 

겉보기엔 예쁘장하게 꾸며놓은 다른 상권들과 별 차이가 없지지만, 부평 문화의거리는 지역 주민들이 참여해서 함께 만들어가는 시장으로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사연을 알고 돌아보면 조그만 땅 한 평에서도 감동을 느낄 수도 있으니 가서 한 번 둘러보자. 그리고 과연 이곳이 재래시장 상권의 색다른 발전적인 모델을 제시해 줄 수 있을지, 또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앞으로도 계속 주목하고 지켜보자.



부평 문화의거리

▲ 분수대 또한 옛날에 만들어 놓았던 것을 몇 년 전에 새롭게 고쳤다 한다.



부평 문화의거리




부평 문화의거리

▲ 부평 문화의거리 한쪽 끝에는 먹거리 노점들이 한데 모여 있다. 지붕이 설치되고, 노점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어, 거리 전체가 정돈된 느낌이 든다.



부평 문화의거리




부평 문화의거리

▲ 문화의 거리는 먹거리 노점 또한 편하게 쉬어갈 수 있도록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부평 문화의거리

▲ 지역 상인들이 다함께 합심해서 만든 한평공원.



부평 문화의거리

▲ 부평 문화의거리 상인회 인태연 회장.



부평 문화의거리 여성친화의거리

▲ 최근 새롭게 단장한 '여성 친화의 거리' 입구. 불법주차를 막기 위한 설치물을 장치하고, 바닥을 예쁘게 단장해서 거리 전체가 확 살아나도록 꾸몄다.



부평 문화의거리 쉼터

▲ 문화의거리 주민쉼터. 1층 화장실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데, 특히 여자 화상실에는 수유공간 등의 공간들이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다 한다. 이 건물의 디자인도 상인들이 함께 모여서 했다 한다.



부평 문화의거리

▲ 노점 수레를 끌고 갔다 왔다 할 수 있는 골프차. 이동이 용이해지므로 장사를 마친 노점이 길거리에 그냥 방치되지 않는다.



부평 문화의거리

▲ 거리설치미술전에서 한 작가가 작품을 다시 손보고 있다. 사람들이 막 만져도 되는 작품이라 한다.



부평 문화의거리

▲ 거리에 설치된 미술품들은 확실히 오가는 행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약속을 기다리는 사람들 또한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가만히 앉아 쉬면서도 편안한 느낌이 들도록 만들어 주었다.



부평 문화의거리




부평 문화의거리





그 외 주변 볼 곳들


사실 부평역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접하는 곳은 부평 지하상가다. 전국 최대 지하상가라고 일컬을 정도로 그 규모가 꽤 큰데, 총면적 약 9천 제곱미터에 400여개의 점포들이 자리잡고 있다. 지하철역에서 바로 이어지는 통로도 있고, 지상 여러곳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출입구가 많아서 접근성 또한 뛰어나다. 부평 사람들이 이 지하상가에 다 모여있나 싶을 정도로 연일 인파로 붐비는 곳이니 부평에 가면 한번 쯤 돌아볼 만 하다.

그리고 부평 로터리 한 쪽 방향으로 가면 '해물탕 거리'가 나온다. 근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대충의 위치를 알 수 있고, 그 근처에 가면 해물탕 집에 쭉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찾기는 쉽다. 여럿이 쇼핑하다가 배고파지면 들러볼 만 하다.

참고로, 서울에서 인천국제공항을 싸게 가려면 부평역에서 111번 버스를 갈아타면 된다. 그러면 서울대입구 역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2,900원으로 갈 수 있다 (참고: 인천공항 싸게 가기).



부평 해물탕거리

▲ 해물탕 거리의 해물탕 모습. 작은 해물탕 낙지다리가 3~4개 정도 들어가고, 큰 해물탕은 낙지 한 마리가 다 들어간다.



부평 지하상가

▲ 부평 지하상가.



부평 지하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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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